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공작가의 후계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인근 왕국과의 전쟁에서 대패하여 일가친척 모두 씨몰살당하고 간신히 탈출하였음에도 호위와 유모 모두 살해당하고 간신히 살아남았음에도 노예로 팔렸다.
단 두 문장으로 설명했으나 치밀한 설정과 꼭 노예생활을 해본 듯한 처절하고 역겨운 노예생활을 너무나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겨우 세 살된 주인공은 반항할 생각은 일찌감치 접고 공작가의 후계자라는 신분도 잊고 노예로써, 자신이 가치 있는 노예임을 끊임없이 어필한다. 덕분에 그는 적국의 황궁에 팔려가지만 세상 어디서나 비극은 일어나는 법. 그가 노예로써 배정받은 곳도 황제에게 버림받은 비빈의 거처였다.
가장 최근화에서 그는 비빈의 거처에서 방치된 갓난 아기에게 연민을 느끼고 오물로 짓물린 피부를 씻기는 것으로 끝난다.
원래 나는 비극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여점 시절 다크프리스트 같은 암울한 설정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지금도 신파극을 보면 혀를 차며 채널을 돌린다.
그런데 이 소설은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내가 비극에서 느끼는 거부감을 덜어주면서도 그 악랄하고도 비인간적인 모습만큼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나는 이 소설의 호흡이 아주 길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약 1권 분량을 읽었음에도 주인공은 여전히 세 살이고 이제서야 신발에 밟히는 개미처럼 비참한 죽음을 당하진 않을 수 있는 위치, 황제의 직속노예라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설은 현재까진 대작이다. 대작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치밀하고도 철두철미한 묘사와 끊임없이 끌어당기는 스토리 전개, 매력적인 주인공, 비극에 이은 또 다른 비극, 긴 시간 동안 읽었음에도 전혀 피로하지 않고 오히려 다음화가 기대되는 명작이다.
다만 내가 후회하는 점이 있다면 이 소설을 너무 빨리 알았고 이 소설이 완결나지 않았고 이 소설을 지원해줄 돈이 전혀 없고 이 소설이 끝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오직 추천하기에 추천글 하나 올리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통 판타지에서 비극을 딛고 일어서는 성장형 주인공을 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전격추천드립니다. 부디 오셔서 천천히 읽어봐주시길 바랍니다.
진짜 제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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