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3 風量刀
작성
03.08.10 10:00
조회
1,320

제  목:라면이 좋은 이유                                관련자료:없음  [3209]

보낸이:강지혜  (바람꽃  )  1999-02-25 18:47  조회:92

  ⊙ 라면이 좋은 이유

  "난 정말 라면이 좋아요. 라면은 질리질 않아요. 나는 라면만 먹고

   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는 라면을 참 좋아했다. 나는 그가 아직 애들 같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애처럼 생라면을 부숴먹질 않나,  가지가지  라면을

  골고루 사다 먹어보질 않나, 덜 끓였다 많이 끓였다 라면으로 갖은

  요변을 떨어 대는 폼이 철이 덜 든 애들 같았다.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인가 저녁무렵 전화를 건  그가 [왜

  라면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들어보겠냐고 제의를 했다.

  

  "말해 봐요. 왜 라면이 좋은 건데?"

  "듣고 나서 울지 말아요. 우리 형님이랑 누나는 듣더니 막 울던데."

  "호호. 내가 어린앤가. 얘기 해 봐요. 어떤 사연이 있길래."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요. 나."

  "해 봐요. 왜, 어릴 때 라면 먹는데 누가 못 먹게 했었어요?"

  

  나는 장난스럽게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웃으면서 그 이

  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팠어요. 요양원에 오래 계셨는데

   국민학교 6학년 때인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버스랑 기차를

   갈아타고 3시간여 떨어진 요양원에 엄마를 찾아갔어요. 엄마는 많

   이 헬쓱해 졌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엄마를 본다는 건. 그렇잖아요.

   저녁때가 되어 도착한 나는 그저 엄마가 보고 싶었던 마음에 배가

   고픈 것도 몰랐었나 봐요. 엄마랑 근처 허술한 여관에 들어갔는데,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엄마는 애처로웠는지 나를 이

   끌고 주변 식당을 찾아갔는데, 모두 문을 닫은 후였지요.

   엄마는 자꾸 뭔가 사주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아무데도 먹을 만 한

   건 팔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관주인에게 사정한 끝에 우리는 생라

   면 두 개를 얻을 수 있었어요.  밤새도록. 엄마랑 함께 그 라면을

   부숴가며 먹었어요.  그게 어찌나 맛이 있던지. 뜬눈으로 밤을 샌

   다음날 엄마는 있는 돈 없는 돈 모아서 내 주머니에 쑤셔  넣어주

   었어요. 차비래요. 나는 정말 오기 싫었는데, 정말 오기 싫었는데.

  

   그리고 집에 와서 형이랑 누나한테 그 이야기를 해 줬어요.  그랬

   더니 막 우는 거여요. 형이랑 누나는 나보다 많이 여려요. 후후후.

   엄만, 그렇게 거기 계시다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라면에 서린 엄마가 그리워 부벼대는 그의 모습이 반짝거리며 하늘

   로 날라가 별빛이 되었다. 수화기 너머의 그는  지금 눈을 감고 있

   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어느새 밤하늘에 가득 찬 별들이 오늘따라 꽤나 눅눅한  빛을 흩뿌

   리고 있었다.

nooy..라면을 먹으면 코 끝이 찡할 것 같은..

에필로그…..

그는 무협소설 작가가 되었다. 한수오 라는 작가…

그와 연락이 끊어진 지 꽤 되었는데.

무척 심성이 고운 사람인데……

다음에 만나면 라면을  함께 먹어야 겠다. 2003.8

------------------------

하이텔에서 우연히 발견한 글입니다. ^^;


Comment ' 14

  • 작성자
    Lv.1 비류
    작성일
    03.08.10 10:06
    No. 1

    참 슬프면서도 애틋한 부모님의 사랑에 관한....흑흑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武林
    작성일
    03.08.10 11:09
    No. 2

    어엇..감동먹었씀다..라면..앞으로 애도와 신중한 마음으로 먹어야 하겠군요.. 아..그리구 이 글을 읽고 한수오님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방금 서장을 읽었는데 재밌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ch******
    작성일
    03.08.10 11:10
    No. 3

    이 글을 계기로 연락이 되어, 그 분과 함께 라면을 드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 갑자기 배가 고픈데... 그래도 난 이미 공복감을 망각하게 하는 하얀 가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로 했기 때문에...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하얀나무
    작성일
    03.08.10 12:38
    No. 4
  • 작성자
    Lv.62 앙탈부리
    작성일
    03.08.10 15:47
    No. 5

    음...
    라면 물올리게 만드는 군요 ㅠ.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박투
    작성일
    03.08.10 16:15
    No. 6

    흠.. 애절하네요 문득 그때 부셔먹은 라면이 무슨 라면인지 궁금합니다. ㅠ,.ㅠ 왜 이런게 갑자기 궁금해 지는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장군
    작성일
    03.08.10 19:47
    No. 7

    코 끝이 찡 합니다. 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뭘 봐?
    작성일
    03.08.10 21:46
    No. 8

    오늘 우리는 한수오의 양각양을 감사한 마음으로 읽습니다. 아 배고파...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8 雪竹
    작성일
    03.08.10 23:03
    No. 9

    잔잔한 감동이 가슴속에서 물결치는군요. 그분과 꼬옥 연락이 재개되기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한수오
    작성일
    03.08.11 01:10
    No. 10

    강지혜님은 시인입니다.
    오래전에 글 공부를 했었는데, 이후 시집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분 글을 보게 되다니, 기쁘군요. ^^

    라면이 좋은 이유는 제 추억이죠.
    이 글은 1998년쯤 모 월간지의 부탁으로 <라면이 좋은 이유>라는 제목을 달고 쓴 것인데, 본문은 제 컴 어딘가에 따로 있습니다. 여기 올린 글은 아마도 당시 제 이야기를 들으신 강지혜님이 약식으로 쓰신 것 같습니다.
    추억을 되살리게 해 주신 풍황도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우리집링크
    작성일
    03.08.11 02:03
    No. 11

    아.....라면에 이런 가슴아픈 사연이...
    라면 먹으면서 이거 읽다가 심각해졌습니다....
    갑자기 외국에 계신 말년휴가때 보고 못본지 2년이 다 돼어가는 엄마의 얼굴이.... 저는 행복한거군요..전화라도 할수있으니..
    작가님 화이팅! 힘내세요..
    라면 드시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제가 콩나물 라면 , 오징어 라면 , 카레라면 잘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風量刀
    작성일
    03.08.11 08:56
    No. 12

    어흑.. 이런.. 폰트땜시 글자가 헷갈리셨나 보네요 ^^;
    량자입니다. 흐흐... ^^;; 그럼~
    p.s 저도 라면 잘한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여우비
    작성일
    03.08.11 11:13
    No. 13

    눈물이 주루룩~
    갑자기 엄마 생각이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작성일
    03.08.11 12:18
    No. 14

    뭘 봐?님 양각양은 한수오 님이 아닌 한상운 님의 작품이예요. -_-;;;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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