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추천

작품추천은 문피아의 작품만을 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Lv.43 성민영
작성
17.11.16 23:20
조회
1,829
표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배현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8,317
추천수 :
1,885

미리니름 있습니다


“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릴 수도 모르겠소. 그건 도적 떼, 전염병, 기근, 전쟁과 불보다도 나쁜 일이오”

이 한탄은 구로사와 아키라가 감독한 <라쇼몽>의 한 대사입니다. 한 사무라이의 변사를 놓고 그의 아내, 도적, 사무라이의 원혼, 나무꾼은 각자의 입장에서 상반된 진술을 합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진실은 흩어지고 사실은 혼탁해져 바라보는 이들은 누구의 말이,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들의 공판을 목격한 승려는 울분에 차 말합니다. 자신은 사람에 대해 믿음을 잃어버렸다고.


사실 인간 개개인을 이기적이고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보는 관점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오늘날에는 정치학이나 경제학의 보편적 시각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상의 연장에서 우리는 정부를 조직하고, 법률을 제정하여 개인을 통제하고 일탈을 처벌합니다. 나아가 교육을 통해 개개인에게 선량함을 학습도록하고 사회화합니다. 민주화된 공동체에서 시민 간의 신뢰란 사회나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동일합니다. 우리는 파란불이 들어오면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이를 어기는 자들이 도덕적 비난과 법률의 제재를 받을 것을 믿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사회와 정부조직이 붕괴한다면 사람 간의 신뢰 역시 소멸할까요? 적어도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토마스 홉스는 자연상태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라 표현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빈곤이나 질병, 죽음의 공포로부터 고통받습니다. 리바이어던이란 강력한 괴물로 비유되는 정치 권력이 이들을 통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을 구제하는 선행이 됩니다.


배현 작가의 『폐허 정복자』에서 묘사하는 아포칼립스는 홉스가 묘사한 자연상태와 비슷합니다.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인해 사회는 무너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갑니다. 난세에는 언제나 그랬듯 도적들도 창궐합니다. 약탈자로 표현되는 이들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고, 물자를 강탈하여 생존합니다. 지난 10년간 새로 태어나는 이들은 거의 없었기에 생존자들은 점점 수가 줄어듭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배척합니다. 


소설은 약탈자 집단에서 이탈한 단과 상우의 행적을 좇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직 군인을 사사한 이들은 비교적 강한 무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무리를 모읍니다. 비록 유능하지 않더라도, 신뢰할만한 이들을 그룹으로 받아들입니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면 약탈이 가장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단은 이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약탈 짓은 안 해”

단은 못 박았다.

“사람을 모을 거야. 그리고 약탈 따위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집단을 만들고 싶어”

“약탈을 안 하면... 그럼 항쟁이요? 다른 그룹을 털어먹게요?”

단은 고개를 저었다. 단을 잘 따르고 솔직했지만 정상적인 사회보다 멸망한 세상을 더 많이 접한 상우는, 이미 이 세계에 맞게 적응해버린 상태였다.


그렇다고 단은 마냥 착한 성품을 지닌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약탈자 생활로 인해 감정이 무뎌져 사람을 죽이고도 무덤덤해 합니다. 때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근처에서 쾌락살인을 일삼는 ‘교수’의 무리를 일망타진 하는 등 선제적으로 타 그룹을 공격해 섬멸시킵니다. 


나이프가 다시 복부를 찔렀다. 나이프로 머리를 찍는 것을, 단은 싫어했다. 두개골은 너무 두꺼웠고 날을 상하게 하기 일쑤였으니.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교수는 태연했다. 비록 거듭 찔리며 겁먹은 듯 단을 몰아냈지만, 지금 그의 태도는 자신이 숱하게 매단 다른 시체들과 자신을 같이 여기는 듯했다.

“감염자 새끼.”


