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대중성이 없어도 먹고 산다?

작성자
Lv.51 한새로
작성
12.08.30 15:19
조회
2,464

작가-출판사-대여점 체제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성이었습니다. 대중성이 무엇인지 세세히 정의를 내리지 않아도 모두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그대로 투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우선 출판사가 막습니다. 제가 첫 작품을 출간하고 나서 다음 작품으로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무려 다섯 작품이었습니다. 전 이미 차기작 계약이 되어 있던 터라 두 권 분량의 원고에 대해 수락만 하면 바로 출간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대중적'이란 잣대로 작품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해 고치길 원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을 그렇게 무려 일곱 번이나 고쳐 출간하고도 쫄딱 망한 경험이 있기에 출간을 안 하면 안 했지 편집팀이 휘두르는 칼에 맞아 마음 다치고 작품마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은 상태인 터라 수정을 거부하고 출간을 포기했습니다.

아마도 이게 저만의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출간 작가라면 한두 번씩은 다 겪어 본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글로 먹고 산지 몇 년쯤 되다 보니 출판사의 이러한 행동이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대여점에서는 일정 횟수 이상 대여가 되지 않으면 바로 반품합니다. 즉, 그 작품이 아무리 잘 쓴 작품이라 하더라도 대중적이지 못하고 몇몇 사람에게만 명작으로 우러름 받으면 곧장 반품의 운명을 맞이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물론 잘 쓰기도 하고 대중적이기까지 하면 가장 좋지만, 아시다시피 그런 작품은 참 드물죠.

대여점에서 입고의 기준이 보통 10회 이상 대여에 연독률 90%이상이라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은 매니아 5명이 2권을 다섯 번씩 대여해 10회를 대여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반품 작품이기 때문에 출판사와 작가에 돌아가는 수익은 0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느 출판사가 감히 대중성을 무시하고 작품을 쓰도록 작가를 놔두겠습니까. 예전에는 작품이 한두 개 정도인 초보작가에 한해 작품에 대해 재단을 했지만, 요즘에는 다작을 한 작가마저도 작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고 하더군요. (선배작가의 말입니다.)

제 경우 대여점 시장에서 일찌감치 밀려나 유료 연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대로 쓰고 싶은데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터전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그 어느 작가보다 유료 연재를 일찍 시작했고, 또 다양하게 접해 보았습니다. 물론 조아라에서였지만, 작가키우기 프로젝트, 프라이드, 웹노벨, 노블레스, 프리미엄까지. 거의 안 해 본 방식이 없다시피 했죠. 삼 년 넘게 유료 연재를 하다 보니 대여점-출판사 시스템이 눈에 들어오듯 유료 연재 시스템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출판사-대여점 시스템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자기만의 글을 써도 충분히 먹고 산다.'입니다. 아까 설명드리면서 매니아 5명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유료 연재는 곧바로 작가의 수입으로 이어지니까요.

저처럼 글 못쓰는 작가도, 장르 출판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몰라도, 그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은 대로 쓰다 보면 돈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는 장르 문학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획일화된 소재, 트렌드에서 벗어난 작품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책으로는 어림도 없지만, 유료 연재 시스템 하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중성은 중요합니다. 대중성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대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양성이라 생각합니다. 백인백색이라고 백 명이 다 생각이 제각각인데 어찌 같은 것만 좋아하겠습니까? 그동안 대중성에 희생된 다양성이 되살아날 때야 말로 장르문학의 부흥이 이루어지는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 ' 18

  • 작성자
    Lv.30 행운요정
    작성일
    12.08.30 15:50
    No. 1

    문피아 리뉴얼이 이런 점을 반영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애기별꽃
    작성일
    12.08.30 15:57
    No. 2

    문피아 리뉴얼 되면 문피아도 조아라처럼 일부 유료연재가 이루어지남요?
    그런 정보가 있었남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2.08.30 15:57
    No. 3

    과연 출판사에서 대중성을 판단했을까요?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고, 사전에 나와있는 대중성이라는 단어가 정말로 확실하다면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du******..
    작성일
    12.08.30 16:05
    No. 4

    먹고사는정도가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때 꿈을 꿨으나 현실을 이유로 접어야했어서..물어보는 겁니다.
    단순 생필품사고 먹고 하는 정도인지
    예전 어떤 작가의 블로그에서 보니 신입이 100~...
    소위 말하는 대박작가께선 많게는 800~...으로 말했던게 생각나는데..
    서울 평균 월급이 250정도이더군요.다른 지역을 봐도 평균 180이상 이더군요.
    저도 학생땐 아르바이트 만으로도 괜찮았지만 물론 혼자살때였습니다.
    지금은 나름 장사도 하고 사회생활도 함으로 인해서 예전정도 가지곤 턱없이 부족하던데...그럼 그정도 가지고 전업작가로 바꿨을시에 결혼과 육아 그리고 노후까지 문제 없는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12.08.30 17:06
    No. 5

