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제 취향에 맞는 소설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7천개의 우주를 집어삼킨 차원포식자, 그리고 그와 대적한 영웅이 있습니다.
차원포식자는 너무 큰 상처를 입었고,
영웅은 혼자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난데없이 이 차원포식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과거를 바꿀 기회를 준다고 영웅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영웅은 거절하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차원포식자는 그야말로 LA다저스 시절도 아니고 야구공 잡은 시절부터 말해주는 것마냥
자신이 미생물일 때부터 썰을 풀기 시작합니다.
한참 썰을 풀던 포식자는 영웅에게 과거를 바꿀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이 소설은 포식자의 이야기 -> 영웅의 과거 바꾸기 모험담,
두 이야기를 교대로 배치했습니다.
흥미를 갖게 한 점이 바로 이 구성입니다.
차원포식자의 서술만 놓고 보면 구어체와 여러 신화가 엮이는 내용이 흥미롭지만 장편으로 괜찮을까 싶고,
영웅 아이작의 일대기만 놓고 보면 뒷내용은 궁금하지만 무난한 영웅담, 루프물 등등 비슷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스러운 설정은 요즘 많이 못 봐서 독특하지만, 없는 내용은 아니고요.
그런데 설정이나 세계관 설명을 포식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끌고 나가고,
아이작의 과거를 바꾸려는 행보도 작품 속의 독특한 구성과 분위기에 맞물려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런 시점 변경은 제대로 못 쓰면 굉장히 정신없는데 자연스럽게 전환되어 오히려 재밌습니다.
설정 하나하나가 완전히 독특하다기보다는, 신화와 클리셰를 좋은 구성으로 적절하게 배함해서 더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장도 전반적으로 가독성이 나쁘지 않게 읽혀서 좋았습니다.
구어체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초반 진행은,
읽기 힘든 문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듯 합니다.
저는 그런 설정 좋아하지만ㅋㅋ
디테일하게 보자면 일부분 아쉬울 수도 있지만,
세련되고 독특한 구성과 술술 읽힌다는 점 만으로도 구미를 당겼습니다.
아무튼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매력있는 작품이네요.
이 새벽에 추천글을 남기는 이유는
작가님이 열심히 쓰시고 연중 안하고 달리길 바라는 뜻에서 남겨봤습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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