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판소,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 비난을 듣게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러한 장르가 그만큼 대중에게 어필이 잘 되는 스터디셀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제 기준에서 충분히 안정적인 글이라고 느껴집니다.
소설은 주인공이 이사를 가기 위해 짐정리를 하다가 옛날에 미친듯이 플레이 하던 게임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옛 기억을 떠올린 주인공은 게임을 추억하다 잠이 들고, 일어나 보니 낯선천장임을 알게 되죠.
주인공은 게임 속 다른 누군가에게 빙의하지는 않고, 평행세계의 자기 자신에 빙의하게 됩니다. 얼굴도 똑같고 몸만 어려진 셈이죠. 빙의자라는 말도 살짝 어색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빙의소설이 그러하듯, 주인공은 사건의 발생을 막고, 여러 특전들을 선점하고 능력을 키웁니다. 그 과정에서 원작 주인공과 가까워지고, 스토리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되죠.
원작 주인공은 남녀 두 명입니다. 그래서 그 두명에 주인공이 끼여서 3인조로 주로 활동하죠. 당연하지만 학원물의 특성상 3인조 말고도 다양한 조연이 등장하는데, 인물들이 꽤나 생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몇번 나오지도 않은 만드라고라 같은 애들은 씬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다해줍니다 .
주인공은 여러 게임지식을 통해 배후집단의 목적이나 주변 인물의 비밀같은 것을 당연히 알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속된말로 입을 터는 장면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악역에게 협박을 하기도 하고, 애매한 포지션의 상대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도 하죠. 다만 초반부에는 능력의 성장 위주라 이런 모습이 잘 부각되지 않는 게 살짝 아쉬웠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필력과 부드럽게 흘러가는 서사에 안정적인 구조를 보여줘서, 7시를 기다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과 내용의 미스매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인물이었다. 10년전에' 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연상될 내용은, 과거 플레이 했던 게임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모습일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매력을 느낀 사람도 있을거고, 고구마를 연상해서 보지도 않은 분도 있겠죠.
하지만 주인공은 특권으로 공략집 비슷한 것을 통해 게임의 내용을 매우 잘 숙지하고 이용합니다. 사실 10년간의 공백이라는 요소가 소설 내에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제목에서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작가님이 꼭 유료화까지 가 주셨으면 하는 글입니다. 혹시 학원빙의물을 좋아한다면, 한번 쯤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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