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에델레드’ 를 쓰는 레프라인입니다.
약 1년여 만에 연재한담에 홍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엄밀히 말해 이 글은 홍보성 글은 아니나, 제 글의 제목과 내용이 언급되는 관계로 홍보 카테고리를 취합니다. 글을 계속하기에 앞서 제 글의 독자 여러분들, 추천해 주신 분들, 선호작으로 선택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2007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래 댓글 및 연재한담이나 감상란 등에서 제 글에 대한 반응이 올라오는 것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만큼이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주로 연재한담란에 올라오는 반응을 통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기억한다면, 에델레드에 비호감을 나타내는 의견에 대해서 지금까지 저는 ‘기사 에델레드 중간 보고’ 라는 홍보글 이래 어떠한 반응도 공식적으로 보인 적이 없습니다. 비호감을 포함하는 의견도 독자의 의견이며, 작자 쪽에서 그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자칫 독자측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해치는 일이 있을까 우려한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제 글에 대한 무례하고도 저열한 코멘트가 연재한담에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을 방임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작자로서 공식적인 의견을 남기기로 합니다.
‘기사 에델레드’ 에 비판적인 의견은, 사실 제 입장에서는 좀 다양한 방향의 비평이 나올 것을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하나로 모아집니다. ‘에델레드는 트랜스물’ 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에델레드는 왜 트랜스물이 되었는가? 왜 남성인 주인공이 여성으로 전환되는 설정이 들어간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해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작자인 제가 원했기 때문입니다.
글을 씀에 있어 제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지향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옛날 이야기’로 포괄될 수 있는 각종 동화, 설화, 신화, 고전 문학, 기사 로망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 및 감상을 제 글 안에 표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 글 안에서 인간의 심리적 갈등, 내면, 정신적 변용, 성숙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두 포인트가 제 글 안에서 얼마나 독자 여러분들에게 잘 전달될 것인가 하는 것은 작자로서의 저의 책임이며, 제가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느슨하게 시작된 ‘기사 에델레드’ 의 초안을 잡는 과정에서, 저는 성전환적 상황이 신화나 문학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거나(그리스-로마 신화의 장님 예언자 티레지어스 (테이레시아스)가 뱀에 물려 여성으로 7년간 살아야 했던 체험: 이 부분은 엘리어트의 ‘황무지’에서 인용됩니다), 마법에 의해 형성된 가짜 자아가 해제되고 진정한 자아가 해방되거나 (프랭크 바움의 ‘환상의 나라 오즈’에서 오즈마 공주는 나쁜 마법사에 의해 소년 팁으로 변신 당해 살고 있다가 책 말미에 오즈마 공주로 변합니다), 혹은 여성으로의 전환을 통해 존재의 성숙을 이룩하는 장치로서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이것은 영화로 보고 책은 읽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에 주목했고, 주인공의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전환이 이 두 가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최적이라고 판단하여 글의 모티브로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기사 에델레드’는 트랜스물로서 계산되어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분명 ‘기사 에델레드’ 에서는 주인공의 성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는 부분이 다루어지고, 그에 더하여 여성으로서의 에델레드가 남성인 동료 기사와 로맨스적 관계를 맺는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제 글이 트랜스물로 해석되는 것은 제 예상을 벗어난 현상입니다. ‘기사 에델레드’에는 성전환 모티브 이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더 들어 있었고, 성의 전환이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울러, 저는 트랜스물이다, BL이다 하는 개념을 문피아에 가입한 후 처음 접했으며 그 전에는 그런 하위 장르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트랜스물이나 BL 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에델레드’ 가 트랜스물로 해석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글이 사이트에 공개된 후에는 글의 해석은 독자에게 넘어가는 것이고, 독자의 해석이 작자의 의도와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는 규칙도 없습니다. 아울러 모든 독자 여러분들이 제 글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글 쓰는 입장에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재한담에 올라오는 제 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의견들(연재한담에 올라온 몇몇 한담 및 과거의 ‘에델레드’에 대한 추천글에 달리는 ‘그 글은 트랜스물이라 안 본다’는 류의 댓글들)이 제대로 된 비평으로서의 요건을 갖추는 대신, 여주인공이나 트랜스 같은 몇몇 조건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에델레드’의 내용을 확실히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제 글을 일종의 소프트 게이 포르노 정도로 짐작하여 설익은 의견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과 우려를 표합니다. 특히 제 글이 트랜스물로 해석되면서 반대 의견들의 표현이 무례하고도 원색적인 비난을 벗어나지 않는 데 대해 저는 글쓴이로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에델레드는 트랜스물이니까 예의를 지킬 필요 없이 마음대로 얘기해도 된다’는 것처럼 느껴진 적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쓰고 싶으니까 쓰는 것입니다. 나중에 제 글이 출판되면 기분은 물론 좋겠습니다만, 출판이나 상업적 성공은 제게 있어 글을 쓰는 주된 이유가 아닙니다. 지금의 제 이유는 일차적으로 ‘자기 표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들, 느끼는 것들, 말하고 싶은 것들을 더 나이 먹기 전에 글로 남기고자 함입니다. 제가 글 속에서 추구하는 것을 표현함에 있어 저는 소재나 설정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여성은커녕 동물을 주인공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제 글의 주인공이 남성이냐, 여성이냐, 혹은 동물이냐, 성전환을 했느냐 안 했느냐,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독자가 많을 것이냐 적을 것이냐 하는 견해들은 제게는 무의미합니다.
*추가 1: 위의 내용과는 별도로 ‘기사 에델레드’ 에서 나타나는 성전환이 글의 앞부분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 또한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 글의 결점으로서 받아들이고 있으며, 추후 리메이크를 하면서 개선하려 합니다. 지금은 연재를 계속해서 완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되면 ‘기사 에델레드’의 초기 구상과 그것이 어떻게 문피아 연재 도중에 바뀌게 되었는지, 그리고 제가 참고한 책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여러분들과 좀더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추가 2: 이 글은 빠른 시간 내에 작성하여 올리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최소한의 퇴고만 했음을, 그로 인해 글의 흐름이나 표현에 거친 점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추가 3: 이 글을 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글이 있었긴 합니다만, 이 홍보 글 자체는 다수의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글입니다. 이 글 자체를 수정이나 삭제를 하지는 않겠으나, 계기가 된 그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이며, 아울러 글의 작성자께서 신사적인 매너로 사과하셨음을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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