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성향에 알맞은 부분은 26화까지였고,
딱 오늘 연재인 36화에서 손놓고 싶어졌음을 미리 알려드려야겠습니다.
한탄 비슷하게 먼저 늘어놓자면
저는 이 글이 여주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동네 글을 읽는 분들의 절대다수가 여주물을 끔찍하게 여긴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저는 잘 쓴 여주물은 잘 쓴 남주물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취향이거든요
근데 36화까지 읽은 지금, 이 글은 100% 남주글이었네요...
각설하고,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 운빨좆망MMORPG를 추구하는 요즘의 겜판트랜드가 싫은 분들
그렇죠, 사실 게임판타지에서 운빨좆망겜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달빛조각사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되지만 그 전의 겜판도
RPG게임이라면 항상 예외없이 운좆겜이었거든요
그게 최근에는 게임방송, 랜덤박스라는 현실의 트랜드(라고 쓰고 폐단이라 읽는)와도
섞여서 BJ대마도사같은 극한의 운빨장르가 되기도 했죠
(그렇다고 BJ대마도사가 재미없는건 아닙니다. 추천글만 안썼지 충분히 재밌어요)
그런 와중에 이 글은 멀티장르게임스트리머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현실의 게임방송계에서 절대다수의 방송인은
원래 하던 게임만 계속하는, 롤방장인, 옵치방장인, 하스방장인 등등만 있는게
다른 겜판의 주인공 느낌이라면
이 글의 주인공은 풍월량이나 서새봄같은, 게임의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어떤 게임이던 재밌으면 해본다는 느낌의 방송인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운빨의 여지도 적을겁니다. 명작게임을 고르면 운빨이 들어가지 않겠죠
그런 부분에서 또 다른 게임장르, 전직 롤짝퉁 프로, 전직 스타짝퉁 프로가
은퇴해서 비관적으로 살다가 회귀해서 전생의 압도적인 피지컬로 다시금 재패하는
그런 종류의 겜판과도 다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가상현실 게임을 난생 처음 해보거든요
재능충이었던건 뭐 주인공이 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하여튼, 그런 부분들이 모여 굉장히 이질적인 게임판타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게다가 보통 게임판타지는, 아 이건 달빛조각사 때문이 맞는거같은데
하나같이 주인공이 찢어지게 가난합니다
밥을 벌어먹기보단 빌어먹는 처지의 주인공이
게임으로 돈을 버는 그런 종류의 소설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근데 얘는 그렇지 않아요
평균적인 중산층가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실부모하지도 않았고, 아픈 가족이 있지도 않으며
대출금, 유산, 보험금으로 가격좆망의 VR기기를 벌벌떨며 사거나
신청도 안했는데 자동응모된 이벤트에 당첨돼서 팔지도 못하는 게임이용권을
강매당하지도 않습니다
현실에서도 흔치않은 성공한 멀티장르 스트리머,
그 어떤 시스템적 도움없이도 극한의 피지컬로 플레이하는 게임
운빨좆망MMORPG가 아닌 장르 플레이
현실의 다수가 그렇듯 흥미 본위의 게임 입문 등
하여튼 기존의 겜판에 나오는 유행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주인공입니다
그런거 찾는 분들에겐 그거만으로도 추천할 여지가 있죠
2. 라이트노벨스러운, 이라고 말하니까 씹덕같은데, 하여튼 캐릭터성을 추구하는 분들
장르의 표현에서 라노베스럽다는 표현은 사실 미소녀동물원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저는 그런 의미로 쓴 건 아니고, 이 글에 애초에 히로인이 없으니만큼 그럴 여지도 없고
라노베스럽다는 의미는 캐릭터가 확고하며, 글의 진행이 캐릭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합니다. 최소한 제가 쓴 의미는 그렇습니다
소설을 쓸 때, 스토리를 먼저 잡아놓고, 그 스토리 내에서
아 얘가 이 플롯을 따라 가야지 하고 등장인물을 플롯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은
기존의 헤비노벨
캐릭터를 먼저 잡아놓고, 나중에 대충
아 이 캐릭터가 금도끼은도끼 플롯에 들어가면 어떤 전개가 일어날까
하는 방식이 라노베라는 의미죠
물론 그것만이 라노베와 헤비노벨을 구분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플롯 중시형 라노베도 있고(리제로 라던지 등등)
캐릭터 중시형 헤비노벨도 있습니다(번팔작가는 각성하라)
그런 면에서 제가 라노베스럽다고 생각하는 문피아 소설을 예로 몇개 들자면
바람과 별무리, 업어 키운 걸그룹 등이 있겠네요. 참조하시면 아 얘가 뭔 생각이구나 아실겁니다
하여튼, 이 글도 그렇습니다. 캐릭터가 확고합니다
기반설정, 성격 모두 독특하며 확고부동하며, 변화의 여지까지 있죠
