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검신이라는 소설을 한마디로 간결, 개성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권태로운 주인공, 스피디한 전개, 군더더기 없는 전투씬, 매끄러운 문체, 감초같은 xx씬.
일단 주인공은 귀찮은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현상금 사냥꾼입니다.
누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 역시 남에게 무엇을 바라지도 않죠.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무심하게 내팽개치고, 귀찮다는 이유로 자신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남기고 떠나버리려 할 정도로 괴짜입니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이건만 역시나 작가의 전지전능 신공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지겹다는 눈으로 세상의 시비를 피해가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항상 우연한 시비에 말려들고 맙니다.
그럴 때마다 "귀찮으니 저리가" 를 연발하나, 적들은 불나방처럼 덤벼들고 죽어나갑니다.
사부라 불릴 인물도 없이 돈으로 산 무공들로 전전하다 우연히 고인에게 한수 가르침을 얻어 무도의 길로 접어들면서부터 점점 초고수들을 격파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전개는 스릴 만점입니다.
전투장면 역시 쾌검수이기 때문에, 전투 하나로 질질 끄는 중국식이나 전투 장면 하나로 몇 페이지를 넘기는 실전무협들과는 다른 스피디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다른 재미는 여러 주연,조연들의 개성있는 성격들을 잘 표현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보통 악인의 경우는 카리스마적인 절대자나, 단순히 악행만을 일삼다 주인공의 한칼에 죽어나가는 불쌍한 존재로 많이 고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신의 경우는 좀 독특합니다.
악인이라도 회개를 하여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협객 못지 않은 의리를 보여주는 존재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무심하게 베어버리는 더 악인 같은 존재도 있죠. (환유성!!!)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약방의 감초같은 악인궁 5인방.
한 세력의 주축을 이루는 신분들임에도 주인공이 나타나면 안면 몰수하고 달아나기에 바쁩니다.
그것도 단순히 크카카카, 흐흐흐, 켁 의 단순한 성격들이 아니라 '내가 살아야 되니 형이 먼저 죽으슈' '동생 니가 대신 죽어라' 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동생을 버린 비겁한 인간이 감히' 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끝까지 위엄을 살리려는 맏형의 비열한 모습 역시 한편의 코믹극을 보는 듯합니다.
또 다른 재미는 여성 주인공들을 들고 싶습니다. (위의 글과 같은 건가.)
이건 제가 1세대 무협에 대한 편견을 갖게 만든 것으로 (그렇지 않은 작가님들이 더 많습니다. 다만 그런 분들이 워낙 다작을 하셨기 때문에.^^)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진행시키는 정사씬이나, 주인공에 한눈에 빠져 스스로 치마를 내리는 여인들에 대한 황당한 기억들이었죠.
천하기녀에 남자를 발끝의 때만큼도 안 본다면서 주인공만 만나면 천하탕녀 저리 가라식으로 하룻밤을 요구해댑니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일단 관계에 들어가면 '낭자 아니되오' 를 연발하면서 어느새 작업모드로 들어가는 음흉함과, 타인의 손을 거쳐간 여인들은 철저히 외면해 버리는 비정함에도 역시 질려 있었죠.
부인과 첩이 있음을 알면서도 스스로 첩이 되려는 재녀들이라는 설정 역시 상당히 어거지성이 많았죠.
오래전에 읽은 한 소설은 특히 좀 심했죠. (그 작가님께는 죄송합니다만.)
백명의 첩이라니. 일년에 세번 남편 얼굴 보는데 그래도 첩으로 못 들어가 안달이더군요.
하지만 검신의 여성 주인공들은 참 독특합니다.
남자같은 호방함과 좋아하는 남자에게는 끝까지 들러붙으려는 끈질긴 성격의 여인이 있고, 첫사랑의 연정을 품었다가 주인공에게 가족과도 같은 사람을 잃고 순식간에 원수가 되어 애증 사이에 갈등을 하는 여인도 있고, 목적을 위해서는 몸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굴릴 수 있는 교활한 성격의 여인도 있고, 받아들여주지 않을 사랑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사랑을 지켜나가려는 순정을 가진 여인도 있습니다.
주인공의 성격 역시 '안되오'를 연발하는 위군자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을 때는 그냥 손을 대고 (강제로 손을 대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천하미인의 유혹에도 무심으로 넘기는 깨끗한 성격입니다.
xx씬도 전형적인 묘사가 아니라 작가님의 필력이 녹아 있어 어떨때는 왠만한 에로소설 저리 가라 식이고, 어떨때는 왠만한 코믹 연애물 저리 가라 수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장의 개념을 들고 싶습니다.
전 제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으로 와룡생의 군협지와 만화책인 드래곤볼을 꼽고 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바로 성장소설(만화)이라는 것이었죠.
하급무사가 인생의 고난을 겪으면서 하나하나 적수들을 꺾으면서 최고가 되어가는 모습.
인간승리가 빛을 발하면서 세상의 인정을 받게 될 때의 그 감동은 정말이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검신 역시 변방의 일개 현상금 사냥꾼인 환유성이 여러 강적들과 맞서 싸우며 기연을 만나 점점 강해지면서 자신의 궁극점인 검신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가슴을 졸이며 보고 있습니다.
딸리는 글솜씨라 청산님께 오히려 누가 되지 않을런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고무림에서 읽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고, 그 중에서도 연재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훌륭한 필력을 보여주시는 작품인지라 추천글을 올립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감히 추천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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