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에 써야 하나 한담에 써야 하나 헷갈리네요. 정담에 아시나요 시리즈를 막 쓴 터라 아무래도 한담에 쓰는 게 낫겠다 싶어 한담에 적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현대물을 쓰던 글쟁이 입장에서 보았을 때, 현대물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사실 같은 허구'와 '허구 같은 사실'의 절묘한 조화가 아닐까 합니다. 너무 허황되어 뻔히 거짓말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 모든 이야기가 진실일 때 판타지가 아닌 현대물에 끌리게 되지요.
현대물을 쓰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인터넷 서핑에 쏟는 편입니다. 인터넷 뉴스가 모두 사실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읽다 보면 정말 '거짓말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뉴스 하나하나를 글의 소재로 비축해 아주 조금씩 녹여 내고 있는데 대부분의 독자는 이를 그저 허구로만 여기는 걸 보게 됩니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금융 권력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았습니다. 첫 작품인 네오라이프 역시 '프리메이슨'으로 대변되는 절대 권력과의 전쟁이 주 소재였고요.
왜 미국이 FRB라는 얼토당토않은 기관에게 막대한 이자를 지급하며 달러를 발행하도록 위탁했는지 늘 의문이었습니다. '연방 준비 은행'이라고 번역되는 FRB는 아시다시피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를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합니다. 그린스펀 FRB의장이 금리를 발표할 때 모든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워 그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을 익히 보셨을 겁니다. 그 이유가 뭔지 아신다면 금융 권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을 잡으신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졌던 이러한 내용을 오랜 고민 끝에 드디어 작품에 녹여 연재를 했습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였는데 독자 분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와 닿지 않는다'였습니다. 너무 거짓 같아 허황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죠. 그것도 진실보다 훨씬 순화해 썼는데도 말입니다.
공지영 작가가 도가니를 쓰고 나서 '진실 그대로 쓰면 모두 거짓으로만 여길지 몰라서 진실의 25% 정도로 순화해서 썼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그랬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그 상황에 닥치니 공지영 작가의 마음이 절실히 와 닿았습니다.
'진실 같은 허구'도 재미있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허구 같은 진실' 역시 현대물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란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아직은 필력의 부족으로 '허구 같은 진실'에 가시를 숨기는 일은 어려운 일이구나 하고 새삼 깨달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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