    1차 단순 리뉴얼.
    2차 유료 리뉴얼.(유료페이지만 추가됩니다. 물론 홈도 그때문에 조금 바뀌겠지요.)
    현재로서는 유료연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걸로 보입니다.
    다른 방안이 없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8.30 17:23
    No. 6

    음 유료되면 독자에게도 좋겠네요.대신 확실하게 재미를 보장을 해야할텐데.좀 걱정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8.30 17:43
    No. 7

    이번 문피아 리뉴얼이 기다려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여비(魮)
    작성일
    12.08.30 18:02
    No. 8

    한새로 님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저는 이제 한 작품 출판했지만, 작품을 쓸 때 굳이 대충대충 읽으면서 제 글을 까는 사람들까지 독자로서 끌고 갈 생각은 없다는 각오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제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끝까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읽을 독자를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말초적인 재미가 아닌, 정말 저의 사상과 글 스타일, 상상을 사랑하시는 그런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쓰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 나이에 삶의 방향성을 틀었는데-아직 아주 많은 나이는 아닙니다만...- 쓰기 싫은 거 억지로 쓰면서 산다면 방향을 튼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대중적인 거 좋지만, 저는 대중적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100명이 그냥저냥 볼 만하네, 하는 것보다 100명 중 열 명이 와~ 이거 쥑이네 해주는 그런 작품이 더 좋다고 믿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8.30 18:16
    No. 9

    그 많던 작가와 독자들이 다들 그렇게 떠나갔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8.30 18:22
    No. 10

    어서 빨리 전자책이 활성화 되서 파이가 커져나갔으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Simoon
    작성일
    12.08.30 18:23
    No. 11

    흠... 3번 묘오링님 글에 정말 공감합니다. 그 대중성이 .. 그 대중성일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싱싱촌
    작성일
    12.08.30 18:36
    No. 12

    문피아 연재할 때는 무료로 연재하고, 완결 내고 나면 유료로 함 돌려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비열한습격
    작성일
    12.08.31 02:24
    No. 13

    제가 좋아하는 판탄님이나 건중님 같은 분은 필력이 좋고 작품도 제 성향에 맞는데, 출판시장에선 결과가 좋지 못하니 팬으로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리뉴얼해서 유료연재 하시면 결제할 팬층이 결코 작지 않으리라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칼레이드
    작성일
    12.08.31 03:43
    No. 14

    유료연재하면 최소한 '연중은 없다' 라는게 보장 되리라 생각됩니다.
    출판작도 2권. 혹은 4권까지 나온책들도 연중 되는경우가 많아 좋아하는 작품도 감히 사볼 수가 없던 경우도 있어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무이(武夷)
    작성일
    12.08.31 16:13
    No. 15

    대중성....이라 쓰고,
    시장성으로 이해하는게 좋을듯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이씨네
    작성일
    12.08.31 19:56
    No. 16

    대여점도 피해자죠.
    흥행에 관계없이 3~4권까지 믿고 받아주면..영영 안나오는 책들도 부지기수죠.
    조기종결 예사구요.
    실제 책방에서 독자들이 주로 대여해가는 7~10 완결 되는 책은
    1/3 정도나 될까요?
    더 나감한것은 보지도 않는데 10권이상을 훌쩍 넘어 매입을 강요당할때
    욕이 쌔리 나오죠.
    대중성이라고 쓰고 대여점이 좋아 하는 작가는
    7~10권사이에 내용 잃어 버리지않게 꾸준하고 열심히,내용이 산으로 가지 않고 쓰는 작가들이죠.
    획기적인 반전을 포함한 개성이 뚜렷한 작가들은 한새로 작가님처럼
    유료 연재나 전자책으로 승부를 보고 책으로는 내지 않는게 서로 윈윈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이씨네
    작성일
    12.08.31 19:57
    No. 17

    나감 <--난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이씨네
    작성일
    12.08.31 20:02
    No. 18

    참~!
    한마디 첨언하자면.
    책방들은 무협,판타지로는 유지도 못합니다.
    일본만화와 일부 한국만화 성인만화가 돈을 벌어줍니다.
    특히 일본만화와 극히 일부의 한국만화,몇종의 성인만화
    책방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것은
    성인만화로는 도시정벌 정도이고.
    소설로는 과거에는 초우님 정도 였죠.
    한국코믹으로는 용비불패,열혈강호가 돈을 벌어주고.
    나머지는 책값과 운영비정도..
    대부분의 소설들은 구색의 범주를 넘지 못하고.
    심지어는 민폐를 끼치는 책도 많쵸.
    그럼에도 많은 책이 출판되기를 바라는것은
    책이 출판이 되지않으면.
    결국,장르시장은 없어지고 말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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