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슬럼프에 관하여.

작성자
Lv.22 렉쩜
작성
14.10.30 09:31
조회
1,659

저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고등학교때 경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클래식음악을 했습니다. (검색포털사이트에 튜바를 검색해보세요.)

거의 고2끝무렵, 고3가까이 되서 시작했었죠. 내가 하고싶은 일이고 이 일로 밥벌어먹겠다 해서 시작했습니다.

늦게 시작한걸 알기에 오전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오전 6시까지 학교연습실에가서 아침연습하고 7시에 조례들어가 조례끝나고 다시 연습실로 내려가서 오후 1시까지 연습하고 밥먹고 1시간 쉬고 연습하고 오후 6시에 저녁먹고 1시간 쉬고 12시에 학교 나와서 집가고 그랬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30분은 잡아야 했죠. 

처음에는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아는게 늘어날수록 제 부족한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노력의 부족이라 생각했습니다. 해외 마이스터들의 음악을 듣고 어떻게하면 저렇게 연주할수 있을까 연습하지 않을때면 연구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고등학교때 쓴 mp3안에 있는 5분짜리 입시곡 재생횟수가 2천번이 넘었습니다. 부분반복재생까지 포함하면 1년동안 그 노래밖에 안들었죠.) 

슬럼프가 언제 왔는지 몰랐습니다. 어느순간 내가 하는 연주가 너무 쓰레기같았고, 실제로 레슨이나 친구끼리 피드백에서도 긍정적인면은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죽고싶고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패물을 팔아 레슨비를 대셨었고 누나는 알바에 치여 학점과 친구를 잃었고 아버지는 사채를 끌어다 쓰셨었습니다. 그 결과가 이런 쓰레기라니..

밑도 끝도 없는 슬럼프를 끝낸건 제 선생님이었습니다.

레슨을 받던 중,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제 싸대기를 때리시더군요.

참고로 제 선생님은 저희집이 가난한걸 알고 일부러 레슨시간을 밥때에 맞춰 잡고 레슨을 가면 \"렉쩜아 밥 안먹었지? 먹고 레슨하자.\" 항상 이러셨고 레슨비가 밀려도 레슨을 다 해주셨었습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죠.

여튼 그런 선생님이 뺨을 때리고 하신 말씀이 이거였습니다.

\"너 내 제자 맞기는 하냐? 내가 레슨때 지적하던게 뭐냐?\"

당연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제 연구결과에 혼자 취해서 연습을 했으니 선생님 말따위가 생각날리가요.

제 슬럼프의 객관적인 원인이 뭐였냐면, 소리 음정 박자였습니다. 기초중에 기초가 부실해서 생긴 슬럼프였는데 그걸 완벽히 하고나서 써야할 고급기교들을 계속 사용해서 나는 불협이었습니다.

그걸 주변사람들은 계속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저만 혼자서 \'내가 얼마나 연구하고 연습했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연구하는 마이스터보다 연주도 못하면서! 그사람거 듣지도 않았나.\', \'반주깔리고 제대로 들으면 다를텐데 왜 이걸 트집잡는지 모르겠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죠. 고집과 자화자찬에 빠져 나보다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있었죠.


슬럼프다 생각이 드시면 남의 생각을 빌려 그 관점으로 지켜봐 보세요. 인정하긴 싫겠지만 보이는게 있을겁니다.


Comment ' 16

  •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4.10.30 09:51
    No. 1

    우워...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렉쩜
    작성일
    14.10.30 09:53
    No. 2

    제 경험담이지만 제가봐도 소설같습니다.. 저는 운이 참 좋은거 같아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0.30 09:50
    No. 3

    사람은 자신의 문제점을 자신은 모르고있을때가 종종있는거같아요 매너리즘일때도있고..옆사람은 알고있는데 정작 제자신은 몰랐을때..저도 그런경험이있는데.. 이야기들을때는 막상 당황스럽고 부끄러웠지만..돌이켜보면 저에게는 득이 된거같아요..초심으로 다시 생각할수도 있게해주고..이래서 사람은 혼자살수없구나란 생각도 들고.. 제 부족함을 항상 느끼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렉쩜
    작성일
    14.10.30 09:52
    No. 4

