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소설의 주요 인물에 대하여

작성자
Lv.10 단하[丹霞]
작성
15.10.03 18:05
조회
614

 예전에 글이라는 게 써다보면 애초에 구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작가의 말을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인물이 튀어나와 글의 흐름을 바꿔 놓는다던가 처음에는 애정이 없었던 인물에게 새로 애착을 갖게 된다던지.

 즉 글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작가가 아니라 인물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그 인물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작가 본인조차 예측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 구상한대로 글을 쓰면 될 것이지, 하고 이해를 못했던 저도 그런 신기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무협소설을 처음 시작하면서 대충 큰 줄기는 구상을 끝내둔 상태였고 그에 걸맞는 주요 인물들도 이미 정해져 있었씁니다.


 제 소설 첫 부분에 등장하는 젊은 승려는 그야말로 행인1 정도의 역할밖에 가지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역할을 줄 생각은 꿈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등장 장면이 많지도 않았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 젊은 승려가 살인 장면을 목격하고 누명을 쓴 뒤에 천하를 방랑하는 설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씁니다.


 어라, 이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이렇게 되면 소설의 상당한 부분을 이 인물에게 할애해야 하잖아. 머리가 아피지겠는데.


 당황하여 이 인물의 역할을 애초 구상처럼 축소시켜야 하나 고민하는데, 어렵소? 나도 모르게 이 인물에게 애착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중요 인물이 아니어서 처음에 다소 경박하고 은근히 돈을 밝히는 속물로 그려 뒀는데 [그나마 많은 묘사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의 처지에 은근히 동정심이 생기고[내가 그리 만들어 놓고서는 이건 또 뭔 감정?]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더군요[내가 정해줘야 할 일인데? 그래도 궁금해!]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이 경박하고 평범한 젊은 승려가 제 갈길을 가는 걸 두고 보자 하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다른 작가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한 적 없으신가요?


 


 


 

 


Comment ' 8

  • 작성자
    Lv.15 Clouidy
    작성일
    15.10.03 18:08
    No. 1

    지금 현재진행형입니다. 스토리 다 짜놨는데 계속 수정하게 되네요

    미리 짜놓은 스토리보다 즉흥적으로 만든 스토라가 더 잘 들어맞는 것 같은 느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아라나린
    작성일
    15.10.03 18:52
    No. 2

    전 역할상 필요한 인물인데 진짜 쓰기 싫었던 기억이 있네요. 파티에 끼어드는 부분에서 슬럼프가 와서 결국 휴재 했었죠.
    지금 새로 쓰고 있는 것에서는 흠... 원래 그냥 엑스트라였는데 아는 작가님이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하셔서 비중이 늘어난 정도? 아무래도 큰줄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토리까지 짠 상태에서 쓰다보니 인물이 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없네요. 제가 몰입을 그만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ㅎㅎ
    대신 주인공보다 더 애착이 가는 인물들은 있어요. 쓰기 쉬운 성격이라든가 (맘대로 말해도 걘 원래 그러니까 하고 넘어가게 되는 인물 있잖아요 ㅋㅋ), 이성으로서 더 매력적인 인물이라든가 (루트를 바꿔야 하나라고 고민하게 될만큼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03 19:50
    No. 3

    그런 경험이야 누구나 겪게 되지 않을까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캐릭터를 강제하려 하지 말고 캐릭터들이 뛰어 노는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겁니다. 작가가 설정하는 공간 밖으로 튀지 못하도록 강하게 결계를 치는 거죠.
    그러면 캐릭터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개성이 두드러지고 디테일도 그만큼 살아나죠. 큰 흐름도 작가가 계속 장악할 수 있구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단하[丹霞]
    작성일
    15.10.03 20:07
    No. 4

    안 그래도 이렇게 케릭터들이 내 예상밖으로 늘어나면 이야기가 중구난방 식으로 흩어지지 않을 까 걱정이었는데 한혈님이 해답을 주시는군요. 그런데 그 공간에 결계를 쳐서 장악하는 능력이 제게 있을까 걱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03 20:55
    No. 5

    캐릭터 쫓아다니는 카메라 역할을 하지 말고, 작가가 공간 안으로 들어가야죠.
    카메라는 동선의 제약이 너무 많아요. 레일도 깔아야 하고. 절대 카메라가 되어선 안됩니다.

    반경 팔십장! 내 시야 밖으로 나가면 너희들은 죽어! 그 안에서만 맘껏 놀아!

    작가 자신은 캐릭터를 쫓아가는 카메라가 아니라, 4D 네이게이터죠. 캐릭터들의 머릿속, 마음속, 위장, 허파.. 어디든 다 돌아다닙니다. 감지되는 모든 것이 디테일이라 쓸 게 넘쳐 나죠. 분량을 줄이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카메라로는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치밀하게 사건을 엮으려 하는 겁니다. 사건과 캐릭터가 안맞으면 캐릭터가 밖으로 튀죠. 아니면 분명 캐릭터의 동선인데 카메라 레일이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물론, 결계 바깥은 4D의 범위가 아니죠.

    4D는 굳이 정의하자면 3D의 어디든 관통할 수 있는 작가의 직관입니다. 물론 결계 내에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휘동揮動
    작성일
    15.10.03 21:58
    No. 6

    아예 캐릭터들 맘대로 놀게하는 경우도 있어요. 스티븐킹이 대표적인 예죠. 작가 말에 따르면 그의 대표작인 \'스탠드\'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이런 경우는 약간 도박인데, 정말 기상천외한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졸작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요. \'캐리\'같이 독창적인가하면 \'언더더돔\'처럼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죠. 스탠드도 끝이 좀 아쉬운 케이스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작가님 스스로 자신의 방식을 찾아야 해요. 존그리샴이나 로빈쿡같은 경우를 \'아키텍쳐\'라고 부르더군요. 그만큼 글을 쓸때 도면을 그리듯 완벽한 청사진을 그린다고 해요. 하지만 스티븐킹이나 조지rr마틴같은 경우는 캐릭터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편이죠. 어느쪽이 옳다고 할수는 없어요. 작가에게 맞는 방식이 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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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10 단하[丹霞]
    작성일
    15.10.03 22:06
    No. 7

    글을 쓰면서도 주요 인물들 외에는 캐릭터의 구축에 깊은 고민이 없었는데 답글들을 읽어보니 여러 방식이 있군요. 어느 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 같은 겅우 아키텍쳐에 가까운 성향인 줄 알았는데 예상 외의 캐릭터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당황했었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휘동揮動
    작성일
    15.10.03 23:48
    No. 8

    그런데 그런 경험 재미있지 않나요? ^^ 저는 좋던데.
    개인적으로 추천하자면, 나중에 다 지우고 수정하게 되더라도 캐릭터가 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끝까지 가보는 걸 추천해요.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캐릭터에 깊이가 생기고 몰랐던 부분도 발견하게 돼죠.
    무엇보다 그런 현상은 작가님이 글에대한 몰입도가 높아졌을때만 발생해요. 그때는 애써 몰입을 깨는것보다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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