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타지 #요식업 #일상물
문제. 다음 중 배고픈 남매에게 공짜 돈까스를 인심 좋게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1. 장사도 안되는 마당에 코로나까지 겹쳐 빛만 쌓이고 있는 사장님
2. 장사도 안되는 마당에 코로나까지 겹쳤지만 며칠 전에 로또 1등 당첨된 사장님
예로부터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고 했다. 내 주머니에 돈이 넉넉히 있어야 남의 불쌍한 사정도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리고 남을 돕고, 만사에 여유를 갖고 대하다 보면 모든 일이 잘 풀리기 마련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김정훈 역시 마찬가지.
대기업 프랜차이즈 음식점 종사자로 일하다가 여러가지 더러운 꼴을 보다못해 뛰쳐나와 조그만 돈까스집을 시작한, 어찌 보면 주변에 흔하게 널린 소시민 중의 한 사람이다.
다른 점이라면 로또가 당첨이 되어 37억원이 넘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것.
보통 현대판타지에서 로또건 비트코인이건 일단 큰 돈을 얻게 되면 소설은 그때부터 두갈래로 나뉜다.
주인공 버프 받고 그 돈을 휘두르며 연이어 투자를 성공하고 더 큰 돈을 무기삼아 기업들을 집어삼키며 부와 권력을 얻거나,
소시민답게 소소한 사치를 부리며 인생 역전이 아닌 인생 업그레이드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거나.
그리고 이 소설은 두번째 길을 택한다.
돈까스 장사를 이어가며 개선책을 하나씩 실행하는데, 기껏해야 고기를 한등급 높여 주문하고 2만원짜리 연육기도 사서 부드럽게 다져주는 정도다.
이 조그만 시도도 적자가 날 때는 엄두도 낼 수 없었는데, 통장에 돈이 쌓여있으니 별 고민없이 다 도전해본다. 재료에 돈 들이고 손을 더 쓰니 음식맛이 좋아지는 건 당연지사.
여기에 가난한 남매를 도운 일이 유명해지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중간에 소소하게(?) 7억5천짜리 집을 사거나, 실수로 주식 미수를 풀로 땡기는 바람에 우량주에 1억을 묻게 된다거나 하는 일탈도 저지르지만
옷차림만 보고 깔보던 부동산 중개인을 참교육 시킨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신세를 갚는 등 로또당첨 현대판타지의 정석을 걷는다.
주인공이 쫓겨났던 돈까스 프랜차이즈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현대판타지치곤 꽤나 만만한 목표인지라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가게 될 듯.
재벌물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일주일에 로또 한 장 재미삼아 사는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로또 한 게임에 천원, 주 6일 연재에 육백원. 천육백원으로 일주일동안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으니 이만하면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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