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서론이지만, 웹소설계에는 이상한 징크스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어지간히 재밌는 작품이라도 그 글을 쓴 작가가 사적으로 아는 지인이라면 기묘하게 작품을 보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이상하게 작가 본인을 알기 전에는 정말 팬이었는데도 알고 난 후부터 글을 보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해당 작가의 인성이나 관계가 매우 좋더라도 그래요. 아는 사람 글은 이상하게 보기 힘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보자마자 ‘어, 재밌는데?’소리가 절로 나오더랍니다.
많은 지인 작가가 문피아 연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천글을 적지 않았던 접니다만, 이 작품은 처음 원고를 받아보자마자 추천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한번 잡숴보세요.
그럼, 서론은 집어치워두고.
아포칼립스를 상속받았다.
추천글 시작합니다.
줄거리
1.도입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장에 찾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소란스러웠다.
시작시점.
주인공은 사이비교에 빠지고 이윽고 교주마저 되어버려 10년동안 대면조차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찾아갑니다. 살아있을 때 아버지가 어렵게 전했던, ‘내가 죽기전에 단 한번만이라도 집에 찾아와주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떠올리면서요.
장례식장은 사이비교주인 아버지로 인해 피해입은 피해자들의 노성이 울려퍼지는 상황.
잠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주인공에게 살아생전 아버지의 지인이었다는 사람이 와서 기이한 말을 던집니다. ‘아드님께서는 반드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논조의 말을요.
장례식장에서 벗어난 뒤, 주인공은 시골에 위치한 아버지가 남겼다는 집을 향해 찾아갑니다. 사이비종교를 운영하면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었던 모양인지 꽤나 큰 저택의 모습.
이 저택을 들어가는 순간 여기저기 진득하게 묻어있는 흔적을 느낀 주인공은 떠올립니다.
사이비종교에 빠졌던 아버지의 과거 모습을요.
수억년 전 행성을 지배했던 원시문명이 반드시 잠에서 깨어나 지구를 침공할 것이라는 음모론같은 교리.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모조리 망쳐버린 그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 떠올리고 아버지에 대한 미련을 저버린 주인공은 문득 탁자위에 놓인 아버지의 유서를 발견합니다.
2.유서
이제 때가 왔다.
나는 오래 이어져 온 우리 가문의 임무가 끊기지 않도록 삶을 바쳤어.
그게 얼마나 간절했는지, 네가 알아야만 한다.
항상 입에 올리던 음모론과 마찬가지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유서.
유서를 모두 읽은 주인공은 방 안쪽에 이어진 기나긴 복도를 따라서 좁은 방에 도착해 탁자 위에 놓인 기이한 펜던트를 줍고 펜던트에 떠오른 내용을 읽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는.
[31회차 인류 멸망까지:11234.32 남음]
예정된 인류 멸망까지의 카운트다운을.
3.미궁
선배? 의외네요? 은퇴하면 다시는 연락 안 하실 줄 알았는데.
무언가 석연치 않음을 눈치챈 주인공은 범상치않은 자신의 뒷세계 인맥을 이용해 아버지의 사이비종교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하며, 동시에 장례식장에서 만났던 지인에게 연락해 아버지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향했던 장소를 수소문해 해당 장소가 남양주에 위치해있다는 사실을 전해듣습니다.
남양주로 향하기 전 조사를 맡겼던 후배에게서 무언가 찾아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주인공은 후배에게 하나의 영상을 전해받고, 그 영상속에서 아버지가 기이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심상치 않은 상황.
후배가 윗선에 보고해야 한다는 걸 친분을 이용해 억지로 딜레이시켜놓은 주인공은 문득 이야기를 하던 중 주변이 기이할 정도로 시끄럽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창밖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보이는 광경.
서울 한복판, 아마도 용산 부근의 상공으로 추측되는 곳에 떠있는 거대한 금빛의 직사각형 기둥.
【31회차 인류 멸망까지:2251.16】
…
【31회차 인류 멸망까지:1654.23】
……
【31회차 인류 멸망까지:901.16】
분명 꽤나 남아있었을, 그러나 지금은 시시각각 줄어드는 인류멸망의 카운트다운.
펜던트의 숫자가 줄어들어 0에 가까워져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주인공은 후배와 함께 테이블 아래로 숨어들어갔고.
동시에 황금빛 기둥이 서울을 내려찍으면서 퍼진 충격파가 서울 전역을 덮칩니다.
【시스템 부트 완료.】
【원시 제국의 31회차 침략이 시작되었습니다. 행성 내 저항군의 후손에게 신호를 전송합니다. 이 메시지를 듣는다면 반드시 해당 좌표에 도달하십시오.】
종말의 시작을 알리면서.
장점
세상이 점차 종말에 가까워져 간다는 감성을 확실하게 잡고 가는 데다가, 작가 특색이 꽤나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외계의 침략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해가는 시나리오, 완전히 새로운 시나리오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아포칼립스물에서 흔히 사용되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도 꽤 좋았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도 좋아하지만 이런 아포칼립스도 한 번씩 나와줬으면 좋겠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전반적으로 글 자체에 특유의 감성이 짙어서 유니크한 종말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는 특히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글이 제 취향이라서 그런 거일수도 있지만 저는 세상이 망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감성 자체가 좋았습니다.
굳이 추천글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날아오를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재밌게 본 작품이 뜨는 것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까 싶어 이렇게 추천글을 적게 됐습니다.
지인추천 꺼리는 저도 추천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재밌습니다.
아포칼립스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쯤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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