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살짝 휘감고 지나간 자리에 풀잎이 맴돌았다.
" 그대들이 이 몸을 그렇게 줄기차게 뒤쫓아온 이유가 뭔가? "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평야에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명하고 당당하게 서있는 모습. 나이는 40대 정도로 젊어보였지만 은연중 비치는 기세는 한 평생을 도를 닦아온 신선을 보는 듯 했다. 검은머리를 한데 모아 푸른 영웅건으로 묶어 뒤로 넘기고 하얀 무복을 입은 그는 조용히 뒷짐을 진 채로 주위를 둘러싼 인영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와 눈을 마주친 사람들은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얼굴을 돌렸다.
그런 인영들 사이에서 늙었지만 청명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마천루주여~ 진정 몰라서 물으시는게요? "
마천루주의 앞을 둘러싼 인영들이 좌우로 갈리고 그로부터 붉은 도복을 입고 수염을 길게 기른 노도사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근엄한 목소리와 자세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노도사의 얼굴은 마치 험상궂은 장비를 보는 듯 했다.
" 본인이 마천루주인 것은 틀림이 없으나 그대들에게 이리 추궁당할 만한 행동을 한 기억은 없소. 본인이 지은 죄가 있다면 어디 영명하신 무당의 일타선께서 지적해주시구려."
붉은 도포를 걸친 노도인..일타선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 허어..진정 모르겠다는게요. 그대가 세운 마천루에서 얼마나 많은 마인들이 쏟아져나와 강호를 어지럽게 하는지..그대가 키운 그 많은 작가마인들의 절단마공에 희생된 강호인들이 한둘인줄 아시오?"
마천루주의 눈살이 잠시 찌푸려졌다.
" 그것이 본인의 잘못이란 말이요? 본인은 배경이 없어 지닌바 능력을 피우지 못하는 영재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한 것일뿐. 그로 인해 강호의 무공비급들이 깊어지고 많아진 것은 강호를 위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오만.."
" 닥치시오!! 그렇게 만들어진 작가마인들 손에 의해 쓰러진 정파의 독자들의 피를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는 것이요?! 마천루의 마공들은 존재해서는 아니될 사악한 것들. 그대들의 절단마공에 의해 갈라진 젊은이들의 가슴과 연중마공에 의해 주화입마로 쓰러진 은거기인들을 대신하여 당신을 단죄하겠소!!"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일타선은 검을 빼들었다.
" 허허..마공도 극에 이르면 정공과 다름이 없는 것을..사악하다고 배척을 하다니..그대들 정파독자들의 위선적인 행동 때문에 피해를 입은 작가마인들도 한 둘이 아니오. 서로가 한발씩만 양보하면 강호가 평화로와질텐데..굳이 이렇게 검을 들어야겠소?"
" 그대들 작가마인들의 사악함을 용서할 생각은 없다! 하앗!"
일타선의 발이 구궁보를 밟자 신형이 흐릿해지고 뻗어지는 팔에서는 여러개의 둥근 원이 소용돌이쳤다. 무당파의 양의검이었다. 일타선의 검에서 뻗어나온 검의 소용돌이가 마천루주의 몸을 덮어갔다.
" 하앗!! 절단마공!! 참!"
마천루주의 팔이 허공을 격하고 휘둘러졌다. 분명 손에는 아무것도 없는 맨손일진데 휘둘러진 손 그림자에서는 강기의 칼날이 허공을 수놓았다. 일타선에게서 뻗어나간 검의 그림자는 마천루주의 강기의 칼날에 속절없이 갈라졌다. 순간 일타선의 몸은 허공으로 치솟았고 절단마공의 강기의 칼날은 발밑으로 사라졌다.
" 헛..과연 제운종의 신법은 명불허전이외다."
마천루주의 신형이 뒤로 이동하며 공중에 떠있는 일타선을 바라보았다. 허공에 떠있는 듯이 보이는 일타선의 검이 커다란 원을 그리는 순간 강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아직 강기는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마천루주의 옷이 펄럭이고 피부에 가는 혈선이 생겨났다. 마천루주는 입술을 질끈 깨문채 오히려 강기의 폭풍속으로 한발을 내딛으며 두 손을 합장하듯 가슴에 모았다. 그런 마천루주의 손에 붉게 빛나는 강기의 작은 공이 생겨났고 일타선의 검에서 생겨난 폭풍이 몸을 뒤덮을 무렵 두 손이 앞으로 펼쳐졌다.
