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24 강난독
작성
17.08.17 20:05
조회
394

안녕하세요.

글쓰는 강난독이라 합니다.


제가 장르소설을 처음 접한 건 딱 15년 전, 중학생 시절이었습니다.


옆 자리의 친구가 빌려준 ‘데로드&데블랑'이 제 장르소설 입문작이었지요.


친구가 그 책을 강력추천하면서 ‘눈물 난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미심쩍었습니다.


제가 눈물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정도나 되어야 눈물이 나지 않겠습니까?


딱 봐도 겉표지가 우중충하고 촌스러운 게, 초딩 때나 읽던 ‘소년 봉신방'(어린이용 무협?) 같기도 하고..


그 생각이 바뀌는 데 딱 반 나절이 걸렸더랬지요.


그날로 전권을 빌려 눈물 펑펑 쏟고, 판타지와 무협 세계에 과하게 빠져 살았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내내요.


등교하면서 대여점에 들러 5권을 빌려서는 점심시간까지 읽고,

점심시간에 그 책을 반납하면서 또 5권 빌리고,

저녁시간에 또 대여점에 들러서는 10권을 빌려서 야자시간 내내 탐독하고 집에서도 읽고...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대여점에 쏟아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대학에 가고, 졸업을 하고, 먹고사는 일에 바쁘다 보니 장르소설이라는 건 그저 한때의 추억이 되었지요.


그런데 문득 몇달 전,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독서를 하는 모습이 나왔더랬죠.


이게 웬걸, [군림천하] 아닙니까?


그 길로 다시 문피아를 찾았습니다.


문피아는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상전벽해라고 하지요.


엄청난 양의 글이 쏟아지는 별천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읽다 보니, 옛날과는 다른 마음이 생기더랍니다.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국어 전공한 이점도 있겠다, 글도 많이 읽었겠다 근자감이 샘솟더라고요.


물론 단편소설이나 시, 에세이 같은건 그럭저럭 많이 써봤습니다.


그런데 장편소설을 너무 쉽게 본 거였지요.


제가 금강님이나 좌백님이 아닐진대, 하루에도 수천 편의 글이 쏟아지는 문피아에서 시선 하나 잡아끌 깜냥이 되겠습니까?


인물은 커녕 플롯조차 제대로 잡지 않고, 막 써제낀 글 가지고요.


그렇게 폭망하고 나니, 좌절감보다는 오기가 생깁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지금 생각하면 참 뻔뻔하지요.


사실은 그것밖에 노력을 안 했기에 나온 결과이니까요.


그렇게 몇 주를 고민해서 자연란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 쓴 글보다 월등히 잘 써집니다.


그렇게 5화까지 올리니 조회수가 20 남짓합니다.


스무 명이나 내 글을 읽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러다가도 베스트에 드는 글들의 수백만 조회수를 보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때, 제 글에 파란 별이 하나 들어옵니다.


글을 읽은 네다섯 남짓한 분들 중에 한 분이 무려 선호작에 넣어 주신 겁니다.


저도 선호작 리스트 많습니다.


그래도 모름지기 선호작이라는 게, 될 성싶은 떡잎에다 표시해놓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별 옆에 올라간 1 덕에, 글 쓰는게 재미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올릴수록, 선작이 하나씩 올라가는 게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수십, 수백 명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참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 읽는 저는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그러나 글 쓰는 저는 현실이 만족스럽습니다.


양 방향으로 저를 만족시키는 글이 요즘에 참 좋습니다.



*****


쓰다 보니 장문이 되어버린 아재의 주절거림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문피아에서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엇, 그리고 이 글은 강호정담으로 가는 게 맞는 걸까요?

분명 글 쓰는 얘기를 하려 했는데...


Comment ' 12

  • 작성자
    Lv.40 여우란
    작성일
    17.08.17 20:18
    No. 1

    글쓰는 재미는 부럽네요. 저도 선호작이 적지만 1화만에 글쓰는 흥미를 잃어버렸어요. 제가 쓰고싶은 글이랑 문피아에서 추구하는 글이 완전히 다른데다가 무엇보다 '재밌는 글'이 아니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강난독
    작성일
    17.08.17 20:23
    No. 2

    저도 같은 글 20번씩 보면서 퇴고작업 하면 솔직히 재미는 없지요. 글에 대한 확신도 없고요. 그래도 관심종자 끼가 있는건지 글을 올릴 때 너무 좋더라고요. 조회수나 선작이 하나하나 올라가는 게 짜릿해서 죽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마타리
    작성일
    17.08.17 20:38
    No. 3

    글 쓰는 게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난 재미있게 쓰는데 독자는 재미있게 보지 않는다는 게 좀 거시기 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강난독
    작성일
    17.08.17 21:01
    No. 4

    맞습니다. 저도 제 글 죽 늘어놓고 보면 '이걸 왜 보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흑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마타리
    작성일
    17.08.17 21:29
    No. 5

    별말씀을요. 겸양이 과하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강난독
    작성일
    17.08.17 22:09
    No. 6

    저도 '내글구려'병이라는 게 일종의 밈이나 겸양의 표현인줄 알았습니다만, 정말 진심입니다. 흑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산범.
    작성일
    17.08.17 20:40
    No. 7

    엄청 공감갑니다 ㅎㅎ 특히나 선작 늘고 조회수 늘때의 그 느낌은 정말 좋더라구요 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강난독
    작성일
    17.08.17 21:03
    No. 8

    글 쓰는게 자기만족이라지만, 남이 읽고 좋아해주면 몇 배는 더한 만족감이 들더라고요. 자기만족만으로 안 읽히는 글을 쓰기엔 정말 심지가 굳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안될거에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CS지니
    작성일
    17.08.18 09:01
    No. 9

    창작의 기쁨을 아는 강난독님이 멋있습니다.
    <로그라이크 유토피아> 응원할게요. 화이팅!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강난독
    작성일
    17.08.18 11:31
    No. 10

    아이고, 응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임시린
    작성일
    17.08.18 20:41
    No. 11

    정말 공감가네요ㅠㅠ 화이팅합시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강난독
    작성일
    17.08.18 23:03
    No. 12

    임시린님도 화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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