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4 둥글레차
작성
13.02.11 23:05
조회
4,159

한담에 처음 글써보네요. 


방금 일어난 일을 어디다 말하고 싶은데 아는 사람에겐 말 못하겠고 

여기가 제일 덜 비웃을 것 같네요... 

하도 어이없는 일 적느라 좀 길어요..


10시쯤 탄산음료가 먹고 싶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근데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자마자 깨달았어요.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사실 처음에는 절망감보다는 


우리 집 담장에 가시 철창만 있고 조금 높을 뿐이지 쉽게 넘을 수 있을거야. 

이런 생각에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우선은 음료수를 사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시 와보니 담장이 너무 높았어요..


핸드폰도 없고, 저 혼자 다시 집에 돌아왔고

그나마 계단이 이어졌던 윗집마저 불이 꺼져 있었어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 미친듯이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더군요. 


사자성어로 쓰면 완전 사면초가 

원래 혼잣말을 별로 쓰지 않는데 자연스럽게 ㅅㅂ ㅈㄴ ㅁㅎㄷ 이 말이 나오더군요. 


처음에는 화분을 옮겨서 그걸로 발판을 삼아 올라가보려 했어요. 

그럼 그렇지.. 


발바닥 두개 고작 들어가는 화분이 중심을 못잡고 뒤뚱거려서 실패 


결국에는 주위의 사물을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싶어 

길거리를 미친 승냥이만치로 배회했습니다.. 

쓸만한 받침거리를 찾기 위해.. 


결국 찾은 건 주차장 앞에 버려져있던 폐타이어, 

인력대기소 앞에 쓰려고 놔둔 김장할때 쓰는 통, 

중고 가전제품 매장에서 비닐 덮는 데 쓰는 의자 밑판 5개.. 


그거 하나하나씩 낑낑대면서 들고 오는데 

절로 욕이 나오면서 

와.. 이래서 무협, 판타지 읽나보다 이생각이 들더군요. 


무협에서는 이따위 훅 날라다니면 그만인데... 

판타지에서는 비행 마법 쓰면 그만인데... 


그 짧은 시간에도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가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그런 생각이 드니 더 집중도가 떨어지고 한탄만 더...


어찌저찌 모으니 담장에 발 걸칠만한 높이로 아슬아슬하게 물건들을 올리기는 했는데

한 발을 올릴정도만 되고 나머지 발을 같이 올리기에는 높이가 또 미달, 부적절, 망함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중고 전자제품 가게에 가서 마지막 남은 의자 밑판을 올린 후에야 담장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산 넘어 산이라고 막상 담장만 넘으면 만사 형통일줄 알았는데 담장 높이가 그대로 착지하면 발이 정말 분지러지겠다는 직감이 딱 오더군요. 

그래서 고양이가 담장에서 모로 걷는 것처럼 부들부들 일어나서 이층으로 점프하려는 시도를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뒷집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군요..

그 집이 큰집이었나봅니다... 


처음 나오던 3명은 절 눈치 못챘지만 후발 주자 한 분이 너절하게 쌓여있는 물건들과 담장에 서있는 저를 봤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가타부타 아무말도 안하시고.... 뒤에서 눈빛만 느껴지는... 


차라리 소리라도 지르고 성질이나 내면서 왜 거기 있느냐고 물어보면

열쇠가 없어서 그런다고 저 원래 여기 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변명이라도 하는데.. 

빤히 쳐다보고만 있으니 또 시간은 한없이 지체... 


하긴... 무슨 도둑이 형광 핑크색 수면바지 입고 담장 위에 서 있겠어요..... 


그냥 그 분 시선 신경 안쓰고 2층으로 점프해서 결국 다시 집에 돌아왔습니다.... 

초성체로 ㅋㅋㅋㅋㅋ를 마구 날리고 싶은데 여기선 안되는 것 같아 쓰지 못합니다...


사실 담장을 넘어 그동안 쌓아놓은 너저분한 쓰레기들을 처지하고 들어가던 중 

일련의 일들이 너무 일상에 활력을 줬는지 문고리도 부러뜨렸네요.


내일 부모님 오시면 그냥 문열다 부러졌다고 슬슬 넘기렵니다.. 


아무튼 이 일로 저는 장르 소설을 더 이입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Comment ' 13

  • 작성자
    Personacon 숫자하나
    작성일
    13.02.11 23:09
    No. 1

    ㅋㅋㅋ 재미난 일을 겪으셨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둥글레차
    작성일
    13.02.12 00:01
    No. 2

    저는 그다지 즐기지 못했습니다.. 춥고 위험해서..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소금누나
    작성일
    13.02.11 23:20
    No. 3

    ㅋㅋㅋㅋ 우리 가족은 언니를 대학교에 바래다 준다며 비행기 타고 왔다가 삼일뒤 집에 갔는데 이만 차 키를 언니네에 두고온 겁니다.
    그래서 할수없이 공항에서 집으로 택시를 타고 왔죠.
    하지만 집에 오니 차 키에 집 키도 달려있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웃집에서도 도와준다며 나왔지만...결국엔 문을 딸수가 없었죠.
    그래서 그날은 새벽 2시쯤 문따는 사람이 와서 문을 따줄때 까지 밖에 있었죠ㅋㅋㅋ
    그나마 너무 춥지 않은 가을 이라서 다행 이었습니다 ㅠㅠ 겨울 이었다면 아마도 바로 방을 구하고 하루 다른데서 묵었겠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둥글레차
    작성일
    13.02.12 00:01
    No. 4

    저도 다른방 구할까도 생각했는데 돈도 아깝고 그냥 넘어보자 라는 생각에서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3.02.11 23:30
    No. 5

    켈켈켈켈켈, 히히히히히 아주 재미있군요.
    저는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20대 초반에, 집에 들어가는데 비밀번호가 안먹히더군요
    "엄마 문 비밀번호 바꼈나봐?"
    전화를 드렸죠.
    "어, 아버지가 너 쫓아내라고 해서 바꿨어."
    그리고 그 뒤 9개월 방황, 2년 군대, 후 집에 들어갔습니다.
    ..
    웃프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0 정주(丁柱)
    작성일
    13.02.11 23:31
    No. 6

    아 써놓고나서 살짝 눈물나네... 유유(초, 초성채의 유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일화환
    작성일
    13.02.11 23:46
    No. 7

    유유라고 쓰니까 피눈물 같아요. 무서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둥글레차
    작성일
    13.02.12 00:02
    No. 8

    웃프네요.. 화이팅!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3.02.11 23:39
    No. 9

    웃기려는 의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런 의도라면 성공하셨습니다.
    핑크색 수면바지에서 빵 터지고 말았어요 ㅋㅋ
    제가 지금 입고 있는 바지가 하트 뿅뿅 그려진 핑크색 수면바지인데 말이죠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둥글레차
    작성일
    13.02.12 00:03
    No. 10

    이제야 돌이켜보면 웃기지만 그 상황에서는 정말 한심하기가 이를데 없었어요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BanS
    작성일
    13.02.12 00:30
    No. 11

    그래서 장르소설을 읽는 겁니다, 여러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덴파레
    작성일
    13.02.12 01:16
    No. 12

    좀 전에 마트 갔다오는데 문 닫고 보니 열쇠가 없어서 급 당황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Daria
    작성일
    13.02.12 15:46
    No. 13

    전 급하게 사러갈 게 있는데 영업시간 지날까봐 전력질주를 하면서 계속 순간이동 하고싶다를 중얼거렸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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