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통통배함장
작성
14.01.31 00:18
조회
2,943

<범할 권리>

 

 

 

 

낯선 사람들이 능숙하지만 감정 없는 손놀림으로 내게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셋팅해 흰 가운을 입은 한 남자 앞에 도착했다. 말끔한 연구실에서 남자는 나를 보고 웃는다. 내 몸에 기계를 이리저리 훑더니 이내 손으로 만진다. 그때 갑자기 남자의 가슴팍에 쓰여 있던 글씨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제품 검사원 최두준』

 

제품……?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상대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다시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름을 지어 줄게.”

 

남자는 내가 입은 티셔츠를 올려 배에 찍힌 도장을 확인하더니 입을 뗐다.

 

“S-HA055871…… 이름 짓기 힘든 코드네. 아, 그래! 섀넌(Shannon)이 좋겠다. 네 이름은 지금부터 섀넌이야.”
“체…… 넌……”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움직여 그가 내게 지어준 이름을 따라 했다. 남자는 기특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따듯한 손으로 내 목 뒤에 연결된 케이블을 뽑았다. 손가락 길이만한 금속 침이 빠지는데도 별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곧이어 내 몸에 전선이 연결된 패드를 붙였다.

 

“나는 네가 참 부럽다. 너를 구매한 고객의 정보를 보니까 엄청난 부자야…… 넌 아마 그 집에 가서 사람인 나보다도 더 좋은 생활을 하게 될 거야. 집창촌으로 팔려나가는 애들만 보다가 너 같은 애를 보니까 내가 참 뿌듯하다.”

 

남자는 내 팔을 이리로 움직여도 보고, 저리로 움직여 보더니 내게 눈을 깜빡여보라고 요구했다. 불과 몇 분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눈꺼풀을 움직여 보였다. 남자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이번에는 손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손을 쥐었다. 조금 미동하는 게 느껴졌다. 남자는 그래프가 나오는 모니터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넌 정상 제품이야. 그래, 가서 잘 봉사해.”


.

.

.

.

전쟁이라는 것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부잣집으로 향하리라는 남자의 말과는 달리, 그날 나는 핵 낙진이 날리는 전장으로 징발 당했다. 러시아가 발사한 클러스터 핵 미사일은 미국인의 1/3을 증발시켰다. 국가 총력전의 양상에서 이제 더 이상 싸울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징발당한 이유였다.

 

케미노이드(Cheminoid)라는 명칭은 화학적 인조인간(Chemical Humanoid)의 합성어이자, 그것을 생산하는 기업 유나이티드 로보틱스(United Robotics)의 독점 상품명이었다. 케미노이드는 유전자 합성을 통해 인간과 거의 비슷한 조직을 갖춘 인조 생명체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전투용으로 쓰기에는 사람과 다를 바가 별로 없는 아주 값비싼 단백질 덩어리…… 때문에 섹스봇(Sex bot)이 주력 수출 상품이었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것도 아주 돈이 많은 부잣집에 팔려갈 운명이었던……

 

러시아가 핵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의 석유 기업이 도산 위기에 몰리자 미국은 러시아에 무력 도발을 감행했고, 전쟁은 발발했다.

 

나는 최초의 전투 케미노이드로 전선으로 향했다. 받은 훈련이라고는, 케이블로 주입된 기초 군사 훈련 지식이 전부였다.

 

아직도 전선에 도착한 첫날 우리를 바라보는 인간 병사들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속되는 핵 겨울에 춥고 굶주리고 배고픈 그들의 몰골은 우리를 먹잇감처럼 쳐다보았다.

.

.

.

.

메러디스는 단단한 방탄복으로 덮인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나는 메러디스의 따듯한 손길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친 장벽이 너무 강하게 내 주변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즉시 방탄복을 벗어서 내려놓고 메러디스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메러디스는 내게 왜 방탄복을 벗었냐고 의아하게 물었다.


“제 심장이 뛰는 것을 메러디스가 느끼지 못할까 봐요.”


그러더니 메러디스는 나를 세게 포옹해주었다. 나는 어머니 같은 메러디스의 품 속에서 바짝 곤두세우고 있던 신경을 가라앉혔다. 나를 포옹해준 까닭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네 심장은 누구보다도 강하고 따듯하구나. 넌 아이 같은 심장을 가지고 있고 네 마음도 그만큼 순수하단다.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났건, 그들이 무슨 짓을 했건. 넌 어떤 인간보다도 인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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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섀넌(S-HA055871).

인간의 성적 쾌락을 위해 만들어진 케미노이드(Chemical Humanoid)죠.

그런데 전쟁에 징발되어 사람을 죽였고, 그 결과 동료들이 적에게 붙잡혀 능욕당하는 것도 보았어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우리는 무엇을 위한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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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번호 S-HA055871의 생체 안드로이드.
섀넌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http://blog.munpia.com/catrin01/novel/4741



종이날개님의 추천입니다.

http://square.munpia.com/boTalk/604928


사람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19금인지를 확인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요 확인하고 보는 경우는 에로 영화를 고를 때, 성인이 아닐 때, 또 언제 일까요 보통은 스토리가 어떤 지, 배우는 누가 나오는 지, 감독은 누군 지, 입소문은 어떤 지를 확인하지요 제가 추천하는 작품도 굳이 19금인지를 확인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에로 아니에요

 

아 횡설수설했네요

 

각설하고,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고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언듯 SF 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주인공이 감정을 조금씩 느끼면서 A.I. 의 누군가와 오버랩 되네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아마 작가님은 주인공을 통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조건(?)에 대해 반문하신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작품은 중편 정도의 분량이고 완결된 상태라 적당하게 즐기며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작가님이 다른 작품을 구상하고 계시네요 세계관이 구상하는 작품에서도 연결되어 있는 듯 합니다 쭈욱 이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사만다님의 추천입니다.

http://square.munpia.com/boTalk/595042


처음 써보는 추천글입니다.

미숙한 추천글 때문에 오히려 작가님께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ㅎㅎ

 

인간의 성적 쾌락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 케미노이드.

그 중에서 섀넌 이라는 케미노이드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처음엔 군인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전장에 투입되지만

나중에는 직접 전장에서 총을 들고 싸우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로봇의 시선에서 인간성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입니다.

다만 초반에는 남성인물들의 이미지가 상당히 부정적이어서... 살짝 걱정했지만

제 생각에 그저 우연일 뿐 여성우월주의 작품은 아닌 듯합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전장에 대한 묘사가 무척 뛰어나십니다.

저는 살짝 무서웠어요... 하지만 이게 작가님이 노리신 점일듯? ㅎㅎ


제목 부터가 무척 자극적이어서 눈길을 끌죠? ㅎㅎ

아직 분량은 6화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무척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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