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
14.04.14 17:44
조회
1,984

「왕녀와 인간은 어디 있나!」

「그걸 왜 나한테 묻니?」

요네즈는 구속되었던 목덜미를 쓸어 올리듯 짚습니다. 뒷목을 잡는 그 자세로 상체가 고스란히 노출되었지만 인어들은 감히 그 빈틈을 노릴 수가 없었습니다. 흑군주에게 걸었던 속박의 고리가 눈 깜빡할 사이에 그들의 목을 죄어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기도가 막힌 인어들이 꺽꺽거리며 꼬리자루로 버둥댑니다. 그들의 내장이 발발 떠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낯빛이 변해가는 인어들을 요네즈는 방치하였습니다.

단번에 목뼈를 꺾어주는 것이 양자에게 이롭겠지만.

-리흰은, 저는 제 사람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세반고리관에 자리잡아버린 듯 맴도는 그 음성이 손 속에 주저함을 안겨다주었습니다. 목덜미를 쥐던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습니다.

위협을 해서 덤비지 못하게 하는 것과 살심을 품은 자를 제압만 하는 것은 의미가 다릅니다. 한번 겁먹은 짐승은 계속해서 꼬리를 말지마는 적의를 가진 것들은 살려 두어봤자 독기를 품고 더욱 악착같이 덤벼듭니다.

적으로서 맞대하게 된 눈앞의 인어들은 명백히 후자입니다. 엘릭서나 다름없는 치유의 눈물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만 놓고 보아도 살려두어서 이로울 게 없습니다.

우득. 뼈가 동강나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꼬리뼈를 분지르고 어깨뼈를 깨버립니다.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붙잡힌 인어들이 피거품을 뭅니다. 의식을 놓아버린 그들의 안구가 적출되어 요네즈의 손 위로 모여듭니다. 흙먼지가 뒤섞여 뿌연 강물에 붉은 색감이 번져나갑니다.

「미친년!」 저주를 담은 음성과 함께 송곳 같은 물줄기가 달려듭니다. 등골에 섬뜩함이 치밀어 올라 요네즈는 벽을 내세움과 동시에 물러났습니다.

물의 벽은 채 형상을 갖추기도 전에 깨져서 흩어졌습니다. 세찬 기세를 잃지 않은 물줄기가 빈자리를 꿰뚫고 멀리 날아갑니다. 물줄기는 그대로 강가에 닿아 저 숲 안쪽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요네즈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감은 눈에 비치는 건 없었지만 복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기세에 휩쓸려 살갗이 갈렸습니다. 베인 것이 아니라 갈린 겁니다. 상처에 손을 올려 지혈하며 다가오는 푸른 인어를 향해 고개를 듭니다.

「네가 여왕의 대행자로 나올 줄이야.」

「닥쳐.」

벌써부터 궁지에 몰린 양 으르렁대는 인어 기사를 맞대하며 요네즈는 지혈을 멈춘 손을 들어 올립니다. 손끝에 남아있는 자신의 피를 핥아 먹으며 입꼬리를 들춥니다.

「어린 이디에게 안달복달하던 네놈이 이제 와서 이듀르웬을 저버릴 리는 없고.」 「네년!」 「설마 네가 사정하면 왕녀가 돌아올 거라고,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기르라인.」

붉은 왕녀의 곁을 지키며 받들어 모시던 푸른 기사, 기르라인. 그의 등장에 요네즈는 피가 들끓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듀르웬의 기사가 이듀르웬을 잡으러 왔습니다. 확실히 기르라인이라면 왕녀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겠죠. 이렇게 앞뒤 구색이 맞기도 힘들 텐데 여왕의 패가 괜찮군요. 기르라인을 출정 보낸 여왕이 무엇을 꾸몄는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롱받은 기르라인의 시퍼런 눈동자에 살기가 흉흉합니다. 당장이라도 저열한 말을 읊는 검은 인어의 아가리로 창날을 쑤셔 박아 넣고 싶습니다. 양손에 쥔 창 자루를 꽉 움켜잡아보지만 욕심만큼 팔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여왕께서 왕녀의 왕위계승권은 박탈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오우? 웬일로 관대한 처분이래니? 그것 뿐만은 아닐 것 같은데?」

