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진세인트
작성
09.11.03 22:29
조회
1,175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니 심장이 없었다. 그는 방 안을 둘러보고,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심장이 어디 떨어졌나 하고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심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장이 아직 뛰고 있으니까, 그도 아직 살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분명 어딘가에 실수로 심장을 떨어뜨려놓고 얼빠지게 다른 곳에서 찾는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거리거리, 골목골목, 사람들의 집에 방문하며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온 동네를 뒤졌다. 하지만 심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장이 사라진 그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감정이 사라져갔다. 밥을 먹지 않아도 몸은 움직였다. 숨을 쉬지 않아도, 잠을 자지 않아도 그는 멀쩡했다. 심장이 사라지고 난 뒤로 그는 점점 인간에서 벗어났다.

친구들은 감정이 사라진 그를 보며 점차 멀어졌다. 하지만 그는 괘의치 않았다. 슬퍼할 심장도, 상처 입을 심장도 없었으니까. 그는 귀찮게 달라붙던 이들이 알아서 사라진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는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옛날을 떠올릴 수는 있었지만, 더 이상 새들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릴 순 없었다.

그에겐 연인이 있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심장이 사라진 이후로 그는 더 이상 연인을 보고 웃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사라진 심장의 자리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이 여자가 왜 이러는 거지? 난 아프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아.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네! 왜 흘리고 있는 걸까? 아가씨, 왜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어디 아픈가요…?」

연인은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에게서 미소를, 감정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을 다시 찾게 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게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무표정한 눈을 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더 이상 그와 함께할 수 없었다. 그를 사랑했지만,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고야 말았다. 이 모든 게 심장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연인이 떠나고 그는 방에 홀로 앉아 생각했다. 왜 자꾸 사람들은 내게서 떠나는 걸까. 친구들은 더 이상 눈인사도 하지 않았고, 사랑했던 연인은 눈물로 절규하며 더 이상 그를 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자꾸만 불행해졌다. 이 모든 게 심장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했다.

그는 거울을 보았다. 그는 가슴을 열고 그 안을 보았다. 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두근거리며 뛰던 심장은 더 이상 없었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심장을 넣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괜찮은 방법 같았다. 그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아래로 내려가 요리를 하고 있던 어머니의 심장을 뽑아 자신의 텅 빈 가슴 속에 넣었다. 하지만 심장은 뛰지 않았다.

여기서 그는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장이 뛰지 않네. 괜찮아. 다른 심장을 넣으면 뛰게 될지도 몰라…」그리고 그는 돌아온 아버지의 심장을 꺼내 텅 빈 가슴 속에 넣었다. 이번에도 심장은 뛰지 않았다.

“심장이 다시 뛰면… 돌아갈 거야.”

과거로, 이젠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그는 친구들의 심장을 꺼내 넣어봤다. 심장이 뛰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심장을 꺼내 넣어봤다. 심장이 뛰지 않았다. 옷이 더러워졌다. 붉게 물든 옷은 굳은 피로 얼룩졌다. 심장을 도둑맞은 사람들은 모두 마을 어딘가에 쓰러져 있었다. 왜지? 왜 저들이 다시 움직이지 않는 걸까… 그래… 심장이 뛰지 않기 때문이야. 모두 기달려, 내가 심장을 가져올게….

“당신은 미쳤어.”

“우린 모두 심장이 필요해.”

“당신은 미쳤어! 미쳤다고! 돌아버렸단 말야! 저리가! 내게 다가오지 마! 이 살인자야!”

연인이 소리쳤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지? 난 단지, 저들에게도 심장이 필요하다고 말하려 했을 뿐인데. 그녀는 나를 싫어해. 하지만 괜찮아. 나는 아파할 심장이 없어. 난 아프지 않아. 상처입지 않아. 쓰러지지 않아. 내 심장을 되찾기 전까지… 나는 괜찮아.

“모두에겐 심장이 필요해. 내가 가져올 수 있어.”

그는 반항하는 연인을 안았다. 그녀가 미약한 소리를 냈다. 작은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쓰러지고, 그녀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그녀의 심장도 멎어버렸다. 그는 아프지 않았다. 그는 상처입지 않았다.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슬프지 않았다.

“…괜찮아. 세상엔 심장이 많아. 널 위해서 내가 심장을 가져올 수 있어.”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동화와 모르는 동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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