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와 생각하는 즐거움 - 우리가 1루를 밟을 때까지
실란트로의 소설 ‘우리가 1루를 밟을 때까지’ 는 일단 쉽게 읽히는 소설이다. 어렵지 않고 일상적인 문장을 편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차근차근 읽으며 그 뜻을 곱씹어야 하는 어려움이 없어 일단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좋은 점은 지금부터다. 야구를 소재로 하는 소설이지만, 야구를 좋아하던,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약간의 야구상식만 있다면 우리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함께 할 수 있다. 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작은 고민이라도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더욱 좋은 것은 그다지 무겁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포지션별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한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인물들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연결이 되어 있다. 야구라는 종목 자체도 투수와 타자, 이닝과 이닝이 옴니버스 형식처럼 끝맺음을 하지만, 결국에는 전체게임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수 많은 일들이 서로 서로 주변에서 발생하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있고 순간순간 호흡을 다듬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많은 이닝을 야구장에서 소화할 것이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1루를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추신수선수가 큰 연봉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하는 것은 10번의 기회 중 겨우 4번의 출루를 하기에 이뤄낸 연봉인 것이다. 10번 중 4번. 이 소설의 인물들은 2군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서 2번, 3번의 출루도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 기회를 갖기 위해,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항상 노력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계속적으로 많은 도전을 하고 좌절을 하고 몇 번의 성취를 맛볼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은 계속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며 계속될 것이다. 이 소설은 반성을, 성취를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잔잔한 내러티브 속에서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2군리그 선수들의 삶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야구판에는 많은 스타선수들이 있다. 우리 삶에도 많은 성공스토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 많은 평범한 선수들이, 심지어는 2군리그에서 1루에 한번이라도 더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삶도 화려한 성공스토리는 아니지만, 작은 생활 속의 행복을 찾아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많은 2군 야구장에는, 수 많은 생업의 현장에서는
단 한번의 출루를 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수 많은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가 1루를 밟을 때 까지 http://blog.munpia.com/shotgunman/novel/17329
실란트로의 서재 http://blog.munpia.com/shot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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