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능 테스트
이 의문은 사실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것이지만, 추론 정도는 가능할 거 같습니다. 먼저 무엇이 똑똑한 것인지부터 설명이 되어야 겠죠.
지능지수 같은 것도 당대의 지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테스트이므로 과거인들에게 매우 불합리할 겁니다. 숫자에 신성이 깃들어 있었다고 믿었던 고대의 학자들은 0과 아라비아 숫자들을 몰랐고 우리가 쉽게 암산 해내는 곱셈도 꽤나 어려웠던 일일 겁니다. 현대의 지능지수 테스트로 그들을 재단한다면 우리가 압승하겠죠. 당연.
반면, 당신을 중세로 데려가 중세의 지능지수 테스트를 보게 한다면 현대인이 질 겁니다. 천사의 이름 따위나 마녀를 구분하는 방식 등을 우리가 어떻게 다 알겠습니까? 그리고 푸코의 서적들을 보면 근세기의 정신의학자들이 정신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대해 꽤 자세히 나오죠. 그들은 진지한 열정과 과학적 방법의 이름으로 오늘날의 의학 지식으로 보면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들을 합니다. 그리고 고대인들이 보기에 우리의 사고 방식도 멍청하기 짝이 없겠죠. 왜냐? 서로 뭣도 모르니까.
2. 문제 해결 능력으로서의 지능
인간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선 작은 난쟁이입니다. 인간의 지식은 오랜 시간 쌓여온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하나씩 미개척 지대를 열어왔습니다. 현대인 한 명이 지닌 사고 방식의 기초는 고대나 중세의 당대 사람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것입니다. 적어도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인간이라면 모든 일들을 이성적인 사고 방식으로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초등학생도 그 따위 생각을 믿지 않죠. 그리고 그런 맹신에서 벗어나 있는 좀 더 넓은 사고 방식은 숲 속에서 벗어나 숲 전체를 볼 수 있게 합니다.
3. 문제의 초점
중세 초기의 대학들을 보면 분명히 나름 꽤 수준 높은 대화들을 서신으로 교류하고 그들의 표현력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고작 중세의 간단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리고 중세에 발생한 문제들보다 오늘날의 문제들이 훨씬 더 복잡한건 당연합니다. 여러분들은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자들이죠. 한국의 고등학교만 나와도 중세로 돌아가서 현자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철학 사상의 발전을 봐도 예전 것들은 아주 명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만큼 생각들이 단순했거든요. 뭘 모르고 단순하니까 함부로 A는 A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4. 암기 능력
단순히 암기를 한다는 것도 그래요. 과거 사람들 보면 수많은 서적들을 통째로 암기했다는 자랑이 많죠. 하지만, 봐요. 그때 서적들의 가치는 오늘날과 다릅니다. 책 하나가 정말로 소중해서 그걸 암기하지 못하면 오히려 난리가 나는 상황이죠. 책 한 권을 알면 그만큼 대단한 메리트도 전해지고요.
반면, 오늘날은요? 책 따위를 암기할 이유가 있나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런 사람이 별로 없을 뿐입니다.
5. 지식 수준
제가 보기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라스나 참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걸로 보이거든요. 다 제대로, 꼼꼼히 읽어보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들이 대단한 건 그 시대에 그런 생각까지 했다는 게 대단한 것이죠.
오늘날 정상적인 사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플라톤을 가져와서 진심으로 설파한다면 아마 정신 이상을 의심해봐야겠죠. 혹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현대적 해석을 거친 플라톤일 겁니다. 철학에서 끊임없이 고전을 들이대는 이유도 일종의 공통 기억으로서 사용하기 쉬운 비유들을 찾는다던가 하는 규약 같은 거죠. 그런 점에서 고전은 여전히 유용하긴 합니다.
그리고 종교의 서적들도 오랜시간 거쳐오면서 끊임없이 후대의 지식 발전에 맞춰서 수정, 발전된 것 아닐까요? 성경도 몇 차례나 모임을 거쳐 개정되었다고 하죠.
6. 계획으로서의 지능 - 시간에 대한 태도
현대인의 대부분은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한국이라는 복받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요. 우리들에게 내일은 어제와 분명 다를 것이고 뭔가 끊임없이 변해가며 자기 스스로도 변화할 것을 계속 강요받죠. 거기서 뒤쳐지면 순위가 밀려나고.
반면 중세인들은 현재와 과거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내일은 당연히 오늘과 같고 오늘은 당연히 어제와 같은 시대의 사람들입니다.
7. 계획으로서의 지능
그리고 인간 개체에 대해서도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끔찍한 집단주의를 보여주죠. 사람들의 이름도 금발1, 금발 2, 직업 등으로 불릴 정도로 미분화 되어 있었죠. 너와 나가 오늘날처럼 칼 같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죠. 그러니 당연히 서로 간에 대해 오늘날처럼 큰 고민이 없었죠. 개인주의는 르네상스 시대와 근대의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연애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의 범위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자아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만 해도 현대인들의 지능 수준은 대단한 속도로 발전할 겁니다.
8. 지리적 지능
중세의 마을들은 대부분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마을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GPS도 지도도 없으니까요. 지도도 보시면 알겠지만 4면엔 용이 지키고 있고 지구 주위를 태양이 돌면서 언제나처럼 왕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는 수준이죠. 오늘날의 현대인처럼 복잡한 도로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외우며 길을 찾아야할 이유도 없고 그런 능력을 발달시킬 필요도 없겠죠.
9. 폭력 - 구조적 지능
그나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폭력 속에서 살았습니다. 마을의 교수대에 수십 명이 걸려 있어도 별로 이상할 게 없는 시대였습니다. 문제 해결의 방식은 대부분 폭력이 우선되었고 오늘날처럼 복잡하게 머리를 쓸 이유가 없죠. 오늘날 갑인 고용주가 을인 고용인을 해고하려고해도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수많은 변수들을 따져야 합니다. 중세라면요? 목을 베거나 그만큼 심한 형벌인 추방을 하겠죠.
0. 다시 처음으로 - 기초 지능
다시 말하지만 중세인들은 멍청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중세인들이 보기에 현대인들도 멍청하기 짝이 없죠. 왜냐? 서로에 대해 뭣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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