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한 편이고, 별다른 위기가 없는 상승과 경험을 주로 하는 소설입니다. 캐릭터들은 시대를 설명하고 주인공을 이끄는 장치로 쓰입니다.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역량에 따라 그냥 한 부류의 소설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소설의 장점은 고증과 현실감입니다. 당시 경찰 조직의 묘사가 엄청나게 현실감이 있습니다. 작가분이 경찰 출신이었는지 아니면 경찰 쪽에 지인이 있는지는 몰라도 경찰의 다양한 업무가 여기저기 돈 받고 룸싸롱 가던 내용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약간의 양심과 위선이 있는 주인공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면서, 그리고 누구나 눈먼돈을 먹던 사회상이 그려지면서, 위세와 무능함으로 질타받던 경찰들의 상황이 어느정도 대변되기도 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설의 서술 방식은 멀리서 보는 듯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해서 위화감이 든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소설의 내용이 판타지라고 여러번 부연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이 배경에서 나오는 현실감이고, 주인공의 절대무류성이 느껴지는 부류의 소설인 이상 주인공의 시야가 왜곡되는 느낌이 들면 흥미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한 예로 소설에 처음으로 나온 인권변호사는 데모대와 경찰에 이리저리 옮겨붙으면서 자신의 커리어와 이익을 챙기려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당시 굉장히 강한 정부권력, 몇몇 강성노조 말고는 노동자들의 엄청나게 낮은 지위, 넘쳐나는 어용노조, 부림사건과 같은 조작과 누명이 횡행하던 시대상, 사법시험을 통과하는 순간 손에 쥐게 되는 강력한 인맥과 권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변호사로 길을 틀었음을 생각해볼 때 인권변호사의 성향이 이상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또 뇌물과 향응을 통한 인맥으로 결정되는 사회에서 주인공에게만은 여러가지 연줄이 거의 대가 없이 굴러들어온다는 점도 이야기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정의로운 연줄은 굉장히 고통스럽기 마련이고 부정한 연줄은 없는 자에게 들어오지 않는 나라였는데도 유독 주인공에게만은 별일 아닌 것처럼 연결되고, 뒷탈도 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받는 뇌물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묘사되지만, 주인공이 치를 댓가는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꽤 있습니다.
종합해서, 아쉬운 점은 분명 눈에 띄지만 확실히 한번 읽어볼 만한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분의 실력이 더 좋아져서 현실감 있으면서도 좀 더 다채로운 경찰 소설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추천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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