    저도 슬럼프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실력이 일취월장한게 느껴졌었습니다. 대학도 갔죠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Bibleray
    작성일
    14.10.30 09:55
    No. 5

    저에게 있어서 슬럼프는 다른게 아니라 '문학의 상업적 장래성' 인것 같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글써서 먹고 살 수 있겠냐고, 네 글은 그리 인기있는 스타일도 아니지 않냐고 하도 들어서...
    그거가지고 먹고살지도 못할거면서 왜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냐고 많이 듣네요.
    학창시절땐 어른이 되면 편하게 글 쓸 수 있을 거 같았지만, 막상 어른이 되니 현실은 결코 그렇게 녹록하지 않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젤라
    작성일
    14.10.30 10:15
    No. 6

    다른 사람이 저의 단점을 지적해줄 때 정말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스스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는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글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키르슈
    작성일
    14.10.30 10:19
    No. 7

    좋은 말이로군요. 그리고 원래 사람은 자기자신에 대해서 파악이 제일 안됩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자신이 확실하지요.
    그리고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할 수록 슬럼프가 적게 오거나 기량의 하향세가 늦추어지는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산중기인
    작성일
    14.10.30 10:41
    No. 8

    슬럼프를 환절기에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가벼운 감기 정도로 여기고 칭찬을 입에 달고 사는 “천사 같은 사람”과 대화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던지 “슬럼프!!...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참으로 멋지지 않나?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내게 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슬럼프를 극복하면 어떠할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렉쩜
    작성일
    14.10.30 10:43
    No. 9

    실은 불안감이 제일 크죠. 갑자기 기침이 나기 시작하는데 병명을 모른다. 기침에 좋다는건 다해봐도 안된다. 폐암인가???
    하지만 병원에서는 감기랍니다. 요런 느낌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산중기인
    작성일
    14.10.30 11:10
    No. 10

    과민반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렉쩜
    작성일
    14.10.30 11:15
    No. 11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슬럼프에 빠진 사람은 죽을맛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푸르샤
    작성일
    14.10.30 11:52
    No. 12

    이게 좀 비현실적으로 들리실지 모르지만요.
    슬럼프나 우울증 희노애락애오욕 같은 감정 혹은 의식의 흐름은,
    생겨남이 있으면 반드시 소멸된다는 것이죠!
    파도가 바람에 의해 일어났다 스러지듯이요.
    문제는 사람들이 그런 감정들에 자기를 동일시 한다는 겁니다.
    그런 감정이나 의식의 상태가 본래 자기인 줄 알고요.

    그걸 아신다면,
    그런 감정들이 일어날 때 조용히 지켜보세요.
    흐르는 강물 바라보듯이요.
    그러면 잠시 후에 그런 감정이나 의식상태가 사라짐을 발견할 겁니다.
    그 다음에는 바라보는 존재 자체(진아)도 사라져 완전 무념무상 상태가 됩니다.
    이를 바라보기, 관법, 비파사나, 서양에서는 Watching 이라고도 합니다.
    저의 경우 잠자는 저의 모습을 바라본 적도 있습니다.
    선승들은 죽어가는 본인의 모습도 볼 수가 있다네요.
    요지는 가아와 진아가 있는데, 가아는 죽으면 사라지는 것들, 진아는 죽어도 연속되는 것,
    즉 생성소멸하는 가아를 자기라고 동일시 하지 말고, 가아를 바라보는 자아를 체험해보세요
    그걸 각성이라 하고, 성경에서 말하는 깨어있음의 의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렉쩜
    작성일
    14.10.30 12:00
    No. 13

    아마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입시전에 자살했을겁니다. 제 음악노트에는 아직도 유언장이 있습니다. 상황이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정도로 녹록치 않았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푸르샤
    작성일
    14.10.30 12:04
    No. 14

    훌륭한 선생님을 두셨습니다.
    렉님의 인복입니다. 종종 선생님은 찾아 뵙는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렉쩜
    작성일
    14.10.30 12:06
    No. 15

    물론이지요 ㅋㅋㅋㅋ 제 은인이신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0.30 14:15
    No. 16

