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예계물, 작가물, 전문가물 등을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상태창, 회빙환, 능력흡수와 같은 초능력들입니다.
이른바, ‘치트’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이지요.
사실 이 치트라는 것이 장르문학의 특성상 대리만족과 사이다, 혹은 주인공이 뛰어나다는 이유의 개연성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설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치트적인 능력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클리셰가 된지 오래였고, 또 그런 작품을 보면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이런 능력들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특히 연예계물에서 때때로 나오는 재능 흡수 등으로 만능의 재능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를 보면 소설 흐름이 중구난방되기가 쉽습니다.
주인공이 다재다능한 성과를 내보이기 위해 활약하다보니 스토리는 각각의 분야를 설명하기 위해 이랬다 저랬다 흘러가 갈피를 못잡는 거지요.
저는 이런 소설을 딱히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이런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재미도 좋아하는 편이나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수라백 작가님의 <영화재능을 흡수하다>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언뜻 제목만 보면 영화 속 캐릭터의 재능을 흡수하거나 하는 식의 능력흡수물, 즉 다재다능한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사실 딱히 틀린 것도 아닙니다.
네, 분명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다양한 재능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코 이런 다양한 재능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게 독특합니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길 지망하고 있으며, 또 본인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스스로만의 재능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재능'임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서부터 중심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즉, 주인공은 처음부터 없는 재능을 채우기 위해 영화감독과 상관없는 잡다한 재능을 흡수하려는 게 아니라, 일단 자신의 주된 재능인 '스토리 구성'을 바탕으로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길을 걸어갑니다.
카메라로 표현하기 위한 연출 능력, 콘티를 제대로 짜기 위한 그림 능력 등을 우선적으로 흡수하고 또 그걸 쉽게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도록 열정적으로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전략은 확연히 맞아떨어져서 젊은 나이에도 '미다스의 손'으로 대중과 업계인들에게 알려지며 유명세를 얻습니다.
처음에는 작가로, 그 다음에는 웹드라마 연출자로, 드라마 작가로, 때론 뛰어난 안목을 갖춘 캐스팅의 대가로, 그리고 영화 감독으로 승승장구해나가지요.
결국 제가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소설적 장치로 능력흡수라는 치트를 표방했지만, 되려 영화감독이라는 비전에 대한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노력형이자 재능형인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만능의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능력에 휘둘리지 않는 경우를 전 많이 보진 못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이런 독자님들께 추천합니다.
1. 중구난방적인 다재다능에 휘둘리는 주인공의 모습과 소설 흐름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데서 지쳐버리신 독자님들.
2. 영화감독, 혹은 드라마 PD로서 뛰어난 두각을 보여주는 주인공을 보고싶으신 독자님들.
3. 치트에 의지하기보다는 치트를 보조로 두고 그 위에 본인의 재능과 노력을 더 우선시하는 주인공을 보고싶으신 독자님들.
이런 분들께 수라백 작가님의 <영화재능을 흡수하다>를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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