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어. 나를 잊고 자유로워져.'
한 목소리는 모든 것을 잊으라고 한다.
'죽여. 너를 억누르려는 저 얼간이들도, 너를 길들이려 하던 그 얼치기들도, 최후에 홀로 남은 하나가 될 때까지 모조리 죽여버려.'
또 한 목소리는 모든 것을 죽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나를 지배하던 두 개의 목소리는 상충되는 요구로 또다시 나를 괴롭힌다. 어느때고 안심할 틈을 주지 않은 채, 유령처럼 내 주위를 배회하며 나에게 속삭여온다. 매사가 내겐 시험이었고, 언제나 내 앞에는 선택이 강요되었다.
그리고 기로에 선 순간마다, 약하고 비겁한 나는 어느 때고 쉬운 선택만을 해버린다.
'그래, 잊을게. 네가 원하는 바가 그렇다면.'
어느 때고 달콤한 목소리를 따라 현실에서 도망치고 만다. 외면하고, 망각해 버리며 주제넘게 거머쥔 일상에 스스로를 가둬버려왔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란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하지만 어느 날, 쉽고 편한 선택지가 사라져 버렸다.
'눈을 떠라.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해 감춰뒀던 이빨을 드러내는 거다!'
이제 내 앞에 남은 것은 잔혹한 시련 밖에 없다. 가혹한 이면을 드러낸 현실이 내 앞에 송곳니를 세우고 달려들고 있다. 그 앞에 잡아먹히기 싫다면, 남은 선택지 내가 먼저 잡아먹는 것 뿐.
종말을 맞이한 도시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너를 만나기 위해 달려간다.
*매번 홍보글을 바꿔보려 했는데, 아이디어가 영 떠오르질 않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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