「네년의 수급을!」 말을 기합처럼 내뱉으며 창날을 앞세운 기르라인이 진격해옵니다. 「가지고 돌아온다면 말이다!」 빠른 속도였지만 요네즈에겐 어딘가 둔해보였습니다. 쉽게 위로 빠져 기르라인의 등 뒤로 넘어간 요네즈가 오른손을 내뻗습니다. 극도로 압출된 물 쐐기 수천 개가 텅 빈 기르라인의 등에 처박힙니다.

경과를 지켜보는 것 없이 요네즈는 물러나 턱을 쓰다듬습니다. 하얗게 퍼진 물거품이 강물에 쓸려나면서 모습을 드러낸 기르라인은 멀쩡했습니다. 그의 주위로 등딱지 형상이 떠올랐지만 시력이 먼 요네즈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기감으로 기르라인에게 암벽 같은 것이 둘러졌다는 것만을 파악했습니다.

기르라인은 커진 동공으로 눈을 깜빡이다가 소리 없는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첫째 왕자와 둘째 왕자도 으름장만 놓고 물러나곤 했던 그 흑군주의 일격이 막혔습니다! 귀각 갑주의 방어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것이 확인되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로써 저년의 가벼운 손장난에 무엇도 못해보고 당하지만은 않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멈춰 선 기르라인이 속으로 쳐 웃고 있는 걸 알 리 없는 요네즈는 강도를 저마다 달리한 다섯 개의 쐐기를 동시에 발사했습니다. 기르라인이 한 발 늦게 피하려고 들었지만 요네즈의 공격이 더 빨랐습니다. 회전하는 쐐기들이 정수리, 등, 목 아래, 명치, 꼬리로 박혀 들었습니다. 피보라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봐, 괜찮아?」 요네즈는 침착하게 기르라인의 안위를 캐묻습니다.

「닥쳐! 잡종!」 기르라인은 욕설로써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알았어, 너 죽이고 나면.」

검은 인어의 하얀 얼굴이 히죽 웃어 보입니다. 시각에 비치는 공포에 기르라인은 막연한 도취감에서 깨어나 파르르 떱니다. 귀각 갑주로 당장 얻어맞아 죽지만 않았을 뿐 아직 저 괴물을 쓰러트린 건 아닙니다. 저 괴물년을 쓰러트릴 수가, 죽일 수가 있을까요?

손바닥에 움켜쥔 무구가 묵직합니다. 쥐고 있는 것만으로 팔뚝이 떨어져나갈 것 같지만 귀각 갑주가 저 괴물의 공격을 막아냈듯 이 날카로운 무구 역시 저년의 내장을 헤집어줄 것입니다. 그런 확신이 들자 창 자루의 무게가 더 이상 무겁기만 하지 않습니다.

위축감이 가신 그의 두 눈에 대적의 상태가 보다 분명하게 비치기 시작합니다. 옆구리부터 꼬리자루까지 빗금을 그은 상처에서 적의 피가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분명 흑군주가 지혈을 하는 걸 봤습니다. 그럼에도 피가 멈추지 않았다는 건 지혈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과연 스친 것만으로 치명상을 남긴다는 용기! 리바이어던의 이빨입니다!

푸른 눈을 번들거리며 기르라인이 창날을 앞세워 또다시 돌진합니다. 용아창 자체의 살기가 흉흉하여 술법을 부릴 수가 없게 되었지만 그것을 감수할 만큼 리바이어던의 이빨은 강력했습니다.

