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는 맛을 일류 셰프가 어레인지해 내준다면 어떨까요?
이 소설이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 ‘환생자들의 세계’에는 모두가 아는 맛인 환생, 헌터물, 그리고 초능력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클리셰들이 타 양판소처럼 주인공 이름만 바꿔서 나오는 것이 아닌 작가분 본연의 아이디어와 섞여 독창적이면서도 거부감 없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환생이라는 요소는 주인공 개인의 특징이 아닌 세계관의 일부가 됩니다. 주인공이 환생하게 되는 ’가이아‘라는 세계에는 주인공 외에도 수많은 환생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1.5세대로 불리며 세계 인구 분류의 일부로서 살아갑니다.
또 헌터물의 요소는 로머라는 수렵 직종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가이아 대륙의 숲 등 문명화 되지 않은 장소에서 거대 동물들과 싸우고 그 전리품을 파는 일을 맡습니다. 로머들이 유통하는 물건 중엔 ’에너지석‘이라는 돌도 있는데 그 능력이라던가 위상이 마정석, 혹은 마나석과 흡사합니다. 차이점이라면 딱히 각광받는 직업이 아닌 3D업종 정도의 취급이라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초능력이라는 요소는 그 틀 자체는 기본의 정의와 유사하나 그 발현이 환생 시 두뇌 능력 향상의 부산물이라는 특이한 방식이기에 흥미롭습니다. 전기기사였던 주인공이 전기 능력을 얻은 듯 전생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정형화된 상태창 난사가 아닌 말 그대로의 초능력이라는 점도 좋습니다.
작품의 배경을 말하자면 1.5세대라 불리는 환생자들과 2세대라 불리는 가이아 대륙인과의 대립이 눈에 띕니다. 1.5세대들 중 몇몇이 가지고 있는 초능력 대 2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구도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세대가 귀족 등 기득권의 삶을 영위하며 사회의 소수 집단, 혹은 약자로 분류되는 1.5세대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있으나 개인 대 개인으로는 통상적으로 환생하며 능력이 향상되고 몇몇은 초능력까지 생긴 1.5세대가 우위를 점하는 듯 합니다. 이러한 대립구도로 인하여 이야기의 범위, 그리고 인간관계의 구조가 한층 더 복잡해지며 또 더 매력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더하여 1.5세대들의 존재로 인하여 가이아에는 신용카드, 휴대전화 등 여러 현대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땅이 개발되지 않았고 건축 양식이 근대 유럽에 가까움 등 판타지에서 느낄 수 있는 에스테틱도 포함되어 두 토끼를 다 잡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판타지스럽기에 인권이 낮아 주인공의 행동반경이 넓어졌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생각됩니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삼천포로 빠지는 일 없이 스토리 라인에 충실하여 더욱이 주인공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좋습니다. 주인공이 로머라던가 하는 세계관의 한 부분에 매여 있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이야기의 주제도 퇴색되는 일이 없고 오히려 빛난다는 점에서 작가분의 뛰어난 역량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주인공이 영민하고 유능하면서도 환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야기의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환생자들의 세계’는 이렇듯 독창성과 안정성을 둘 다 잡은 탄탄한 세계관 속에서 주인공 레이(전 이진우)의 적응, 그리고 생존기를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위 장점들에 더해 주변 인물들의 입체감도 적절하고 작가분의 필력 자체도 수려하여 매우 몰입감 있게 읽게 되었습니다.
첫화부터 저를 사로잡은 소설 ‘환생자들의 세계,’ 여러분들도 꼭 한번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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