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 취야행
작성
07.07.06 02:03
조회
1,156

왜 뜬금없는 살인일까 궁금하시면 눌러주세요. 정연란 취선검무

한참 연재가 진행된 나중에 첨삭했더니, 이부분만 조회수가 유난히 적네요.

저로써는 이 부분 쓰면서 감정이 울컥했던 부분이라, 그냥 묻히고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에 소개코저 합니다.

읽어보시고, 끌리시면, 보러오시고 맘에 안들면, 외면모드 발동하셔도 됩니다.

- 달빛의 살인자 -

빌어먹을 달빛이 너무나 희어서,

달을 바라보는 일당백의 눈자위가 시근하였다. 그렇다, 그가 눈을 꼭 감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일당백은 작은 환약들을 입에 털어 넣듯 고개를 뒤로 힘껏 젖히며 독한 백건아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차가운 독주가 식도를 통해 뱃속으로 콸콸 흘러들어갔다.

그렇게 벌써 몇 병째인가의 독주를 말끔히 비워내고도, 그가 눈을 떠 달을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일당백이 바라보는 달빛이 너무 희어서이기 때문이다.

잿물을 넣고 삶아낸 이불호청 같이, 눈이 시게 하얀 그 빛.

눈자위가 시근거리도록 그리운 하얀색.

그렇게 하얀 옷을 입고, 소홍이 누워있다.

그 어린 것이,

일곱 살, 어리디어린 나이에 술주정뱅이 아비의 손에 이끌려 기루에 팔려오고도, 그 비정한 아비가 그리워 밤이면 숨죽이며, 소리 없이 흐느끼던 그 어린 것이,

저 빌어먹을 달빛에 취해 술을 마시며, 시름에 젖고, 복수심을 불태우고, 온갖 부질없이 허망한 망상에 취해있던 일당백의 뒷모습을 보고 주저 없이 달려와 안기며 제 아비를 부르며 목 노아 울던 아이.

그 어린것.

밤새 그가 업어줘야만 평온을 얻고, 잠을 이루던 아이.

그 아이가 저 빌어먹을 달빛보다, 몇 배는 더 눈자위를 시근하게 만드는 흰색 비단옷을 입고, 차가운 방구석에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다.

달빛보다 더 희고, 하얀 비단옷보다 몇 배는 더욱 창백하던 아이의 얼굴.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이겠지.

등에 칼을 맞고, 아이는 너무 많은 피를 흘린 것이다. 아이의 몸에서 빠져나간 피는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입을 활짝 벌린 일당백의 식도를 향해 콸콸 쏟아 부어지던 술병은 모두 이미 오래전에 비어버렸고, 똑똑 떨어지던 술의 마지막 방울마저 말라 버렸으나, 일당백은 차마 술병을 내려놓고 눈을 뜨지 못했다.

빌어먹을 달빛 때문인지,

달빛보다 몇 배는 시근한 소복 때문인지,

창백한 단소홍의 얼굴 때문인지는,

일당백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두 눈을 부릅뜨고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깡충깡충 뛰며 즐거워하는, 혀를 날름 내밀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과 그의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피를 모두 잃어버리고 창백한 얼굴로 흰 소복을 입고 주검으로 누워있는 단소홍을 바라봐야 하는 사실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그때 불현듯 그의 뱃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아 올랐다.

이제야 겨우 취기가 오르려는 것일까. 이제 아이를 잊고, 잠을 잘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일당백의 뱃속에서 뜨거운 그 무엇을 끌어올린 것은 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마의 젖을 보채며 잠투정하는 아직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소홍의 아기.

그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우는 아기를 달래려 소홍의 단짝이었던 화선이 아기를 안고 뒤뜰에 나와 서성거렸다.

일당백을 비로소 술병을 내리고, 아기를 바라보았다.

이름도 없는 저 아이는 제 어미가 죽은 것도 모르는 걸까.

저렇게 울다가는 목이 다 쉬어 버릴 터인데.

누군가 저 아기를 달래줘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일당백의 몸은 날아 화선의 품에서 아기를 빼앗았다.

“아기가 울잖아.”

일당백은 나직이 읊조렸다.

화선은 깜짝 놀라 아이를 빼앗아간 일당백을 바라보고도 비명소리 한번 지르지 못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유 없이 과격한 모습을 보이거나, 소리 한번 높인 적이 없는 그였건만.

“어미가 우는 아기를 달래주지 못하니, 누군가 우는 아기를 달래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고 중얼거린 일당백의 모습은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일당백은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성으로 숨어 들어갔다. 경계는 제법 삼엄했지만, 그 정도는 일당백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계병들의 목을 베고, 그는 곧장 순무의 대저택을 배회하였다. 그의 청각이 예민하게 반응하여 발길을 인도하였다. 숨지도 않고, 그저 칼을 든 자가 길을 막아서면 베어버렸다.

사택에서 가장 소란한곳, 즐거이 풍악소리가 높고, 교태로운 여인의 한숨과 음탕한 사내들의 웃음이 뒤섞인 곳.

그곳에 소홍을 죽인 아홉 명의 낭인들과 그것을 사주한 순무의 아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반 벌거숭이로 벌거숭이의 여인들을 희롱하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욕지기가 일었으나, 그런 것은 상관할 것이 못되었다.

“누구든 울고 있는 이 아이를 달래어라. 아이가 울음을 그치게 하지 못하면 모두 죽일 것이다.”

반 벌거숭이의 낭인들이 검을 꼬나들고 나섰다. 게다짝에 일본도(日本刀)를 들고 설치는 모습을 보니 해적질을 하다 중원에 정착한 왜인들 일 것이다.