요네즈는 기르라인의 진격로에서 벗어나 거리를 벌립니다. 흥이 나 공격을 연달아 행하는 기르라인을 피하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요네즈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빈부 격차가 크잖아, 이거.」

내뱉는 볼멘소리는 기가 찬 웃음기를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막강한 흉기에 노려지고 있다 보니 요네즈도 기르라인을 얕잡아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피하지 말고 덤벼라! 흑군주!」 쫓아와 재차 달려드는 기르라인의 큰 움직임을 파고들어 텅 빈 그의 옆구리에 꼬리치기를 먹여 보아도 요네즈 제 비늘만 아픕니다. 격한 몸놀림에 찢어진 살갗이 화끈거립니다. 「나 이런 상처를 남기는 짐승을 알고 있거든.」 요네즈는 허리춤을 감싸 쥐며 투덜댑니다. 「그거 용의 뼈로 만든 거지?」

변종 주제에, 잡종 주제에, 기고만장 설쳐대던 흑군주가 아무런 반격도 못하고 피하고만 있습니다. 그 감흥을 기르라인은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저 흑군주가 입으로만 나불대고 있단 말입니다. 일곱 지배자의 시신을 끌고 돌아와 모든 인어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저 괴물이. 「그래! 네년이 잡은 씨 서펜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짜 해룡! 리바이어던의 이빨이다!」

「진정해, 멍청아. 비싼 장난감 들어서 신나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거 네겐 과분하지 않냐?」

또다시 이어지는 멸시에 기르라인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화가 뻗쳤지만 내심으로는 서늘했습니다. 처음 그 공격을 제외하고는 무턱대고 창날을 앞세운 돌진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쥐고 있는 것만으로 그의 기운이 상하여 휘두르지 못하고 들고 움직여야 했습니다. 흑군주가 그것을 눈치 챈 것일까요?

「기르라인, 네 수준에 어울리는 거 줄 테니까 바꾸지 않을래?」 요네즈는 생글생글 웃으며 한 갈래로 묶은 검은 머리칼을 손에 감듯 말아 쥡니다. 노오란 끈이 검은 머리칼과 함께 흔들립니다. 「이 머리끈 여기 오기 직전에 이듀르웬에게 받았단다?」




이번엔 어찌 홍보할지 감이 안 잡혀서 본문 한 편을 가지고 와봤습니다. 입맛에 맞으시면 보러 오세요. http://novel.munpia.com/8606

주의: 이 소설을 쓰는 글쟁이는 여주인공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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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89 부정
    작성일
    14.04.14 17:55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4.14 17:58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89 부정
    작성일
    14.04.14 18:16
    No. 3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4.14 20:36
    No. 4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Personacon 아르제크
    작성일
    14.04.14 18:25
    No. 5

    짤 무서워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4.14 20:38
    No. 6

    현재 여주인공의 모습입니다! (-~-)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요.
    주인공은 역시 베고 찌르고 걷어차주는 게 제맛! .........으응? 저 변태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4.14 19:41
    No. 7

    아..... 가만히 읽다가 사진 보고 움찔... 이것이야말로 움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일
    14.04.14 20:41
    No. 8

    하하하핫! 그림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을 움찔하게 만드는 움짤인가요!
    소설 속 묘사를 그림으로 시각화시킨 건데, 사람들 반응이 정말 다릅니다.
    문장으로 볼 때는 '그렇구나' 하신 분들이 그림으로 보고 나서는 '깜놀, 심각하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역시 어지간한 상상력은 그림을 따라잡을 수 없나요. ;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4.15 21:26
    No. 9

    ㅠㅠ.. 작가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올려주신 글 보고 가독성도 좋고 몰입도도 있어서 읽어본다고 댓글달려다가 너무 놀랐어요... 아무리 그림이라도 온 몸에 피가 낭자한 짤을 보고 나니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요. 직접 그리신 그림으로 글을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시려는 작가님의 노력이 정말 존경스럽고, 그런 글을 읽는 독자님들도 참 기쁘실 것 같긴 합니다만,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읽고 싶은 마음이 다 달아났어요. 혐짤 경고라도 좀 달아주셨으면 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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