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청운[淸澐.]
맑은 물결이 크게 일지어다.
.......
................
고즈넉한 침묵이 흐르는 숲.
진한 회색 구름 사이로 달빛이 드문드문 떨어졌다.
순간, 구름의 색이 어두워지고 무언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노인(老人)의 얼굴에 뱀의 몸통을 가진 괴물이 여섯 개의 발을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인두사(人頭蛇)였다.
'슈우우우우우우'
그 위로 매끈한 몸을 가진 검은 물체가 인두사의 뒤를 쫒고 있었다. 은색의 사슴뿔에 금안(金眼)을 가진 흑룡(黑龍)이 사납게 울부짖었다.
"지금이야!!"
청운(淸澐)이 소리쳤다. 그 외침에 흑룡, 슈카가 머리를 숙이며 괴물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슈카의 뿔을 잡은 청운의 손에 더욱 더 힘이 들어가고 몸에 두른 까만 천이 가슴에 바짝 붙으며 펄럭거렸다. 그녀의 눈에 인두사의 너덜거리는 비늘이 또렷이 비치는 순간.
'채앵!'
파도를 연상케하는 다섯 개의 날이 위 아래로 선, 기괴한 칼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를 악 물은 청운이 바람을 가르며 인두사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그때였다. 인두사가 갑자기 몸통을 틀어 왼쪽으로 솟아올랐고, 백색의 칼이 아슬아슬하게 몸통을 벗어나 다리를 스쳤다. 다섯 번째 발이 '스걱' 뼈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키아아아아아!!"
'쿵!'
다리가 있던 자리에서 새빨간 피가 쏟아지며 허공에 흩어졌다. 바람 탓에 핏방울이 청운의 검은 머리를 적셨고, 인두사가 분노를 터트리며 슈카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입을 쩍 벌리자 촘촘히 박혀 있는 수백 개의 이빨들이 보였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 순식간에 슈카의 머리를 문 인두사가 거세게 몸을 뒤흔들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의 얼굴엔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가죽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슈카의 핏방울이 사방에 튀었다. 흑룡의 머리가 처참히 뜯겨지고, 생명을 잃은 거구의 몸집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슈카의 몸에서 도움닫기를 한 청운이 두 손으로 칼을 잡은 채 인두사의 머리로 달려들었다.
'푸욱!'
다섯 개의 날이 인두사의 머리를 차례로 찍었고, 뜨거운 피가 온몸으로 '촤아아아' 쏟아졌다. 칼에 짓눌리는 이마 아래로 괴물의 눈이 조금씩 혼탁해져갔다. 중력에 사로잡힌 청운의 몸이 바닥으로 꺼지면서, 피범벅이 된 얼굴이 널부러져 있는 흑룡의 시체로 향했다. 난데없이 청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수고했다. 슈카."
불현듯 머리를 잃은 몸체가 꿈틀거렸다.
*인두사(人頭蛇)
사람의 머리를 한 뱀요괴로서 어린 아이를 잡아 먹는다. 몸길이 4m, 수명 120년.
*추신:서적을 참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괴물은 제가 상상해서 만듭니다. 위의 인두사의 경우도..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고, 그럼 시작합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