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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84 40075km
작성
22.02.18 21:14
조회
1,099
표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6號Tiger
연재수 :
500 회
조회수 :
260,395
추천수 :
7,091

간혹 가다보면 어떤 작가는 항상 비슷한 글을 쓰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필체나 글의 깊이야 어떤 작가건 간에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니 비슷한게 당연하다쳐도, 몇몇 작가들은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주제를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나가기를 반복한다.


좋게 말하면 작가의 시그니쳐고, 나쁘게 말하면 뻔한 자가복제다.


그리고 이 둘을 가르는 것은 1권 분량만 읽어도 뒷 일이 뻔히 짐작되는 이야기를 ‘그래도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가 언제나 스포츠에 삼각관계를 끼얹는 구조를 반복해도 재밌는 반면에 어떤 소설의 후속작은 ‘전작과 다를게 없네’라며 집어던지게 만든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벌써 열 세번째 글, “피와 진흙의 요람”을 쓰고 있는 작가의 소설 역시 매번 비슷한 전개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배경은 평행세계의 중세 유럽쯤 되어보이는 세상.


내용은 바닥을 구르던 미천한 신분의 주인공이 어찌저찌 살아남고 성공하는 줄거리.


여기에 중세 음유시인이나 쓸 법한 장황한 미사여구와 반복법으로 치장된 글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게 도대체 뭔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수도 있다.


피를 담은 가죽주머니에 불과한 것(인간)들이라거나 , 죽음의 모조품(잠)에 빠져든다거나 하는 묘사는 어찌보면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


* * *


“무엇인가를 요구하기 전에 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도록 해. 반란군이 지금 홀뱅크를 장악하고 있다. 저들과 싸워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되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하도록 해. 그렇게 한다면 마땅히 너희들 모두 써스톤 동쪽의 사람들처럼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하게 바닥을 구르지 않아도 된다.”


“그럼 우리가 차라리 반란군을 돕는다면 어찌하겠소?”


피터는 크게 웃으며 서부 롱포드 왕가 전체, 아니 시드머스 섬 나머지 전부와 맞서 싸워 이길 자신이 있는지 물었다.


“결국에 죽는 것은 너희들이 될 것이고, 불타는 것은 너희 집이 될 것이며, 승리자의 좆대가리가 박을 곳을 찾아 끌려가는 건 너희들의 아내와 딸이 된다. 혹은 사내아이들일 수도 있겠지. 너희들 모두 지금 왕명을 받들어 온 기퍼드 백작님에게 반대하는 용기를 가졌다. 그리고 지금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판단하는 현명함도 갖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좋소, 국왕 전하를 위해 내 땅과 내 집을 지키겠소!”

“다시 싸우겠소”

“싸우겠소! 싸워서 반란군 놈들을 다 죽여버리겠소!”


* * *


투박하면서도 뻔한 대화. 그런데 계속 보다보면 그 뻔하고 허세부리는듯한 글에서 왠지 모를 현실감이 느껴진다.


소설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전작을 통틀어서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도, 작가의 필명만 봐도 ‘아, 대충 이저저러하게 진행되겠구나’가 뻔히 보이는데도, 지루하다기보다는 음유시인이 실제 있었던 전투들을 읊으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 진도는 느릿느릿 빼는데 (160화가 지났건만 주인공은 여전히 활 쏘는 병사 1이다), 요즘 웹소설 추세에 맞춘 시원한 전개를 기대하면 갑갑해서 뛰쳐나갈수도 있다.


스케일도 크지 않고 (몇천명 모이면 엄청난 대군), 마법도 없고, 있는 거라곤 바닥에 굴러다니던 쓰레기와도 같던 인간 한 명이 조금씩 몸을 일으키고 자신을 갈고 닦으며 시시때때로 성장(봉급인상!)하는 것 뿐.


누가봐도 감동받을만한 엄청난 대작은 아니다. 분명히 호불호는 갈리는 소설이다. 지루하다며 빠져나가는 사람도, 갑갑하다며 던지는 사람도 많을법하다. 


하지만 그 반복되는 글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다면, 최소한 이야기의 샘이 끊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지금까지 십수편의 소설을, 그것도 (비록 매화마다 글자 수가 적다고는 해도) 400~500화씩 되는 소설을, 유료화 되지 않아도 끝까지 이어나가 결국 완결을 보고 말기 때문이다.


동전과 환호성이 아니라, 돌멩이와 욕설보다 더 무서운 ‘낮은 조회수’에도 꿋꿋하게 노래를 이어가는 음유시인은 분명 찬사를 받을만하다. 비록 그 노래가 술 한잔 걸치며 배경음악으로 흘려들을법한 가벼운 노래라도, 최소한 귀를 틀어막게 만드는 소음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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