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가장 큰 수확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닌가 해서 추천을 씁니다.
1925년 일제강점기 소작농의 아들로 회귀한 주인공이 시대상황을 이용하여 금력을 쌓고 역사의 줄타기 속에서 포텐을 폭발시키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광복 전후로 1부, 2부가 나눠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에 대해서는 저는 감상 단계, 이입 단계, 설렘 단게를 밟아갔습니다.
극초반부에 이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주인공이 주인공이라기보다 고 정주영 회장을 모태로 한 어떤 추상성의 캐릭화로 느껴질 뿐 주인공의 고유의 색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인 미곡상 밑에 들어가 기민한 처세술로 신뢰를 얻고 최대한 역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이후 성공한 일본인의 사위이자 조선인자산가로서 교묘한 계략으로 보신주의를 취하던 주인공이, 점점 광복이 다가오면서 국제정세가 긴박해지고 그 행보가 긴장감이 넘치기 시작할 때 주인공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대마도에 집착을 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거기서 역사의 분기점이 새로 생기게 될 줄 몰랐네요. 1부?에서는 주인공이 일본인들에게 눈물의 똥꼬쇼하는 맛으로 보다가 2부에 들어서서는 원한은 잊지 않고 깔끔하게 엿먹이는 맛, 블러핑하면서 일본을 최악의 포지션으로 몰아가는 맛을 씹고뜯고맛보고즐기면서 그 말초적인 감각적 재미만으로 훌륭합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로 이 글의 추천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현대사를 요리하는 작가의 솜씨입니다. 광복 이후 미군정 시대에서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역사에 거슬러 활약하는 데서부터가 아니었나 합니다. 극초반 단순히 윗사람의 마음을 읽고 아부를 잘하는 능력자에 불과했던 주인공이, 사람을 판단하고 다루는 능력, 카리스마, 정치력이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온갖 부조리와 이데올로기와 이해득실이 얽혀서 수술하려고 해도 어떻게 손댈 수가 없는 거지같이 복합적인 판 위에서 우리 현대사의 혼돈스러운 비극을 막을 것은 막으면서도 또 못 막는 것은 적절히 이용하는 데서 호쾌함이 전해져옵니다. 어느새 주인공이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더군요.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한다기보다, 제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1과 같은 경외감으로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소재활용의 측면에서 예를 들자면 서북청년단이 있겠네요. 저는 늘 ‘서북청년단’에 대해서 늘 항상 분노와 아픔만을 느꼈었는데 이 예민한 폭탄덩어리를 당황스럽게도 주인공이 직접 선수쳐서 조직하면서 어용단체로 적절한 시기마다 쏠쏠하게 써먹는 걸 보며 당시의 정치적 층위의 복잡성과 혼돈을 곰씹어볼 만 합니다. 이승만에 대한 전략적인 태도로 낚아내는 것도 솜씨도 참 깔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친일파 중 일부에 대해서 구제해서 같이 가려고도 하다가 결정적으로 손절하고 통수치는 그 계기가 인간냄새가 나면서도 그 판단은 비정합니다.
급기야 그 시대를 정말로 살아가며 느끼는 온갖 어이없는 아이러니가 주인공 자체가 된다고 느껴집니다. 이런 역사의 치명적이고 민감한 아이러니를 교묘하게 잘 담아내려면 작가님의 균형감각이 중요한데 그부분에서 흠잡을 데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념적으로 본다면 그 어떤 대체역사소설보다 과감하고 극우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균형을 잃지 않기 때문에 소설 전체를 매단 저울이 조화롭습니다.
유료작품인데 매 회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근현대 재벌물에 관심 있으신분, 그 혼돈의 판에서 가진 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보고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편수가 200편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꾸준히 구매수가 2000 찍히는 것도 나름 참고하실 만한 연독률 징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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