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우연히 아래 글을 보다가 오해하시는 분이 많아서 쓰게 되네요.
일주일이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개념이어서 무협에 쓰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분이 많은데요.
일주일이라는 단어 자체는 좀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중국에서는 일주일이라는 단어보다는 일성기(一星期)라는 말이 더 흔히 쓰이지요.
한국에서 쓰이는 일주일 개념으로 찾을 수 있는 중국 원전 중에는 19세기 말의 중국 시인인 소만수(蘇曼殊)가 지은 《쇄잠기(碎簪記)》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출전이 정도군요.
“여일주지내(余一周之內),수동(須同) 사천(四川) 우인중부(友人重赴) 서호(西湖) ,괴미능여자의야(愧未能如子意也)。”
그렇지만 일성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칠일을 하나의 주기로 보는 일주일이라는 개념은 일주일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이미 사용된 개념입니다.
우선 이미 일월과 화수목금토을 합쳐 칠요(七燿)라고 본 것은 이미 황제내경에도 나올 정도로 중국의 전통적인 개념입니다.
주역에도 칠일을 천지가 생겨난 단위로 보는 부분이 나온다더군요. 즉 칠일을 하나로 주기로 보는 일주라는 개념이 주역에 존재한다는 말이지요.
이런 이유로 중국 유학자들 중에는 학문 토론을 할때 칠일, 즉 일주일동안 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한국에는 무협에서 환관 위충현에게 핍박받는 당파로 나오는 동림당의 거두 고반룡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그 칠요가 하나의 날자 단위로 보아 일주라고 한 것도 꽤 오래 전부터 사용된 개념인데요.
예를 들어 칠요를 찾으면 한자 자전에서 찾으면 그 용례로 다음과 용례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후한서(後漢書) 유도전(劉陶傳)》:“의환본조(宜還本朝),협보왕실(挾輔王室),상제칠요(上齊七燿),하진만국(下鎮萬國)。”
즉 칠요라는 개념이 이미 후한시대에 이미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한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삼국지연의의 배경이 되는 시대이니 서기 200년 무렵입니다.
중국역사대사전을 찾아보니 이미 한나라때 천축을 통해서 칠요라는 개념이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중국역사대사전에서는 ‘칠요는 즉 일주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요.
칠일을 하나의 단위로 보는 것은 기독교의 개념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태양력에서 시작된 개념입니다. 그리고 태양력은 메소포타미타지방 바빌로니아에서 태어난 개념입니다.
한나라 때 실크로드를 개척한 장건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중국은 오래 전부터 중동 그리고 로마까지 교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태양력도 함께 중국에 전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뭐 그래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일주일과는 다른 개념이 아니라고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칠요라는 개념은 사실 중국 역법에서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입니다.
한나라 삼국시대 위진 남북조시대 당나라 때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달력이 바로 칠요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종때 발간된 조선 세종 때 독자적인 역법이라는 칠정산에서 칠정이라는 것이 바로 일월 화수목금입니다. 한마디로 칠정이라는 것은 칠요의 다른 말입니다.
즉 칠정 = 칠요 = 칠성은 다 같은 말입니다.
칠요력이 역법의 기본이다보니 남북조시대를 다루는 중국의 정사에서는 칠요를 즉 천문학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일주일이라는 개념이 기독교와 관련된 것이니 무협에 나오는 것은 이상하다는 주장도 대부분의 무협이 명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설득력을 잃습니다.
우선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중국에 들어온 것은 당나라때로 7세기의 일입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주일을 지키지 않았을 리 없지요.
그리고 무협에 자주 나오는 마교 중 하나인 배교 혹은 배화교는 조로아스터교입니다. 조로아스터교는 아시다시피 중동에서 탄생한 종교입니다. 당연히 태양력이 태어난 곳이지요. 당연히 배화교도도 일주일이라는 개념을 지켰을 것입니다.
배교보다 더 자주 마교로 나오는 백련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련교는 물론 불교인 천태종에 기반을 둔 종교이기는 하지만 기독교의 영향도 많이 받은 종교입니다. 당연히 일주일이라는 개념과 단어를 모를 리가 없지요.
그리고 무협 배경이 명청시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역사적 사실을 다 무시한다고 해도 일주일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나하면 원나라 때는 색목인이 몽고인을 대신해서 실무를 담당했다고 할 만큼 색목인이 중원에 흔했던 왕조입니다.
색목인들 대부분 이슬람인들이고 이슬람은 알다시피 지역도 지역이지만 기독교에서 많은 영향을 종교입니다. 당연히 이들도 주일을 지켰겠지요.
이들은 당연히 주일을 지키며 일을 처리했을테고 그 지배를 받는 한인과 남인은 그런 개념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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