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신인 작가이기도 하지만, 한명의 독자로서 글을 씁니다.
정구 작가님의 블랙 헌터에 대해서요.
그 작품을 읽다가 댓글을 봤는데 많은 독자들이 불만을 쏟아내더군요.
그 중, 주인공의 성격(컨셉, 혹은 설정)에 대해서만 느낀 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다른 모든 것은 제외하고 오로지 주인공의 성격에 대한 부분입니다.
글을 쓰는 작가가 그려내는 캐릭터는 작가의 설정입니다.
블랙헌터 주인공 오춘삼의 캐릭터는 정구 작가가 설정한 캐릭터입니다.
그 캐릭터를 여자를 좋아하고, 별 생각없어 보이고, 임기응변에 강하고,
마지막으로 설사 호구스럽게 보이게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 역시 작가가 설정한 캐릭터라는 얘기죠.
전 개인적으로 제가 최근에 본 문피아 소설 속 주인공의 캐릭터 중, 블랙 헌터 오춘삼의 캐릭터를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게 보고있는 중입니다.
또 가장 ‘소설' 이라는 특성에 맞춘 캐릭터라는 생각도 하고요.
주인공이 싸이코패스 살인범인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그 주인공은 시체를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두번째, 주인공이 화가인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그 주인공은 건설현장 노동자를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소설 아닙니까?
이게 바로 대리만족, 대리경험 등을 위해 소설을 읽는 목적 아닙니까?
시체를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그 주인공의 생각을 옳다 그르다, 혹은 맞다 틀리다라고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건설현장 노동자를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화가의 시선에 대해서도, 옳다 그르다, 더 아름다운 모습도 있다... 이런 얘기를 할게 아니라는 뜻이죠.
주인공이 호구인 소설에서,
그 주인공은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호구스러운 행동과 말을 합니다.
그게 바로 작가가 그려낸 그 주인공 캐릭터에 적합하고 맞는 것 아닙니까?
영화나 드라마의 캐릭터를 생각해 보면 더욱 설명하기가 쉽겠네요.
바보가 주인공인 영화도 있고, 천재가 주인공인 영화도 있습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용감한 히어로 영화도 있지만, 비열하고 계산적이며 자기밖에 모르는 속물같은 인간이 주인공인 영화도 있지 않습니까.
그 주인공들은 바로 작가가 그려낸 캐릭터입니다.
그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지 않는 것이 독자의 권리죠.
하지만 그 캐릭터를 바꾸라고 하는 것은 작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월권이고, 조금 더 심하게 얘기하면 갑질입니다.
독자들이 소설을 보는 최종 목적은 재미이지만,
그 재미는 나 혼자만의 재미라고 오해하지 않는 문피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히어로 주인공을 재미있게 여기는 독자도 있고,
계산적이고 속물적인 주인공을 재미있게 여기는 독자도 있고,
약간 바보스럽고 호구스러운 주인공을 재미있게 여기는 독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의 재미를 위해 남들의 재미까지 침해하지는 말자는 얘기죠.
내 성향에 맞는 캐릭터가 나오는, 나의 재미에 맞는 작품을 골라서 재미있게 읽으면 되는 것이지, 맞지 않는 캐릭터를 바꾸라는 얘기는 요청이 아니라 월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개성이 없는 캐릭터들이 나오는 작품이나, 획일적인 캐릭터, 또는 독자의 요구에 따라 이리저리 캐릭터의 개성이 흔들리는 작품이야 말로 독자들을 위해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없는 캐릭터가 주인공이나 조연으로 나오는 소설과 영화. 개성도 없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등장 인물들의 소설과 영화.
그게 무슨 재미가 있고, 무슨 의미로 보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작가들이 그려내는 캐릭터의 개성과 전체 설정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 취향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만 판단해서 읽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풍토가 이 문피아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각각의 개성있는 캐릭터, 개성있는 설정, 개성있는 세계관.
생각만 해도 골라먹을 것이 가득한 만찬같지 않습니까.
연재한담에서 글은 처음 쓰기 때문에, 이곳에 쓰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곳으로 이동이 필요하면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문피아 작가, 독자님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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