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물은 대체로 회귀가 따라 붙는다 이혼 하고 회귀해서 결혼 자체를 없던일로 하고 각성한 능력이든 미래지식이든 이혼 보다는 회귀를 통해 얻은 이점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겸사겸사 복수도 하는게 트랜드인 모양.
그러나 이 소설은 조금 다르다.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아내의 외도가 밝혀진 남자가 회귀 없이 이혼 후를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혼을 통해 돈을 벌어 여유 있는 삶을 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소설처럼 몇조원을 우습게 벌어들여 경제를 쥐락 펴락 하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느긋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다른 이혼물에서는 보기 힘들게 이혼 후 남겨진 아이들에 대한 감정, 처가 식구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제법 인간적인 모습으로 풀어 간다.
나는 이 소설을 몇가지 부분에서 제법 몰입 할 수 있었는데 하나는 주인공이 이혼 후에 복수나 큰 돈 같이 내세우기 좋은 목표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략하면서 아내의 외도와 몇년간 키워온 아이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점이다. 나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 몰랐던 취향을 알아가는 모습이 우리 아버지를 많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소주말고는 입에 안맞는다고 생각하셔서 양주 선물이 들어와도 눈살부터 찌푸리시던 아버지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좋아하셔서 초콜릿과 페어링 하는 걸 즐기시고 비싸고 지루한 스포츠라고 싫어하시던 골프를 즐기고 계신다. 이 소설의 주인공과 닮은 점이라면 자식들이 둥지를 떠난 후에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을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어쩌면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남자가, 아버지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단점
1. 이혼물: 이혼물이 범람하는 그리고 틀에 찍어낸듯 복사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혼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하는것 그 자체가 유입을 꺼리게 하는 단점이다
2. 초반 아내의 외도가 밝혀지는 부분: 개연성도 없고 과하게 막장이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라 밝힐 수 없지만 지독하게 탈출 바튼을 누르고 하차하고 싶게 만든다.
3. ‘웹 소설’ 보다는 웹’소설’ 에 가깝다는 점: 물론 아내와 이혼하는 부분은 나름 통쾌하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 깨나 답답하고 담담하다. 솔직히 나도 몰입하게 만든 경험들이 없었으면 고평가를 하지 않았을것 같다.
마무리
추천글 보단 독후감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날 내가 더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하지만 지금은 못하고 있는 것들이 그리운 날 한번쯤 읽어 봄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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