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모개용을 닮은 나...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2.11.07 01:42
조회
2,302

약간의..뭐라고하죠. 아, 미리니름이라고 하나요. 흑야에 휘할런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패스하시길 권해드려요.

어제 오후, 견마지로님의 흑야에 휘할런가를 읽었습니다.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참 좋은 글을 만났구나 하고 감탄했더랬죠. 오랜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은 글이었어요.

그렇게 뿌듯한 마음을 뒤로하고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가만히 술을 마시고 있던 중, 문득 문득 이유도 없이 모개용의 마지막이 떠오르며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글을 읽고 있을 때에는 그저 하나의 장면으로 여기고 지나쳤던 부분인데도요.

많은 이들의 죽음 중 하필 모개용의 죽음이 왜 이렇게 자꾸 떠오르는가 따져보았더니, 흑야의 캐릭터 중 모개용이 저와 참 많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불의에 한 순간 불타올라 용감하게 일어서지만 곧 현실의 벽에 겁먹고 돌아와 순응하는 것을 택하는 비겁한 모습. 스스로의 비겁함을 외면하려 하지만 끝끝내는 외면하지 못하고 돌아보는 모습. 한순간의 용기에 힘입어 옳은 길을 택해보려 노력하는 모습.

흑야의 많은 기개있는 주인공들에 밀려, 뒤에서 순위를 꼽아야 할 것만 같은 나약한 모습을 지닌 모개용인데, 나름대로 제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려 하는 저는 간신히 모개용의 마음을 닮았을 뿐이더라구요. 그래서, 비겁하고 싶지 않은데 비겁하고 순응하고 싶지 않은데 순응하고야 말았던. 저와 비슷한 모개용의 마지막 용기가 그렇게 마음이 쓰였던 것 같습니다.

술먹고 좀 감상적이 된 것 같아 쑥스러운데요. 그냥..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자기반성이 좀 아쉬워서 문피아에 끄적여봤습니다. 어쩐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가슴 먹먹한 새벽이네요.


Comment ' 6

  • 작성자
    Lv.56 사는이야기
    작성일
    12.11.07 02:07
    No. 1

    저도 모개용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때, 현실이란 벽에 부딪쳐 웅크리다가...
    천하제일 군자가 되는 그 모습은... 아직도 여운을 남기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12.11.07 09:08
    No. 2

    결정적일 때 한을 풀고 죽을 수 있을만큼의 협은 간직할 수 있는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夢想成眞
    작성일
    12.11.07 09:12
    No. 3

    제 닉네임"몽상성진"을 풀이하자면 Dream comes true, 즉슨 꿈은 이루어진다지요.
    마찬가지로 저 또한 꿈을 좇되 부딪힐 때마다 변명의 벽을 두르고 적당한 핑계로 숨어버리지요. 그러다 못내 힘들어 다시 깨고 나와보지만 모개용의 장렬한 용기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소소가 모개용을 안고 하는 독백 "천하제일군자로다"라는 여운이 아직 귓전에 생생합니다.
    .
    .
    아직도 "흑야에 휘할런가"에 취해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네요ㅎㅎ
    결미편 댓글이 200개가 넘어가는 걸 보고 혼자 히쭉거리는 "흑야폐인"이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일화환
    작성일
    12.11.07 12:01
    No. 4

    저도 모개용을 보고 백양화가 한 말이 흑야에 휘할런가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회사원
    작성일
    12.11.07 23:47
    No. 5

    음...흑야를 보고 아닌 걸 아니라고 했다가.... 요즘 사직서를 써야하는 고민이 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Pander
    작성일
    12.11.08 10:11
    No. 6

    아예 '인의예신협'의 개념조차 없이 사는 자들의 세상을 흑야라 보면 모개용을 보면서 자기성찰하는 모든 분들이야말로 세상의 어두움을 빛내는 존재들이라 생각합니다. 성인이 아닌지라 언행심사가 완벽하지 못하고 일생을 인의를 위해 헌신하지 못하지만, '인의'의 정신을 배웠고 가슴에 품고있기에 부조리한 현실 보면서 번민하고 아파하는 그 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 도끼형님! 역시 별호만큼 날카로운 의지의 면모가 있으시군요. 바라건대는 '아닌 걸 아니라 할 줄아는' 도끼형님이야말로 지금있는 그 곳에 꼭 계셔야 할 것 같군요. 근데 별호를 잘지셨어요. 누구든지 님에겐 형님이라 부르게 되는 군요. '견마지로'란 별호와 좀 비교되는 듯... 사족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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