" 타앗!! 연중마공!! 혈탄강기!!"
-콰앙!!
하얀 검기의 폭풍과 붉은 강기의 공이 맞닿은 순간 엄청난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로부터 파생된 엄청난 폭풍에 나무가 흔들리고 풀잎이 스러지며 먼지폭풍이 일어나 눈 앞을 가렸다.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던 주위의 인영들도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했고 저마다 바람속에서 균형을 잡기 바빴다.
먼지가 가라앉고 드러난 두 사람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마천루주의 상체에서는 갈라진 옷깃 사이로 혈선이 두드러지고 영웅건으로 감싸여 있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바람에 흔들렸다. 마천루주의 앞에 3장을 격하고 내려서 있는 일타선의 모습은 입가에 살짝 내비친 한줄기 핏줄기 외에는 변함이 없었다. 주위에서 바라보면 인영들의 입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일타선 만세!! 마천루주의 마지막이다!!!
그러나 마천루주를 바라보는 일타선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마천루주의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마천루주의 입이 열렸다.
" 과연 일타선은 대단하오. 그동안 수많은 작가마인들이 일타선의 선공에 견딜수 없다 하였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소. 정파의 독자들이 기다리던 영웅답구려."
" 이것이 끝이 아니외다. 본인의 깨달음으로 그대를 편히 쉬게 해주겠소. 이제 이 일검으로 강호에 영원한 평화가 오길 바라오."
일타선의 눈이 빛나고 서서히 검을 왼쪽으로 치켜들었다. 일타선의 입이 벌어지는 순간 검은 수평으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 일ㆍ타ㆍ혜ㆍ검!!!"
검이 지나간 자리로 하얀 선이 생겨나고 그 선은 기세와 달리 조용하게 마천루주를 향해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마천루주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 다시금 마천루주의 손이 가슴으로 모아졌고 하얀 선이 가까워진 순간 양옆으로 조용히 벌려졌다. 그리고 마천루주의 입에서 힘찬 소리가 터져나왔다.
" 절단마공 최후절초!! 군ㆍ림ㆍ천ㆍ하!!!!"
외침에 비해 주위는 조용했다. 적막이 흐르고 변한 것조차 없었다. 아니 변한 것은 있었다. 마천루주를 향해 다가오던 일타혜검의 하얀 궤적이 스러지고 있었다. 일타선의 눈이 부릅떠졌다.
" 이...이것이 무엇이오...."
-휘이잉~
마른 바람이 불자..마천루주와 일타선을 둘러싸공 있던 인영들이 쓰러졌다.
" 절단마공 후삼식 군림천하 1식과 2식이오."
" 구...군림천하...1식..2식..."
" 검정중원과 종남재림 이라 하오.."
일타선의 몸이 부들부들 흔들리기 시작하고 목소리마저 떨려나왔다.
" 무..무섭구려...이건...바로...심검의 경지...어..어찌하여..마공에 이런..경지가..."
" 딱하구려..일타선옹. 극에 이르는데 마공이면 어떠하고 정공이면 어떠하오. 극에 이르면 모두 같은 것일 뿐이오.."
일타선의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
" 하..하지만...저..정파의 독자들도...가만히..있지는 않을 것....바...반드시...이..이정도는...너..넘어설..것..."
-털썩
일타선의 몸이 쓰러졌다. 그것을 무심히 바라보던 마천루주가 몸을 돌렸다.
마천루주의 몸이 멀리 사라져가면서 조용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 이것이 절단마공의 끝이 아니외다. 아직 최후절초가 남아있소. 미안하지만 일타선옹..
진정 군림천하를 넘어서는 무공은 정파의 독자에서는 나오기 힘들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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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냐...
역시 전 글을 못써요...ㅠ_ㅠ
그나저나 군림천하...3부 7권은 과연 언제 나올까요..ㅠ-ㅠ
음...일타선...며..명예훼손이..될려나요? ;ㅁ;
그..그치만 마인에 대항할 영웅은..오직..수설화님뿐..쿨럭...
요..용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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