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웹소설의 진정한 시작은 헌터물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득세했던 무협이나 정통판타지들은 중원무림이나 서양풍의 세상을 배경으로 삼았으니까. 낯선 이름을 가진 이들이 나와서 낯선 이야기를 하는 한계를 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헌터물은 다르다. 헌터물의 주인공은 우리와 비슷한 3글자의 이름을 지니고 있고, 장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등장인물들의 언행을 이해할 수 있다. 알파벳이 들어간 랭크제로 대표되는 명확한 파워레벨도 글을 읽기 쉽게 만들어준다. 오호! 쇼츠의 시대에 읽기 쉬운 글이란 얼마나 막강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가!
이러한 헌터물의 잠재력은 요즘 너튜브 광고를 오지게 때려대는 나혼렙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하던가? 이제 한국형 헌터물은 애니메이션, 게임이 되어서 전세계로 수출이 되고 있다.
한데,
시장이 성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너무나도 많은 헌터물이 쏟아져나온 것이다.
소위 양산형 헌터물의 범람시대! 시장이 성숙하고 경쟁이 심화되면 <표준형>이 만들어지는게 모든 산업의 생리라지만, 그래도 소설이 공산품은 아니지 않는가? 신선함이 결여된 픽션은 재미의 한계가 뚜렷한 법이다. 아무리 맛있는 국밥집이어도 먹고 먹고 또먹다보면 질리게 되듯이...
그래서 오늘도 헌터물을 쓰는 작가들은 조금이라도 개성적인 면모를 개발하고자 미친듯이 머리를 쥐어짜내고 있다. 나혼자만 레벨업하는건 너무 식상하니 숨만 쉬어도 레벨업도 해보고, 외신이 되어보기도 하고.
<헌터물 사용설명서>는 이젠 식상해진 헌터물의 코드를 소재로 삼아서 글을 전개한다. 작가님이 글빨이 좋아서 대단히 웃기다. 대단히 재밌다. 오늘날 고전으로 불리는 <돈키호테>가 양산되는 기사도 문학에 질려버린 중세의 독자들에게 해학을 선사했듯, <헌터물 사용 설명서>는 헌터물의 닳고 닳은 클리쉐에 지쳐버린 독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울적한 날이면 헌터물 사용 설명서를 반드시 읽어보시라.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테니.
Ps:정실은 칠순공주님...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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