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글을 잘쓴다는게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가볍고 친절한 글들에 익숙해진 웹소설판에서 한단어 한문장을 곱씹어가며 읽어야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건 선뜻 손이 가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볼때 비벗 작가님은 글을 참 과하게 잘쓰는 분입니다. 이 작가님은 특히 심리와 감정의 묘사가 뛰어난데, 부정적 상황을 표현한 부분을 읽고있으면 더럽게 잘 쓴 글때문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분입니다.
게다가 작가분이 디테일을 중요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글의 흐름이 길어지고, 그래서 묵혀놨다가 나중에 봐야지...생각했다가 잊혀져서 안읽게 되는 그런 글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작가님이 필력은 유지하면서, 과한 부분은 적절하게 덜어낸 신작이 나왔습니다.
어떤 사람이건 몇초만 관찰하면 그 사람의 동작이나 표정, 무의식중에 하는 작은 떨림이나 버릇까지도 완벽하게 복사해서 재연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에 담긴 악의까지도 너무 어린 나이에 다 읽어버린 탓에 지독한 인간불신에 빠져있는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배우의 길을 걷게 되어 다양한 인간들을 마주치며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입니다.
전작에 비해 글의 흐름이 짤막해졌고(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글에 비해 약간 길긴 합니다) 과한 설정이나 설명도 많이 덜어냈으며, 주인공도 과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잘 뽑혔습니다. 치밀하게 짜여진 플롯으로 탄탄한 스토리 진행을 보여주는 것과 탁월한 묘사력으로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주변인물들을 그려내는 건 이 작가님의 주특기인만큼 이 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감히 평가하자면 지금까지의 퀄리티만 유지되어도 그동안 연재되었던 이 작가님의 모든 글을 통틀어 가장 완성도 높은 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한 비벗님의 신작. [훔치는 연기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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