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단점은 두 개다.
하나는 작품의 표지가 너무 귀엽게 나왔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제목이 너무 구리다는 것
꽤나 진중한 작중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독뽕을 거하게 들이킨 일본 밀덕들을 겨냥한 삼류 라노벨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체로 그려진 표지와 아무리 변경 전 제목보다 너무 형편 없는 현 제목은 이 소설을 읽기 위해 넘어서야만 하는 관문이다. 웹소설로 흥행하기 위해 제목을 교체하였다 해도 ‘철과 피, 금빛의 자유’라는 멋진 제목에서 ‘내 독일에 나치는 필요없다’라는 바보 같은 제목으로 바꾼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며 작가가 만약 애완동물을 기르게 된다면 그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형편없는 이름을 붙여주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이 관문을 넘어서고 나면 보이는 것은 이 소설의 장점 뿐.
이 소설은 나치 독일의 민주화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2차 대전의 여러 실존인물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개연성 있는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다.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 술술 읽히면서도 스토리에 깊이가 있어 이 시기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고. 가장 백미는 극중 가끔 등장하는 연설문으로 읽기만 해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차오르게 만든다.
작가는 역사의 한 줄로 사라진 장군들에게 조차 자세하지만 무겁지 않은 심리묘사로 생동감을 부여하기 때문에 소설을 읽다 보면 모든 인물들이 80년 전 독일의 중년 아저씨들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영화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일차원적이고 판에 박힌 외교 묘사가 아닌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인 국제 정세의 흐름은 이게 대체역사 장르인지 까먹게 할 정도로 생생하며 때로는 소름이 돌 정도로 놀랍다.
주인공 역시 매력적이다. 환생물이지만 과거의 지식으로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고 한 발씩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행보가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주인공은 나름의 선을 가지고 있지만 도덕을 위해 현실에서 등을 돌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으며 그렇다고 조그마한 이익을 위해 인륜을 저버릴 정도로 계산적이지도 않다. 필요 없는 정의만 외치는 주인공이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하는 인성쓰레기에 지쳤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오직 작가가 이 글을 쓰다 중단하지 않고 결말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만약 언젠가 회의감이 든다면 집에서 하츠 오브 아이언이나 한 판 더 돌리고 계속 글을 쓰기를.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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