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가족이 안티라...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
14.06.03 00:28
조회
6,294

저는 어릴 때 화가나 조각가가 꿈이었습니다. 화실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도, 제법 자신이 있었지요. 그런데 붓만 들어도 부모님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시는 바람에, 집에서나마 그림을 그릴 짬도 내질 못했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못하고, 터득하지도 못해서 많이 아쉽긴 했어도, 언제나 실기점수는 반에선 세손가락 안에 들었구요. 그런데 고3때 미대를 준비하는 몇몇 급우들이 미술선생님한테 절 지목하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쟤는 어차피 미대 안 가는 애니 A학점 주지 말라고. 그래야 자기들처럼 미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의욕을 잃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그런 얘길 들으면서 저는 심장이 찔린 것 같았습니다.


미대에서 한발, 두발 밀려나서 사학과를 갈까 생각도 해보았다가, 사학과에 가면 밥벌이나 하겠나 싶어서 국문과를 지망했습니다. 국문과도 취직이나 진로엔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백번 양보해서 저에겐 국문과가 마지노선이었거든요. 절대로 그 이상 양보는 못한다 싶었구요. 그런데, 또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 우여곡절 끝에 사학과도, 국문과도 아닌 다른 과에 입학했습니다. 운명의 장난이 조금 있었지요.


그 와중에 각각 홍대와 중앙대 미대에 합격한 급우들이 또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너는 왜 미대 안 갔냐고. 네 실력에, 네 성적이면 충분한데 왜 못 갔냐고. 저를 두번 죽이는 기분이랄까. 이웃에서 제 어머니께 비슷한 걸 물어보셨습니다. 어머니 대답이...저를 세번 죽였구요.


전혀 원하지 않았던 학교에, 학과에 입학하게 되어, 방황을 좀 했습니다.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국문과에 갔더라면 숨통이라도 트였을 텐데. 엉뚱하게 입학한 학과에서 번역체 문장에 길들여지면서, 미칠 지경이었지요. 하루종일 볼펜이라도 붙잡고 아무거나 끄적였습니다. 반쯤 미쳐서는 그냥 마구 낙서를 휘갈겼지요. 그때 제가 외사랑을 했던 남학생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저를 기억하며 하는 말이,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애쓰던 아이’였습니다.


대학시절 손에 배어버린 번역체를 떨쳐내느라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습니다. 지금도 다 떨쳐내질 못해서 매번 고민하지요. 참 우스운 게, 밥벌이 못할까봐 사학과는 아예 접어두고도, 정작 지금 저는 역사소설을 씁니다. 물론 여전히 돈은 안됩니다. 그래서 몹시 쪼들립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안티였던 식구들이, 글 쓰는 것도 안티입니다. 사실 컴퓨터 화면을 열어놓고 자리를 뜨는 바람에 제 동생들이 제가 어디에 무슨 소설을 연재하는 지도 압니다만...이놈들도 제 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돈도 안되는 소설 왜 연재하냐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유료연재로 돌릴까 상의해보면, 또 유료연재도 반대합니다. 비웃습니다. ㅠㅠ 기 꺾는데는 선수입니다. 제 주변에 식구들은 모두, 제 안티입니다. 모니터 앞에만 앉아도, 타박하는 사람들 천지입니다.


그나마 친구들은 안티까진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원군도 아닙니다. 친구들은 제가 무슨 소설을 쓰는 지 모릅니다. 제가 역사소설을 쓴다고만 아는 정도입니다. 역사소설을 쓴다니까 초등학생도 읽기 쉽게 쓰라고 충고를 해주더군요. 하지만 초등학생도 읽기 쉽게 쓴다는 것도 제겐 쉽지 않습니다. 그건 좀 시간이 걸려서야, 제 손에 역사의 흐름이 완전히 익어서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고증에 치이고, 필력이 달리고, 그래서 숨이 턱에 차서 숨가쁘게 쓰는 참이거든요. 그래도, 시간이 좀더 걸리면 해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누가 봐도 쉽고, 명료한 역사물을 쓰는 경지까지 언젠가는 도달하겠지요.


추천글과 댓글을 열심히 써주시는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제 자신이 마지막 안티라서...힘들게 힘들게 쓰는 중이지만, 덕분에 이번 작품도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은, 더 좋은 작품이 되겠지요.


Comment ' 16

  • 작성자
    Lv.32 환산
    작성일
    14.06.03 00:37
    No. 1

    안타깝네요.. 친구들은 몰라도 가족들은 말은 그렇게해도 마음으로는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요.. ㅎㅎ

    기운내서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03 00:40
    No. 2

    인생 사는 건 결국 '나'입니다.
    독립하면 편합니다.
    다 버리세요.
    그래야만 한다고 저는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조경래
    작성일
    14.06.03 00:41
    No. 3

    자신을 좀더 믿고 용기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먼지4212
    작성일
    14.06.03 00:42
    No. 4

    님의 작품을 완주하진 않았지만 최소 명작은 아니더라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에도 재능을 가지고 글쓰기에도 재능을 가지신듯 합니다. 지금 대체역사라는 장르가 다른 장르에 좀 인기가 적어 관심을 덜 받으시지만 필력 자체는 좋으십니다. 자신의 재능을 믿고 계속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암살의천사
    작성일
    14.06.03 00:49
    No. 5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미대 준비해보는게 어떠냐고 하셨었는데.. 지원도 해주신다고 하셨고.
    돈도 많이 들거같고 그때는 별로 깊게 생각도 안해봤던 거라서 넘어갔었죠. 부모님께도 말도 안해보고. 지금은 한번씩 생각이 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샌드박스
    작성일
    14.06.03 03:17
    No. 6

    우연히 들렀다가 읽고 갑니다.
    인생은 길고 기회는 노력하는자에게 열린다고 배웠습니다.

