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21 윤도경
작성
14.07.25 00:20
조회
1,260

해방 후 망국에 가까운 위기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할까요? 아마도 625 쯤 대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해서 안 됐지만, 625로는 나라가 망할 수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됐기 때문이었죠. 그렇다고 625가 망국적 재난이 아니었단 얘긴 아닙디.

 

그러면 또 어떤 게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IMF 사태를 꼽고 싶습니다. IMF 사태는 나라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에까지 치달았던 사태로,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그대로 망하고 말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합니다. 그 원인을 국민들의 낭비벽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하긴 국민들의 사치때문이라고 기가 막히게 후려치긴 했죠. 그래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는 몰라도, 어쩌면 그래서 잊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죠. 이제 겨우 17년 됐을 뿐이니까요. 내란죄의 공소시효가 15년이고 보면, 내란을 ‘법적으로’ ‘용서’할만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난 것뿐인데 말입니다. 더욱이 우리 국민들, 내란 용서하지도 않았죠. 누군가 나라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어도 국민들이 쓰레기통 뒤지면서라도 살아간다면 그건 망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한다면 그건 모르겠습니다.

 

소설의 제목은 "성스러운 폭력"입니다. 이미 한국 사회에 '성'(聖)이라는 이름을 얻어서, '속'(俗)에 속한 사람으로서 감히 비판은 고사하고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것들의 폭력성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일테면,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한 신자유주의는 가히 복음이었죠. '성'(聖)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복음은 20년이 지난 뒤 한 가정의 가장을 서울역 길바닥으로 내몰고 청년들을 '쓰레기통 뒤지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들은 IMF가 터지던 해에 각 20세, 17세, 16세, 16세입니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해가 꼭 2004년과 2005년, IMF 사태의 여파가 맹위를 떨칠 때죠. 모두 뮤지컬계에서 혹은 배우로, 혹은 연출자로, 혹은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꿈을 꾸지만, 현실이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녹록치 않은 현실은 꼭 누군가의 의지대로 돌아가는 것만 같죠.

 

네 사람은 너무나도 아픈 고통을 겪게 됩니다. 누군가의 죽음, 범인으로 지목된 자의 재판, 그 과정에 또 한 사람의 죽음, 또 지목된 자의 재판... 이들에게 법은 또 다른 '성'(聖)일지도 모릅니다.

 

소설은 이 '아픔'에 대처해 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지나칠까요? 그거야 독자들의 몫이지만, 작가는 우선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읽기에 따라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겠고, 그러기를 희망합니다.


http://blog.munpia.com/dokhangrium/novel/22931

 

다음은 1993년 한국에 도입된 신자유주의의 약사(略史)입니다.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1. 1970년대 세계경제는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크게 놀라게 되는데, 그 이유는 케인즈 이론으로 이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론에 따르면 경기침체 때에는 통화를 풀고 물가상승일 때에는 통화를 증발하면 되는 것이었으나,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하므로 어떤 정책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 때 등장한 것이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 케인즈주의자들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놀려댄다.

 

2. 레이거노믹스가 출범하면서 연준 의장으로 폴 볼커가 취임하는데, 볼커는 강력한 통화흡수정책을 실시하여 금리를 21퍼센트가 넘는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그래서 이를 '볼커충격'이라고 한다. 볼커충격으로 말미암아 이른바 '미제', 즉 미국의 제조업이 완전히 망한다. 동시대 영국의 대처도 신자유주의의 상징으로 돼 있다. 이 짓을 영국에서는 대처가 했다. 영국의 제조업도 동반하여 망한다.

 

3. 미국의 제조업이 망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일본의 제조업이다. 이에 미국은 플라자합의를 하고, 일본의 환율을 고환율로 유지하여 수출경쟁력을 잃게 한다.

 

4. 여기에 덧붙여, 볼커는 자기자본거래를 차단하고 BIS 비율을 상승시켜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8퍼센트를 넘어야 국제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로 인하여 일본은행은 외국에 대출해 준 자금회수에 나선다. 당시 일본의 BIS 비율은 8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으로써 주식과 부동산을 팔고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 이로 인하여 일본 제조업이 망하기 시작하고 1991년부터 장기침체(20년 불황)에 들어간다.

 

5. 1993년 한국은 UR 협상에 들어가고 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한다.

 

6. 당시 정부는 OECD 가입을 위해 끊임없는 재정팽창에 들어간다. OECD의 허상 때문인지 코앞의 위기를 못 본 것이다. 재정팽창의 경우는 총수요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지만, 당시는 환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고 국제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으므로 재정팽창을 해서는 안 되는 때였다.

 

7. 당시 한국의 은행은 일본에서 단기로 엔화를 빌려 장기로 외국에 대출해 주어 금리차이로 돈벌이를 했는데, 당시는 이미 BIS비율 8퍼센트 때문에 일본에서 엔화를 회수하던 때였으므로, 더 이상 외국에 엔화를 대출하거나 일본에서 엔화를 대출하면 안 되는 때였다. 은행 역시 코앞의 위기를 못 본 것은 정부나 마찬가지였다.

 

8. 97년 초 한보사태는 6조원의 부실채권을 금융권에 안기고(대손충당금 누적, BIS 비율 높여야 하는 압박에 대출과 투자 회수압박 => 누가 압박받을까?), 대출회수는 물론 회사채 발행도 어렵게 되어 어음은 줄줄이 부도나고 일부 대기업까지 줄줄이 무너지게 된다. 6조원의 신용수렴으로 총 180조원의 총유동성이 사라지는 압박. 97년에 당시 180조원 유동성이라면 지금은 얼마나 될까?