반면에 플롯은 정해진 게 없습니다. 현실의 멀티게임스트리머가 그렇듯
하나 깨면 다음에 무슨 게임을 고를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방송인이 그 게임은 어떻게 플레이할지 궁금해지는 면이 있죠
소설에서 캐릭터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읽는 분들은 이 글의 그런 점이 매력적일겁니다
저도 사실 이부분은 중시하는 편이라 이 글을 읽은 원인이기도 합니다
3. 느긋한 전개가 더 좋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기실 그렇습니다. 일일연재 소설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독자들이 더 빠른 전개를 찾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요즘처럼 정보노출량이 많은 시대에, 당장 어제 읽은 소설 내용도
기억이 가물가물한게 독자가 당면한 현실이고
기억에 남아있는 한도 내에서 에피소드가 끝났으면 좋겠으니
에피소드 하나의 길이가 3~4편, 즉 길어도 5일 이내에는 좀 끝나야
정주행 없이 온전하게 에피소드를 즐기는 유일한 방책이 되는게 당연합니다
그러다보니 일일연재 시스템이 대세가 된지 근 10년,
절대다수의 소설은 3편~5편 내에서 기승전결을 한바퀴 돌리는
짧은 에피소드 중심으로 글을 쓰는게 트랜드
트랜드라긴 좀 그러네, 그냥 당연한 작법이 되었죠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긴 호흡, 최소한 12화, 종이책 150페이지 분량은 잡아야
기승전결이 도는 에피소드를 “자주” 사용하는 글은
인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매일 읽더라도 한 사이클을 보기 위해
2주일 전에 봤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세상 어려운 일이겠죠
반면 저처럼, 소제목을 미리 보고 그에 맞춰 글을 한번에 몰아읽거나
기억력이 좋아 한 20화 정도는 머리에 담아둘 수 있거나
시간이 많아 정주행을 자주 할 수 있거나 하는 분들은
호흡이 긴 글의 매력을 아실겁니다
실제로 예전의 종이책들은 아주 호흡이 길었죠
피를 마시는 새 같은 건 5백페이지짜리(요즘으로 치면 60화 분량이)가 통째로
기승전결 중 승에 해당할정도로 아주 호흡이 길었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이 있었죠
이 글이 호흡이 그렇습니다
1부에 해당하는 사무라이하츠(아마 요즘 게임 세키로 짭인 것 같은데) 에피소드가
아직 1장도 안 끝났습니다. 36화인데도요
세키로의 플레이타임이 평균적으로 5~60시간짜리 게임이니까 감안해보자면
사무라이하츠 에피소드는 이기세라면 대략 120화에서 끝맺을 것입니다
뭐 작가님이 어떻게 전개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죠
이런 이유로 하차한다는 댓글이 있습니다
전개 느림 불평도 좀 있구요
하지만 이런게 취향인 분이 분명 있겠죠. 저 역시 전개속도로는 불만이 없고 말이죠
또 이 글이 전개가 마냥 느린 건 아닙니다
하루의 플레이를 한 에피소드로 보자면 대략 5~6화 선에서 한 에피소드가 끊어집니다
한 게임을 몇날며칠에 걸쳐 조금씩 플레이하는 셈이죠
그리고 중간중간 다른 게임, 다른 방송을 하며 강약중강약 조절을 잘 하고 있습니다
작가역량이 나오는 부분인데, 물론 아직 좀 덜 한 면모도 있지만
이대로 좀만 더 능숙해진다면 한 게임을 150화까지 잡아도 늘어져 보이지 않을겁니다
단지 다른 소설의 호쾌무방함에 익숙해진 분들
특히 겜판 특유의 벼락전개에 익숙한 분들은
뭔 게임 하나를 이렇게 오래 붙잡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하여튼 아닌 분들에겐 추천합니다
어, 음 대략 3가지 추천사항 말씀드렸죠?
여기가 추천란이지만, 이 쯤에서 제가 고만 읽고 싶어진 이유를 간략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이 글이 지금의 방향보다 더 참신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메인이 동생이 아니고 누나였다면 그랬을겁니다
공략머리는 좋은데 손가락이 핵발암 매운맛인 누나가
게임머리라곤 하나도 없지만 피지컬 재능은 압도적인 동생과 함께
2인체계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리는 이야기
글의 초반부가 이런 구도였기 때문에
아 악동뮤지션같은 글이 나오는구나 하고 정말 엄청난 기대를 했습니다
26화 정도 까진 실제로 그랬습니다
한권 분량이네요
그런데 동생이 각성하고, 본인의 관종본능을 깨우고,
혼자 게임해도 되겠다는 플래그가 서면서부터
누나는 그냥 써써써브 정도가 되었습니다
미스에이 수지가 소속사를 혼자 먹여살리는 동안 붙어있던 멤버 123처럼
해체각이 날카롭게 잡힌거죠
여주물 싫어하시는 분들께야 희소식이겠지만
하여튼 저는 그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제가 기대한것과 달라서 그만읽는거지
글이 안좋은 것은 절대 아니니
취향에 맞으시는 분들은 많이 읽고 작가분 힘 많이 되시라고
이 추천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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