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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작성자
Lv.34 단델라이언
작성
22.05.20 19:06
조회
1,293
표지

유료웹소설 > 연재 > 무협

유료 완결

데이우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2,340,446
추천수 :
60,050
막막하다는 말이 있다.


이제 막 교복을 벗은 갓 스무 살 적에. 밤의 거리의 해방감을 누리다가 술에 취해 터덜터덜 방에 돌아와 하루 내내 체온에 말라 누래진 양말을 발가락으로 내려 벗다가도 문득 찾아오는, 마치 선로를 벗어난 열차가 된 마냥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를 것만 같은 본질적인 고독과 마주했을 때.

또는 점점 힘없어져가는 부모님이 어느 날 갑자기 작아보일 때, 더 이상 학생이라는 말을 들을 수 없을 때,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 나이가 되었으면 자기 삶을 책임질 줄 알아야지.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젊은 날의 푸르른 막막함이 있다면,

젊은 때의 시간과 의미를 담아 내가 선택한(혹은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온) 길을 애써 내달려 봐도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만 같고 어느 날 문득 지난 날들을 돌아봤을 때 나는 왜 이러고 사나 싶은, 한숨에 찬 회한과 함께 찾아오는 막막함과 더불어

스스로가 마치 소모되어야 할 곳에 소모되지 못한 탄환이나 유행이 지나 아무도 찾지 않는 악성 재고품이 된 것만 같은, 그믐날 한밤중처럼 짙디 짙은 자괴감과 젊었던 날에 대한 눈물겨운 향수를 머금고 고개를 내미는 조금 더 나이 먹은 막막함 역시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전작인 '마늘밭에서 900억을 캔 사나이'에서도 그러했듯, 이번 작품의 주인공 강소천 역시 마치 장작조차 되지 못한 불꺼진 재마냥 마땅한 쓰임과 의미를 갖추지 못한 채로 퇴색하고 먼지가 쌓여 갈 운명이었다.

그나마 전작의 박민혁은 아직 20대에, 최소한 작게나마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이나 목숨을 나눌 친구라도 있었지만, 본작의 강소천에게는 그런 것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능력이 좋아 크게 위명을 떨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크게 비뚤어지거나 타락하여 악명을 날릴 정도의 사악함조차 갖지도 못한 채, 그저 흘러가듯 존재하다가 시간 속에 스러지는 많고 많은 평범한 강호인. 그것이 강소천의 삶이요 길이었다.

그런 와중에 평생 몸담았던 맹에서 사출될 처지가 되어 버렸으니, 그야말로 막막하다. 반평생을 바친 회사에서 임원은 고사하고 부장조차 되지 못한 채로 어느덧 구조조정을 맞아버린 만년 과장의 마음을 감히 그에 비길 수 있을까?...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 비록 선량함과 정직, 성실하다는 것이 그 자체로도 가치로운 세상이란 오직 어린 시절 듣던 자장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되었을 지라도 우리는 우리가 가치롭다 배워왔던 바들이 여전히 빛나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암담함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바꾸어 줄 '기이한 인연'이 찾아오리란 희망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연무림은 버려진 자들이 다시 날카롭게 벼려져 예기를 품기를 바라는, 오늘도 하루를 견디어 낸 우리에게 바치어 진 헌사이다. 무협지의 옷을 입고 태어난 우리 삶의 그림자이다.

저 자신이 버려지고 쓸모없어져 보았기에 가진 바를 어디에 써야 할 줄 알고 남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앎으로 비로소 '기연'을 가질 마땅한 자격이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다.

부디 강소천과 읽는 이들 모두가 막막함 속에 기연을 맞더라도 부디 사람으로서의 분수를 벗어나지는 않기를 바라며 하루해 넘이의 고단한 술기운에 젖어 마구 지껄인 추천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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