 

9.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터진 것이 1997년 IMF 사태

 

10.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되자마자 업무를 시작하고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 되는 초유의 사태 발생

 

11. 이자제한법 폐지

 

12. 자산매각

 

13. 경기부양을 위한 카드남발

 

14. 2004년 경 카드대란

 

15. 2005년 신자유주의는 실패한 체제로 확인되자 이때부터 세계각국 신자유주의에서 돌아섬. 한국만 고고씽

 

16. 청년실업시대 진입

 

17. 2013년 4월 대처 사망

 

=> 이 약사는 굵직한 것은 상세히 썼지만, 세세한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초간단하게 썼습니다. 자료를 참고하면 될텐데, 의자에서 일어나기도 번거로워하는 이 귀차니즘...

 

-------------------------------------------------------

 

소설은 UR 협상 당시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그리고 대처 사망이라는 상징적 사건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볼커충격에 대해 한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거의 절망 수준에 이르렀던 세계 경제의 구조조정을 기가 막히게 해 냈다고 그의 ‘공적’을 치하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사람들이 감내했던 고통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죠. 더욱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돌 맞은 개구리’들의 항변입니다.

 

- 왜 우리여야 하나?


http://blog.munpia.com/dokhangrium/novel/22931


Comment ' 4

  • 작성자
    Lv.2 Belling
    작성일
    14.07.25 00:28
    No. 1

    홍보글만 봐서는 소설이 아니라 논문 수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윤도경
    작성일
    14.07.25 00:30
    No. 2

    소설이에요^^ 작가의 눈에 비친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엄연히 픽션이죠.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한야인
    작성일
    14.07.25 00:40
    No. 3

    가서 글을 봤는데 지식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감탄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윤도경
    작성일
    14.07.25 00:45
    No. 4

    지식이 문제가 아니고, 저는 추리소설은 굳이 비유하자면 '현실을 무대로 하는 판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판타지 쓰시는 분들도 공부를 하듯이, 저 역시 쓰고자 하는 현실에 대해 철저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2년여 공부하고 사유한 결과인데, 문제는 독자에게 호소력이 있는가겠지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37361 한담 디자인과 소설의 공통점 +6 Lv.31 진필명 14.07.24 1,361 22
137360 홍보 [일연/무협] 그 칠 주야 (七 晝夜) 홍보합니다 +7 Lv.44 Nakk 14.07.24 1,120 6
137359 공지 연담에 추천기능을 넣었습니다. +16 Personacon 금강 14.07.24 1,763 66
137358 한담 수정을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 +19 Lv.83 룰창조 14.07.24 1,091 0
137357 한담 이런 식의 장면 전환은 어떠신가요? +33 Lv.13 엉클벤젠 14.07.24 1,585 1
137356 홍보 [자연/게임판타지] NPC가이 홍보 합니다. +6 Lv.16 병선 14.07.24 975 0
137355 한담 연참대전 포기~! +16 Lv.58 원스타 14.07.24 1,011 1
137354 한담 웃기지 안는 웃긴얘기 +5 Lv.67 귤선생 14.07.24 1,394 1
137353 한담 주요 캐릭 죽이기. +37 Personacon 작은불꽃 14.07.24 1,356 2
137352 홍보 [일연/SF] 안 흔한 판타지 지향, 나의 세계를 바꿔줘. +6 Personacon 대마왕k 14.07.24 1,117 1
137351 한담 저도 슬럼프라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8 Lv.45 매일글쓰기 14.07.24 907 0
137350 공지 가리온, 무명박 두 분께 경고 1회 부여합니다. Personacon 문피아 14.07.24 2,396 23
137349 한담 결국 죽이지 못했던 등장인물 +12 Lv.59 취룡 14.07.24 1,522 4
137348 한담 슬럼프를 극복했던 경험 +4 Lv.80 필로스 14.07.24 845 0
137347 한담 글에 좀 더 주관을 가지게 된 계기 +14 Lv.59 취룡 14.07.24 1,143 1
137346 한담 연세가 +10 Lv.99 아스트리스 14.07.24 1,344 0
137345 한담 신입 회원 인사드립니다. +14 Lv.4 낮은달 14.07.24 1,079 0
137344 한담 그냥 어울리면 안 될까요? +9 Lv.10 구다라 14.07.24 1,196 2
137343 알림 연참수정 Lv.26 웅곰 14.07.24 787 0
137342 홍보 [일반][판타지]-황혼의 에스테르- 일러스트 추가 ... +12 Lv.14 가리온[] 14.07.24 1,986 1
137341 한담 요즘 문피아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르는 ... +12 Lv.58 원스타 14.07.24 1,221 2
137340 한담 문피아 신입 회원입니다..안녕하십니까.. +9 Lv.6 포트포워딩 14.07.24 1,026 0
137339 한담 한담이 원래 이랬었던 적이 있었나요? +14 Lv.32 환산 14.07.24 1,454 4
137338 홍보 [일연/일반] 무궁화의 진실. 원자탄 개발에 얽힌 ... +4 Lv.23 tulip642.. 14.07.24 886 0
137337 알림 폭염대전 12일차 중계 +12 Lv.1 [탈퇴계정] 14.07.24 1,127 4
137336 홍보 [일반/공포] 가난한 S.T.A.L.K.E.R 이야기 +5 Lv.37 whitebea.. 14.07.24 943 1
137335 한담 연참대전 포기..... +2 Personacon 위대한알라 14.07.23 864 0
137334 한담 선작 100이라는 숫자. +17 Lv.16 27**** 14.07.23 1,038 0
137333 홍보 [일/판] 끌려갈 각오하고 첫홍보 해봅니다 +11 Personacon 아르제크 14.07.23 1,281 0
137332 한담 연참참가작 수정요. Personacon 김정안 14.07.23 796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