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작가, 첨미(添美)입니다.
‘암야의 추격자’라는 작품을 완결짓고 2012년 4월 23일, 군 입대로 인한 독자들과의 이별을 겪었는데 2014년 1월 22일에 덜컥 전역을 해 버렸군요. 원래 전역하면 바로 한 편의 작품을 완결 지으려 했지만 생각보다 삶이 팍팍해져서 끝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여유가 돌아왔습니다. 이 놀라운 기회에 작품 하나 추가로 올리고 있으니,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대물이 아니라 미래물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SF 물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만, 일단 현대물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아서 저렇게 명시했습니다.
저는 천생이 부정적인 놈이라 가끔 ‘세상이 멸망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했습니다. 이 글은 인간이라는 종이 멸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한 상상입니다. 아래 글은 Prologue 입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은 ‘이해’라 단순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지에 대한 이해가 인류의 발전 과정이었다. 인간이 불가해(不可解)라 단정하던 자연 현상과 물리 법칙에 대한 패러다임이 하나 둘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이해’와 동시에 수반하게 된 것은 ‘팽창’이었다. 불가해가 줄어듦에 따라 인류는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곳을 욕망했다. 새로운 불가해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을 원했다. 끝없는 지적 욕구라 포장할 수도 있을 것이고, 탐욕스러운 지식의 포식자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머리 위로 끝없이 펼쳐진 별과 우주는 인간의 지적 탐욕을 채워주었다. 하지만 끝없는 우주는 그만큼 끝없는 연구를 수반했고, 사람들은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결과를 원했다. 인간들은 안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지구의 지각 내 펼쳐진 새로운 우주는 사람들을 자극했다. 어느 정도 지구 내의 구조도 밝혀지자 그 다음은 해구였다. 수심 몇 천 미터의 가공할 수압, 현대라 부를 시기까지도 정확한 해구의 구조는 밝힐 수 없었다. 초음파의 난반사를 적용한 센서로 간략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종류의 생명체가 사는지, 그 구조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끝없는 연구 끝, 마침내 2040년에 인간의 발걸음은 해구에 닿았다.
탐사대는 그 장엄한 광경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미디어 앞으로 모여들어 탐사대의 발자국 하나하나에 감탄했다. 수압에 찌그러져 볼품없는 형태의 심해어, 동굴의 석순 같은 바위 사이에 서리처럼 얼어붙은 바닷물, 풍경 하나하나가 전부 미지의 것이었다. 탐사대는 무려 나흘 동안이나 탐사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발견이 드러났다.
해구 깊숙한 곳에 인류의 문명이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도시였다. 중세의 성벽과 유사한 구조가 이어졌고, 부서진 돌 벽의 틈으로 들어가자 아름다운 건물들이 나타났다. 그 어떤 문명과도 유사하지 않은 건물들이었다. 어떻게 수심 몇 천 미터 밑의 수압을 견디며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었을까.
“이것은 역사적으로 인류가 보지 못한 놀라운 발견입니다.”
아나운서는 흥분하여 말했지만 누구도 흠잡지 못했다. 확실히 콜럼버스의 탐험도 이와 견주면 빛을 잃을 것이다. 탐사대 중 한 명은 도시 가운데, 궁전처럼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궁전 깊숙한 곳, 그곳은 도시의 왕이 거주하고 있던 곳이었다. 놀랍게도 대전 가운데 위치한 왕좌의 위에는 해골 한 구가 앉아 있었다. 탐사대는 홀린 듯 해골에게로 걸어갔다. 해골은 인간과 유사한 골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 한 가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이건...”
탐사원은 떨리는 손을 해골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애기의 주먹만 한 크기의 보석이 이마에 박혀 있었다. 영하의 혹한인 심해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해골이었지만 보석만은 따뜻했다. 탐사원이 따뜻함을 느낀 그 때, 전 세계에 바람이 불었다. 그토록 인간이 바라 마지않던 불가해의 바람이.
많이 보러 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이상, 아름다움을 더해가는 작가 첨미(添美)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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