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많은 영재들이 그러하듯, 주인공도 시간이 흐르며 조용히 묻힙니다. 대부분은 부모의 집착에 지쳐 즐길 수 없어지거나, 자라면서 재능을 잃거나 하여 재능을 보이던 분야에 흥미를 잃고 손을 놓지만은, 주인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재능은 퇴색되지 않았고, 매 순간 미술을 하고 싶어했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그림에 손을 놓게 되었는가?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현실의 냉정함 때문이지요. 아비를 잘못 만난 탓입니다. 주인공의 부친은 가족들에게 무거운 빚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이른 나이부터 공사판으로 몸을 던집니다.
하루벌어 하루 먹으며 야금야금 빚을 갚아가다가던 때, 어느날 한줄기 광명이 비췄나니! 제목에서 보이는 로또입니다. 단독 1등이라 당첨금이 어마어마 합니다. 빚을 갚고도 금전적으로 구애받을 일이 거의 사라진 셈이죠.
이제 주인공은 오랬동안 놓아왔던 그림을 다시 잡습니다. 찬란했던 재능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는 듯 6개월만에 한국에서 제일가는 예술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지요.
주인공은 미친놈입니다, 천재입니다, 사고방식부터 바범하기 그지없습니다. 상승욕구에 미친놈이라고 해야할까요. 타이포그래피 3개 만들어오라고 한걸 300개를 해오는 기행을 벌입니다. 그것도 하나하나 전부 다른 디자인으로요. 이걸로 주인공의 별명은 '300' 또는 '스파르타' 로 불리게 됩니다. 그뿐인가? 보통 죽어도 받기 싫어하는 피드백을 과제 준 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한테도 받아내고, 다른 동기들이 완벽하다며 찬사를 보낼때 어떻게든 자기 작품을 억까해서 개선한 점을 찾아냅니다.
솔직히 이정도 미친놈이면 로또 없이도 어떻게든 빚 갚고 그림을 다시 잡아서 성공했을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 로또라는 요소가 작품에 주는 효과는 여유로운 분위기의 조성이었습니다.
금전적으로 구애받지 않는다는건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주인공이 본인에게도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고, 가족에게 하는 헌신의 퀄리티도 높아졌다는 의미이지요. 주인공에게 여유가 생기니 보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잔잔하게 볼만한 미술 장르의 전문가물, 로또 1등 미대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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