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매주 토요일 10시에 연재되며, 현재 2권분량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1권 에필로그 - 누군가의 중얼거림.]
또르르- 찻잔에 물이 딸렸다. 찻잔 옆의 종이에는 누가 적었는지 모를 중얼거림이 새겨져 있었다.
태초에 신이 있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은 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신은 다시 인간을 만들었다.
그럼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아니면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
세상에 둘 중 어느 존재가 먼저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이 있다면 신은 인간들 만들 것이고, 인간이 있다면 인간은 신을 만들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니까.
붉은 먼지가 바람에 날린다.
오래 전 사라진 세상은 이곳에서 참 가까웠는데. 그런 생각을 담은 창백한 손이 찻잔을 잡았다. 녹슨 먼지들은 그의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했다.
찻잔을 잡은 손은 차를 마실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옆의 두 찻잔에는 각기 차와 술이 따라져 있었다.
다른 손이 책을 만졌다. 그 세상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이것뿐이다. 쓸쓸함? 글쎄,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였던가.
책을 덮고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태초에 신이 있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은 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신은 다시 인간을 만들었다.
그럼 태초에 인간이 있었다면,
그 인간은 인간인가 아니면 신인가?
세상을 만드는 인간은 인간인가 아니면 신인가?
태초에 인간이 있었다.
인간은 신을 만들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은 신이 되었다.
노래가 맞을까? 시일까? 글쎄. 답을 해 줄 사람은 이미 오래 전 명을 다했다.
달그락.
결국 물은 한모금도 줄지 않았다.
상아빛이 도는 백발 머리. 그 사이로 새빨간 핏빛 눈동자가 공허한 광망을 흘렸다.
“지켜 내라니까.”
너희들이 지켜야, 내가 세상의 지배할 시간이 생길 것이 아니냐. 모조리 사라져 버리면 잃는 것은 결국 너희가 아니든?
그러니,
“지켜 내.”
설령,
‘너 자신은 부서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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