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목과 소개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라는 섬에서 한국인 소년이 축구 선수로 지내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글입니다. 회귀, 환생, 빙의 일절 없고 먼치킨 주인공 무쌍이 아닌, 순문학 성장 소설에 가깝습니다. 초반엔 전개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무료 회차를 모두 읽고 나시면 이 작가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며 템포가 느린 듯 하지만 은근히 훅훅 치고 나간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1. 인물이 하나같이 매력적입니다. 주인공 김경헌은 소개글에 나와있다시피 부모님의 이혼에 따른 가정사 때문인지 성격이 까칠합니다. 이런 성격을 가진 인물은 작가의 필력에 따라 그냥 성격 더러운 놈이 될 것이냐,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녀석으로 인식될 것이냐가 갈립니다. 물론 필드의 어린 왕자는 후자입니다. 작가님이 사실은 정말 17살이 아닌지 의심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요.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의 서사 빌드업도 탄탄합니다. 안타까운 가정사에 스페인 낯선 환경에서 지내느라 고슴도치처럼 날 세우던 경헌이 점차 주위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조명받게 되는데 이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고 어느 한 곳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한 줄 요약: 개연성 없고 1차원적인 인물 없음. 조연들마저 매력적임.
2. 이야기 과정이 탄탄합니다. 필드의 어린 왕자는 월 수 금 3일 연재입니다. 따라서 진행 과정이 지나치게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번 정주행을 해보면 이 작가님 은근히 진도 빨리 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이런 점이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애정하고 응원하게 만듭니다.
작품은 카나리아 제도의 UD 라스팔마스라는 구단의 2군에서 지내던 주인공이 처음으로 1군에서 (비록 교체지만) 데뷔하며 시작됩니다. 스페인으로 건너온 지 1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낯선 환경,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의 이혼... 다들 사춘기를 겪어 보셔서 알겠지만 아주 성격 더러워지기 좋은 전제조건이죠. 안 그래도 경계심이 심한 주인공이라 초반엔 주인공을 고슴도치라고 생각하며 읽으시면 납득이 잘 갑니다.(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며 읽으면 이입이 더더 잘 됩니다) 이랬던 경헌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팀원들과 친분을 맺고 사람들을 만나는 걸 보면서 아들 키우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습니다ㅎㅎ
가볍고 템포 빠른 글에 익숙하신 분들은 마냥 고구마처럼 느낄 수 있지만 조금만 참고 읽다보면 아 이 고구마 그냥 고구마가 아니라 잘 구운 꿀고구마였구나 하고 깨달음이 옵니다!
한 줄 요약: 성장 소설의 묘미가 대박입니다
3. 아 이제 할 말도 별로 없고 정말 망설이다가 남기는 추천글입니다 작가님께 폐 끼치는 건 아닌가 정말 고민했지만 더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올리는 겁니다... 읽어줘 제발... 미안하다 이거 다섯 글자 쓰려고 어그로 끌었다 그 까칠하던 김경헌이 맞나? 진짜 김경헌은 전설이다... 진짜 전부터 오랫동안 봤는데 열라 재밌고 진짜 내가 다 감격스럽고 가슴이 웅장해진다... 니들 이거 안 보면 손해다 읽어줘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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