대륙낭인들.

본래 노략질을 일삼던 호전적인 왜구가 권력의 비호아래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을 것인가?

그러나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일당백은 품안의 아기를 순무의 자식을 향해 내밀며 말했다.

“네놈의 아이다. 네가 능욕하고 죽인 소홍의 아이다. 아이가 울고 있지 않느냐. 응당 애비라면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하지 않겠느냐?”

알당백은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괴인 같은 몰골의 일당백의 출현에 모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으나, 애비의 권력에 취해 오만함과 자만으로만 자라난 권력자의 아들은 그 순간에도 가까이 널브러져 있는 여체의 젖가슴을 희롱하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칼을 든 괴한이 침입했음에도 벌거숭이의 여자들은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여자들은 초점 없이 풀린 눈동자를 하고 허공을 응시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미혼약에 중독된 것이리라.

낭인들이 서서히 일당백를 에워싸고 있었다. 낭인들이 일당백을 에워싸는 동안 궈궈는 벌거벗은 여자를 넘어뜨렸다.

낭인들은 점점 포위를 좁혀 들어갔다.

벌거벗은 여인의 다리를 벌리고 궈궈는 풍만한 여인에 몸에 몸을 실었다.

탓!

짧은 기합성과 함께 탄탄한 몸뚱이 하나가 일본도를 앞세우고 쏘아져 왔다.

궈궈는 여인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헉-

사내를 받아들인 여인의 다리가 사내의 허리를 감쌌다.

챙! 탓!

칵!

낭인이 휘두른 칼을 칼등으로 빗겨 흘리며 일당백은 칼을 사선으로 그었다.

그러자 낭인의 머리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머리없는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헉! 헉!

궈궈의 허리가 더욱 빨라지며 격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궈궈의 가슴을 밀어 내는 듯, 겨드랑이 밑으로 돌린 두 손이 어깨를 으스러질세라 움켜쥐며 잡아당기는 듯 여인의 교성도 높아지고 있었다.

잘려진 낭인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여덟명의 낭인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여인의 몸에 올라타 그 몸을 탐하면서도 궈궈는 고개를 들고 한명의 괴한과 여덟의 낭인이 펼치는 군무(群舞)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클클클클.

그의 눈빛은 게슴치레 하게 초점이 흐려져 있었고, 입가에는 히죽거리는 미소와 탐욕의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 역시 여자와 마찬가지로 미혼약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팟!

채채챙-

그러나 누구도 일당백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부러진 검, 잘려진 손목을 움켜쥐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헉헉헉-

낭인의 목에서 뿜어져 바닥에 흥건한 피.

바닥에 나뒹구는 몸뚱이 없는 머리와 머리없는 몸뚱이, 잘려진 손목. 조각나버린 칼들...

그의 눈에는 그것이 너무나 황홀했다.

아름다운 혈화가 핀 것만 같았다.

그의 몸은 더욱 빨라졌고, 그의 입술에는 더러운 침과 함께 잔혹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격정의 순간이 다가오자, 궈궈는 여인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가녀린 종달새를 손안에 가두고 있는것 같았다. 궈궈가 몸을 움직일때마다 여자는 정말 종달새의 노래같은 신음을 흘렸다.

백발의 침입자는 낭인들에게 다가가 아기를 내밀며 울음을 그치게 하라고 다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울지 않고 있었다.

아기는 이미 울다 지쳐 잠들어 있었다.

대관절 울지 않는 아기의 울음을 어떻게하면 그치게 할 수 있을까?

아기의 울음은 일당백의 귀에만 들리는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죽은 단소홍의 울음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울지않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지 못했고, 일당백은 하나하나 그들의 머리를 잘랐다.

머리가 잘리는 낭인들을 바라보며 궈궈은 입가에는 잔혹한 미소가 피어올랐고, 그는 손아귀에 힘을 주어 품고 있던 여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여인의 얼굴이 붉게, 파랗게 그리고 다시 검게 변했다.

목이 잘린 사내들.

뿌려진, 피.

손안의 가녀린 여인의 목.

백발의 침입자.

모든 것이 너무나 황홀하게 아귀가 들어맞고 있었다.

흐 흐헉!

단발마의 신음과 함께 궈궈는 파정을 맞았다. 그러나 그의 아귀는 더욱 힘껏 조여들었다. 마치 여인의 목을 부러뜨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바로 그때 변발한 궈궈의 머리를 일당천이 잡아 바닥에 패대기쳤다.

궈궈에게 아기를 내밀며 울지않게 달래라고 말했다.

궈궈는 히죽거리며 두 손을 뻗었다. 일당천은 궈궈에게 아기를 넘겨주었다.

히죽거리며 웃던 궈궈의 얼굴은 잔혹하게 변해갔다. 마치 징그러운 벌레라도 본 듯이, 아기를 손에 받은 궈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악!

비명과 함께 궈궈가 아기를 집어던졌다.

스랭-

동시에 일당천의 칼의 궈궈의 목을 잘랐다.

바닥에 던져진 아기는 울었다. 그때 목을 감싸고 쓰러져 있던 여인이 부스스 일어나 아기를 안아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능라였다.

능라는 자신의 가슴에 핀 꽃을 아기에게 물렸다.

이내 아기의 울음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백발의 침입자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연란<취선검무> -제1장.월하노인은 달을 보고 우네 中에서

읽어보시고 끌리시면, 정연란 <취선검무>

아니면 쌩~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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