    언제나 현실을 노력하며 꿈을 쫒는다면
    좋은 기회를 잡고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so******
    작성일
    14.06.03 07:20
    No. 7

    지나가다 글남깁니다.

    이미 인생의 방향을 크게 꺽긴 힘들지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자기가 생각한 것을 주변이 반대하더라도 밀고 나가는 자세를 배우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한 것 현실성을 고려해서 시도하세요

    실패에서는 좀더 현실을 보는 법을 배울 것이고

    성공에서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것입니다.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들이 반대해서 선택한 행동에서 실패할 때의 남는 원망, 성공했을 때의 공허함보다는 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D.Planne..
    작성일
    14.06.03 09:09
    No. 8

    간절하고 절실하면 한계를 벗어날 수 있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만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제가 인생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그리고 제 집안 가훈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D.Planne..
    작성일
    14.06.03 09:23
    No. 9

    아직 결혼을 안했지만 훗날, 가훈을 빗대어 제 아들놈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여성과 결혼을 하겠다면 후회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저에겐 최선의 가훈일겁니다. ^^ 하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다훈
    작성일
    14.06.03 10:35
    No. 10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4.06.04 02:52
    No. 1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81 레하
    작성일
    14.06.03 10:47
    No. 12

    비슷한 친구가 있습니다. 정말 그림그리는걸 좋아했지만 집안이 어려워 포기했습니다. 심지어 문과가 아닌 이과로 공대를 왔죠.
    하지만 미술을 직업이 아니라도 배우고 싶다며 4학년을 미대 수업을 듣더군요. 그러더니 결국 인정을 받았습니다.
    미대 교수님이 실력이나 기교는 확연히 떨어지지만 감각과 열정이 보인다라고 하셨답니다. 무료 교습을 해주시고 청강을 와서 들으면서 배우라고 하셨답니다.
    그 친구는 지금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도 수요일 오후7시부터와 토 일요일마다 교수님 작업실에 가서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그림으로 돈벌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정진하면 화가라는 소리는 듣겠다고 하셨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정말 그 길을 원하셨다면 도전하시는게 어떤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해피루스
    작성일
    14.06.03 18:02
    No. 13

    저도 가족이 안티라....무언가 공감이 팍팍 오는 글이네요. 그나마 지금은 든든한 독자님들이 계시지만....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6.03 20:47
    No. 14

    ㅎㅎ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쓰신 글이 술술 읽히거든요. 좋은 소설 기대하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Cainless
    작성일
    14.06.03 21:42
    No. 15

    김은파님은 나무입니다.
    뿌리에서부터 계속 성장중이고 그 몸통까지 김은파님입니다.
    그러나 나무는 뿌리와 몸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지요.
    주변인들은 나무의 가지 역할을 합니다.
    가지가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나무의 모양은 달라보일 수 있습니다.
    가지가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뿌리와 몸통에도 영향을 미치게됩니다.
    나무에 있어 가지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나무가 자라는데 좋은 역할을 하는 가지도 있고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잘못된 가지를 가지치기 해야합니다.
    지금 은파님이란 나무에는 잘못된 가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가지들은 가지치기를 하고 몸통이 올바르게 자라는 것만을 바라보세요.
    가지들이 어떻게 뻗어나가던 간에, 나무는 자랍니다.
    나무의 뿌리와 몸통만 있으면 나무는 얼마든 다시 자랄 수 있습니다.
    은파님도 그렇습니다.
    본인만 자신의 뜻과 의지를 확고히 한다면 얼마든지 하고픈 일을 하며 살아가실 수 있습니다.
    주위의 잔소리와 참견이 있더라도 은파님만 굳건하다면 얼마든지 올곧게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은파님 주위에는 잘못된 가지들만이 있는 게 아닙니다.
    은파님의 성장을 돕는 독자라는 좋은 가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지들은 은파님의 의지가 굳을 수록, 연재가 계속될 수록 늘어날겁니다.
    그러니 주변인들의 반응이나 참견들은 신경쓰지마시고 그 마음, 잃지마시고 목표를 향해 정진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여루별
    작성일
    14.06.03 22:25
    No. 16

    다른 분들이 용기를 주는 말을 많이들 해주시니 저는 다른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이길이 틀렸다 라는 생각은 안해 보셨나요? 정말 원하는대로 되었으면 후회가 없으실까요? 다른 사람들을 뿌리치고 자신의 뜻대로 나갔어도 다른 문제로 후회 하셨을 겁니다. 지금 그길이 틀린길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중요한건 어느길로 가도 목적지만 있다면 도착할수 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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