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소설에는 3류 악역들이 나오곤 합니다. 뻔한 시비, 뻔한 행동, 뻔한 퇴장으로 작품내에 나오는 그들은 가끔씩은 공장에서 찍어져 나온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비슷하게 생겼죠.
물론 모든 인물들에게 배경을 설정해주고 각자의 특색을 살리는 연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소설이 아닌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헐리우드 영화조차도 이런 사정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니까요.
그래도 이 소설에는 아직 초반부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공장에서 찍어져 나온듯한 캐릭터가 없다는게 제 마음을 울리더군요.
주인공은 대다수의 회귀물의 주인공처럼 과거를 후회하는 3류 극작가입니다. 앗 앞서서 공장에서 찍어져나온 캐릭터가 없다고 했는데 얼마나 됐다고 모순된 말을 적냐고요? 장르적 특성에 따른 일이라고 합시다. 전쟁물에서 총든 군인이 나왔다고 공장에서 찍어낸 캐릭터네 ㅡㅡ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여튼 주인공은 과거로 회귀하자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던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드라마 각본가가 몸이 아파 각본을 쓰지 못하자 주인공보고 대타 좀 뛰어달라며 pd가 비열하게 웃고 있는걸 발견하죠.
자기 조카를 주인공의 자리에 낙하산으로 집어넣기 위해 엿을 먹이려는 속셈이었죠.
물론 주인공답게 위기를 극복하며 pd의 예상과는 정 반대되는 성공을 거둡니다만 여기에서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더군요. 주인공을 함정에 빠트리려던 pd는 주인공이 써온 각본을 보고 다른 3류 악역들처럼 최후의 발악인 이건 쓰레기야! 나는 이런 각본으론 못 찍어! 와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프로로서 프로다운 자세로 드라마를 촬영하죠. 촬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에게 어떻게 연출을 할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아무도 3류 악역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pd를 바라보며 주인공이 읊조리는 말입니다.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주인공입니다. 물론 그 인생이 누가봐도 잘사는 것이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비범한 이들만이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아버지의 일상은 자식에게 전설이 된다고.
이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을 해나가는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주인공인데 말입니다.
이외에도 각각의 캐릭터마다 작가님의 애정어린 손길이 닿아있다는 것을 소설을 보다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 중에 가장 키가 작지만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여주는 주인공의 직장내 선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여자입니다.)
수려한 필력과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오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를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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