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쓰다"와 "적다"

작성자
Lv.18 시우(時雨)
작성
14.08.26 01:10
조회
3,988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감추고 살아왔으나, 사실 저에겐 심각한 난치병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교정증후군’.

심각하고 난치라서 그렇지 그리 희귀한 병은 아닙니다만 저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여간해서는 욕구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삽니다.

특히 웹상에서는요.


그런데 얼마전 유난히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쓰다” 와 “적다”의 혼동입니다.

다른 건 그냥 넘어가겠는데 이건 진짜 안 넘어가지더군요.

단순히 문법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런 실수가 몇 페이지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러니까 찾진 마세요. ㅋ


사전에서 “적다”를 찾아보면 “쓰다”와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사전을 잘못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단어의 뜻을 정의한 정의항이 아니라 용례입니다.

초록색 포털 사이트 사전을 보면


1. 어떤 내용을 글로 쓰다.

2. 장부나 일기 따위를 작성하다.


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용례를 보면


- 답안지에 답을 적다

- 전화번호를 수첩에 적다

-그녀는 메모지 위에 이름 하나를 적어 내게 넘겼다

- 아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계부를 적는다

- .... 장부를 꼼꼼하게 적고 계셨다.

- ... 장부에 적어 두는 것만으로도 .....

- 선생님은 .....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하셨다

- 형사는 수첩을 꺼내 거기 적어 두었던 기록을 ....

-... 이런 문구까지 적어 놓았다....


등입니다.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일단 하나같이 아주 간단하고 짧은 메모, 또는 항목 정도에 국한되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가 여기에 다 옮기지 않은 다른 용례들을 모두 포함해서, “적다”라는 동사는 펜을 들고 글씨를 쓰는 동작을 포함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게 꼭 펜을 들어야하는 건지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것도 적어두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설에는 적용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단지 긴 글이어서가 아니라,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사항들을 그저 기록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미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기록하는 것 뿐이다, 라고 항변하실 수 있겠지만 그건 그냥 어휘력 부족일 뿐입니다.

“글을 쓰다” 나 “소설을 쓰다”가 좋습니다.

“글을 적다” 와 “소설을 적다”는 어색합니다.


자신의 창의적인 글 쓰기를 단순한 기계적인 작업으로 스스로 폄훼하지들 마시라고, 잠 안 오는 밤에 한 마디 참견해보았습니다.


Comment ' 14

  • 작성자
    Lv.83 룰창조
    작성일
    14.08.26 01:13
    No. 1

    알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BanS
    작성일
    14.08.26 01:44
    No. 2

    몰랐는데 글을 적다나 소설을 적다라는 표현은 본적도 없네요. 이래서였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푼수무적
    작성일
    14.08.26 02:01
    No. 3

    말씀하신대로... '적다'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해둔다는 의미가 강하죠. 반면에 '쓰다'는 머릿속에 있는 것을 풀어낸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쓰다'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해 두는게 아니라, (머리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증명하고 설득하고 재미를 주려 할 때의 행위라는 거죠. 대략 그렇게 구별하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6 화랑세기™
    작성일
    14.08.26 06:01
    No. 4

    푼수무적님 말에 저도 공감.
    오늘도 편지를 적고 있습니다. X 오늘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O
    오늘의 과제가 무엇인지 노트에 적었습니다. O
    오늘의 과제가 무엇인지 노트에 썼습니다.X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시우(時雨)
    작성일
    14.08.26 07:54
    No. 5

    "적다"를 쓰면 안 되는 경우는 있어도 "쓰다"를 쓰면 안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초록달무리
    작성일
    14.08.26 02:55
    No. 6

    미묘한 어감의 차이야 말로 글을 쓰는 행위의 가장 큰 즐거움이겠지요.
    외국인들은 전혀 모르겠지만 그 부자연스러움이 주는 불편함이란...
    공감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화랑세기™
    작성일
    14.08.26 06:08
    No. 7

    자신의 생각(감정)이 이입되느냐 안되느냐 차이인것 같네요.
    그니까 글을 적고 있어는 누군가 주는 글을 받아 적는다는 것이고
    글을 쓰고 있어는 자신의 생각을 풀고 있다는 뜻이죠.
    의무감을 가지는것에 적다가 들어가네요.
    선생님이 불러주신 내용을 받아 적었다.(감정 X)
    오늘도 일기를 쓴다.(감정 O)
    전화번호를 수첩에 옮겨 적었다. (감정 X)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시우(時雨)
    작성일
    14.08.26 08:00
    No. 8

    사전을 보시면 일기는 '적다'가 혼용되는 사례입니다.
    "영화를 보고 감상을 적어두었다." 도 어색하지 않죠.
    감정이나 생각 여부와 관계없이 짧은 내용을 기록해둘 때는 두 표현 다 쓸 수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작은불꽃
    작성일
    14.08.26 07:04
    No. 9

    전 제발
    낫, 낮, 낳, 낱 이나 구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문법이 낳아지지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용세곤
    작성일
    14.08.26 08:26
    No. 10
  • 작성자
    Lv.43 패스트
    작성일
    14.08.26 09:20
    No. 11

    '적다'는 'memo'랑 동일하게 보시면 됩니다. 소설을 메모하진 않아요.
    말 그대로 메모지에 적을만한 정도가 '적다'라는 범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패스트
    작성일
    14.08.26 09:22
    No. 12

    더 쉬운 방법으로는, '적다'와 '쓰다' 중 뭐가 사용되는지 잘 모르겠을 때, '메모하다'를 대신 넣어보면 확실해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관측
    작성일
    14.08.26 12:19
    No. 13

    받아쓰기? 받아적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리호
    작성일
    14.08.26 12:57
    No. 14

    그렇군요... 적다는 기록하다가 같은말이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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