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옭아매는 사회와 억압에 대한 끝없는 반항
언더독의 일탈은 혁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광악 선생의 명작 무한전생 시리즈가 돌아왔습니다
무한히 전생함에 따라 주인공의 인격과 행동이 판이하게 바뀌는 무한전생 시리즈는 매번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본질은 같지만 성격과 행동, 세계관이 매번 다르다는 점에서 롱런할 만 합니다.
본질은 같다하나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무한 전생시리즈의 주인공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입니다. 어떤 세계관이던 보통 주인공은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하는데 열심입니다.
현대 한국식으로 표현해보자면 집사고 차사고 보험을 들때 까지는 수 만번 전생한 짬밥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런 안락한 성채를 구축한 다음에는 자신의 보금자리, 울타리 영역에서 나가기를 거부합니다.
어쩌면 수 많은 전생을 살아가면서 부귀영화와 오욕칠정에 지친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던 계속 달리기만 하면 지치는 법이니까요. 없이사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족할 정도가 없을 정도로만 대충 살고 다음 생으로 넘어가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이렇게 퍼져만 있으면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작가인 광악선생이 주인공을 굴리기 위해 사건을 계속해서 만들어냅니다. 의도치않게 사건에 휘말리던, 주인공의 뛰어난 능력을 감지한 이들이 필연적으로 이끌려 주인공을 부려먹기 위한 시도를 하건 어쨋던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가감없이 펼쳐나가고 모험을 하다가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해나가는 점이 무한전생 시리즈의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간혹 이런 주인공의 잉여롭고 부평초 같은 인생이 좌절될때가 있습니다. 사회체재 자체가 주인공에게 적대적일때, 주인공이 바라는 최소한의 안락한 삶과 삶의 목적이 좌절되어 끝없이 착취당하고 억압당할때 주인공은 마침내 폭발합니다.
대표적으로 무한전생 - 망나니 편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조용하게 살아가는게 목적이던 평범한 백성인 주인공이 양반의 수탈에 홀어머니를 잃자, 삶의 목적이 좌절되었고 또 앞으로 자신의 안락한 삶또한 방해될 것이란 것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태까지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삶의 방해요소가 될 것이 확실한 양반이라는 계급 그 자체를 모조리 없애고자 나섭니다.
대학살, 대숙청, 끝없는 전쟁과 개혁. 그야말로 엄청나게 능동적인 삶입니다. 오는 것만 요격해서 방어하는 수동적인 삶과 달리 발본색원해서 양반이 있다고 하면 찾아가서 비리를 밝혀내 죽여버리고 종국에는 모든 양반이 소멸을 바라는 가장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이었기에 망나니편은 무한전생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이번 작품인 무한전생 - 더 빌런 또한 그러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태생부터 천애고아인 주인공은 사회적 약자인 언더독입니다. 부모가 없기에 사회적인 뒷배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시비가 걸려오고, 그것을 방어적으로 받아쳐도 사회는 주인공에게 냉담한 처분만을 내립니다. 이또한 어떻게본다면 사회나 국가 그 자체가 주인공을 억압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당장 주인공은 자신과 지인들에게 뻗쳐오는 폭력에 대해 적극적인 저항을 보였을 뿐인데, 천애고아라는 출신 하나 때문에 끝없이 사회적으로 격리되고 처벌을 받습니다. 작품 속 대부분을 소년원과 유치장, 교도소에서 보내는 것만 보아도 알만 하지요.
현재 주인공은 이미 인생을 정상적으로 사는 것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똑같은 고아 출신이던 무한전생 - 사냥꾼 아크 편에서는 그나마 뻔뻔하게 대장간에 얼굴을 들이밀어 어떻게든 기술을 배워서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해나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더 빌런 편에서는 자격증 강습도 거부하고 노숙자로 사는 등 사회의 일원이 되는걸 거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뿐만아니라 노숙자센터에서 급식을 받아먹는 것 또한 거부합니다. 받아먹으면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하는데 그런 빚을 지기 싫다는 이유이지요.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지독할 정도로 사회에게 버림받고 격리되고, 끝없이 폭력에 노출된 한 인간이 사회에 선을 긋고 마침내 악당으로 변모하는 그 프리퀼 과정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마치 영화 ‘조커’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무한전생자라서 상당히 담담하고 오히려 쾌활하기까지 하여 이러한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일반 사람이라면 정신이 돌아버리고도 남을만한 열악한 환경입니다. 빠져나오기도 어렵고 끝없이 폭력이 들러붙는 환경이니까요.
현재 주인공은 초능력 개발에 성공한 듯한 묘사를 보이며, 자신만의 철학이 확립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주인공이 단순한 양아치가 아닌 글자 그대로 어엿한 빌런으로 각성할 요소로 보입니다.
현재 이 소설을 보면서 많은 기대가 됩니다. 과연 망나니 편처럼 사회체재 자체를 갈아치울 대혁명을 준비하는 걸까? 아니면 사회체재의 맹점을 메우며 다른 악당들에게 사적제재를 일삼는 비질란테가 되는걸까?
늘 ‘인생살기 너무 귀찮다~ 어짜피 죽으면 다음생으로 넘어갈텐데 귀찮아 죽겠어~ 대충 살다 죽을거니까 제발 나 좀 건드리지마~’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이던 주인공이 폭력 속에서 증오의 연쇄에 탑승해 악당들을 깨부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니까 너무나도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마지막 선이라면 아직까지 살인은 하지 않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이전 생에서는 휙휙 잘도 죽이던데 아마 현대 한국과 비슷한 배경이라 살인을 마지막 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최초로 살인이 나는 날 주인공이 진정한 빌런으로 각성하게 되는 장면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1. 주인공이 얻어맞기만 하는 것이 싫으신 분. 한 대 맞으면 상대 무릎 인대가 끊어져야 속이 시원하신 분.
2. 앞 뒤 생각안하고 일단 저지르는 쿨한 주인공이 좋으신 분.
3. 영웅 주인공 많이 봐서 이제 사리사욕 확실한 주인공이 좋으신 분.
광악 선생의 새로운 무한전생 시리즈! 너무나도 재밌습니다! 추천드립니다. 결코 후회할 선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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