    이 글을 보니 전 스승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 사람마다 전부 의견이 다르니...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정체성의 혼란을 자주 느끼고 있는 지도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40111 추천 회사원 마스터, 추천합니다. +3 Lv.1 [탈퇴계정] 14.11.02 6,140 0
140110 홍보 (자유/판타지)'기억의 잔영[Garden Of Memories]' ... +5 Lv.9 ELUSY 14.11.02 2,598 2
140109 한담 제가 만약 회귀를 한다면...? +14 Lv.41 거믄밤 14.11.02 2,077 2
140108 요청 다른 작가님들은 엔터를 어떻게 활용하세요? +4 Lv.25 독불이한중 14.11.01 2,257 0
140107 한담 독자인 제가 만약 회귀물의 주인공이 된다면.? +16 Lv.99 졸린하루 14.11.02 4,693 1
140106 홍보 [일연/SF] 가벼운 은하전기, Transzendenz를 홍보... +2 Lv.14 [탈퇴계정] 14.11.01 2,677 1
140105 추천 담적산 작가님의 무협신작 안녕, 애꾸를 추천합니다. +5 Lv.16 27**** 14.11.01 3,792 4
140104 알림 10월 무료 소설 완결작 +20 Lv.18 나카브 14.11.01 3,453 20
140103 한담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지만... +16 Lv.16 TrasyCla.. 14.11.01 3,557 3
140102 한담 연참대전 참가를 신청했습니다 Lv.18 온실라 14.11.01 1,699 2
140101 한담 구독자 통계가 참 재밌어요 +9 Lv.16 네르비 14.11.01 2,609 1
140100 한담 스마트폰의 인터냇 목록 실종 복구 방법 좀요.... +2 Lv.81 우룡(牛龍) 14.11.01 2,978 1
140099 홍보 [자연/ 판타지] 집배원 폴 홍보합니다 +8 Lv.9 Harooo 14.11.01 1,920 4
140098 한담 드디어 연참 참가 버튼이....후훗. +18 Lv.67 레니sh 14.11.01 3,026 1
140097 한담 방금 연참대전참여 버튼 있길래 눌러봤는데 +2 Lv.15 Clouidy 14.11.01 1,859 0
140096 한담 내가 말하고싶은걸 쓰는걸까요? 남이 듣고싶은걸 ... +15 Lv.50 돼지앙 14.11.01 2,153 1
140095 한담 정통 판타지란 뭘까요.... +25 Lv.13 理本 14.11.01 4,023 1
140094 홍보 [일연/현판+게임]판도라의 미궁 홍보합니다. Lv.83 룰창조 14.11.01 2,622 0
140093 한담 요새 자기 자신한테 환멸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39 Lv.27 Bibleray 14.11.01 3,746 2
140092 한담 여성독자들이 떠나가고 있어요.. +20 Lv.42 7ㅏ 14.11.01 3,988 1
140091 한담 가끔은 색다른 곳에서 쓰는 것도 효과가 좋네요. +2 Lv.14 [탈퇴계정] 14.11.01 2,609 0
140090 홍보 [일연/SF+판타지+게임]Winner takes it all[승자독... +4 Lv.34 아키로 14.11.01 2,599 1
140089 한담 확실히 현대 판타지가 대세군요. +21 Lv.25 독불이한중 14.11.01 3,488 0
140088 요청 [완료]제목을 알고 싶습니다. 조모사이트의 ‘세계... +9 Lv.64 진짜무협광 14.11.01 4,494 0
140087 홍보 [미리/판타지]잉여남작공 +13 Lv.60 정주(丁柱) 14.10.31 2,773 2
140086 한담 현재형 시제로 쓰려니 힘드네요. +9 Lv.13 별그리메 14.10.31 2,084 0
140085 한담 합작 소설 현황. +16 Lv.1 [탈퇴계정] 14.10.31 2,410 5
140084 한담 과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을까요? +16 Lv.35 권임베 14.10.31 4,014 0
140083 한담 두 작품을 굉장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7 Lv.1 [탈퇴계정] 14.10.31 3,262 1
140082 한담 한글 맞춤법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 +8 Lv.49 다섯나무 14.10.31 1,396 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