누구도 타인을 함부로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단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려 합니다. 과연 그의 시도는, 노력은 보답받을 수 있을까요? 전작인 『노예병 크로스』에서 감탄할만한 문장력과 수준 높은 연출을 보여준 배현 작가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됩니다.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작품추천 게시판
공지
전체 커뮤니티 게시판 이용 안내
Personacon 문피아운영자   등록일 : 22.01.05   조회 : 2,726   좋아요 : 0
추천 : 1 표지
갓블린   등록일 : 02:29   조회 : 11   좋아요 : 0
판타지, 현대판타지 부검 스페셜리스트 | 가프
추천 : 1 표지
삼백석   등록일 : 24.04.26   조회 : 40   좋아요 : 0
판타지, 현대판타지 마공만렙 천마가 되었다 | 오토마톤G
추천 : 1 표지
kj******   등록일 : 24.04.26   조회 : 87   좋아요 : 6
현대판타지 이번 생은 재벌로 살겠다 | 파셔
추천 : 1 표지
공장장   등록일 : 24.04.25   조회 : 165   좋아요 : 4
현대판타지, 퓨전 몬스터 군단으로 자동사냥 | 미래소년
추천 : 1 표지
야망가   등록일 : 24.04.25   조회 : 83   좋아요 : 6
현대판타지, 드라마 빌보드 1위로 시작하는 작곡생활 | 바사라단
추천 : 1 표지
or******..   등록일 : 24.04.25   조회 : 151   좋아요 : 2
일반소설, 추리 거짓된 나라 | seeer
추천 : 1 표지
미확인구라   등록일 : 24.04.24   조회 : 159   좋아요 : 11
현대판타지 미래를 보는 슈퍼개미 | 완쓰강
추천 : 2 표지
동글둥글뒹   등록일 : 24.04.24   조회 : 131   좋아요 : 4
대체역사, 판타지 초대 콧수염 대마왕이 되었다 | 리첼렌
추천 : 1 표지
테메르   등록일 : 24.04.23   조회 : 175   좋아요 : 11
현대판타지 백수 삼촌이 게임을 너무 잘 함 | 토리셀
추천 : 1 표지
만조민국   등록일 : 24.04.22   조회 : 201   좋아요 : 7
현대판타지 잘 먹고 갑니다 | 해묘(亥猫)
추천 : 1 표지
리화영   등록일 : 24.04.22   조회 : 259   좋아요 : 9
추천 : 1 표지
runarual   등록일 : 24.04.22   조회 : 131   좋아요 : 13
현대판타지, 판타지 2회차 금수저가 미술계를 찢음 | 폭팡
추천 : 4 표지
백수의뱀   등록일 : 24.04.22   조회 : 188   좋아요 : 8
판타지, 퓨전 증기시대의 야수조련사 | 돌무지
추천 : 2 표지
문환   등록일 : 24.04.22   조회 : 154   좋아요 : 16
대체역사 을미년에 민비 대신 고종이 죽음 | 이그드라시
추천 : 2 표지
ph******   등록일 : 24.04.21   조회 : 268   좋아요 : 9
현대판타지 완전생물 병장님 | 마지막한자
추천 : 3 표지
달떵이   등록일 : 24.04.21   조회 : 90   좋아요 : 11
현대판타지, 판타지 괴물급 천재 작가들이 날 너무 좋아함 | shoro
추천 : 1 표지
아빠아들   등록일 : 24.04.21   조회 : 300   좋아요 : 65
판타지, 퓨전 돌팔이 의사 자크 지라르 | 담하이데
추천 : 2 표지
이마시아   등록일 : 24.04.21   조회 : 194   좋아요 : 2
현대판타지 죽음을 보는 킬러 | 이종길
추천 : 1 표지
ha******   등록일 : 24.04.21   조회 : 151   좋아요 : 10
대체역사, 판타지 정조는 유교 탈레반이 싫어요 | 정동갑제
* 본 게시판의 규정에 어긋나는 글은 삭제처리 될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