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드리기에 앞서, 이 소설은 주인공이 게임 속 세상에 떨어지며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잔뜩 질러 놨던 유료화폐를 가진 채입니다. 이런 소재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잠시만 시간을 내서 제 추천글을 읽어 주세요. 저도 이런 소재를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거든요. 제 글로 '던전에서 살아남기!'를 읽을 마음이 생기게 되신다면, 게다가 '던전에서 살아남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신다면 저로선 그만큼 기쁜 일이 없겠습니다.
처음부터 주인공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범주 외의 능력을 갖고 있으면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기 마련입니다. 주인공의 강함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많은 장르소설에서 주인공이 고생하는 주된 이유지요...)가 따라붙기 마련이고, 그 이유가 너무 뜬금없거나 비현실적이면 독자는 괴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욕을 먹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거...
그렇지만 모든 그런 소설들이 재미없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소설은 아니지만, 원펀맨의 경우 주인공의 비정상적 강함에도 불구하고 호평 일색입니다. 3년간의 규칙적 운동으로 우주적인 존재를 때려 부순다는 건 아무리 보아도 말이 안 되지만, 아마 원펀맨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런 사소한 것 따위는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여기실 겁니다. 양판소를 싫어하지만 원펀맨은 재밌게 봤던 저로선 무엇이 이 간극을 만드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ONE’ 작가의 ‘원펀맨’
그리고, '던전에서 살아남기!'를 읽으며 저는 그런 의문을 다시 되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잔뜩 현질을 해놓고 게임 속에 들어가서 유료화폐를 쓴다는 흔해빠진 소재가 왜 이렇게 재미있지?' 물론 그 흔해빠진 소재가 전개의 주축이 되는 건 초반부 한정입니다만, 저는 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왜 저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걸까요?
고민해 보았는데, 이 소설의 장점이 몇 개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장점 덕분에 글이 잘 읽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나씩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1. 우선, 굉장히 짜임새있게 쓰인 소설입니다. 한 편 한 편 생각나는 대로 쓰지 않고, 큰 줄기를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줄거리의 전개와 주인공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이 없습니다. '던전에서 살아남기'가 작가님의 첫 작품이신 것 같던데, 참 멋지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2. 둘째로,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캐릭터성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주인공은 선한 편입니다. 게임 속 NPC라고 여길 수도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아, 원래 게임의 전개와 다른 결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충분히 강한 주인공이지만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물론 멍청한 호구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제 챙길 건 적당히 챙기면서도 반인륜적이지 않습니다. 요즘 먼치킨 소설의 주인공으로 싸이코패스 학살자나 제 잇속만 챙기는 수전노들이 많이 등장하던데, 여기에 이골이 나신 분이라면 재미있게 주인공에 이입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등장인물들도 나름의 개성이 있습니다. 화화 체고다!!! 다만 캐릭터성으로 먹고사는 소설은 아니니, 이 점 염두에 두시길.
3. 마지막으로, 스토리성입니다. 소재는 다소 흔하지만, 주제마저 그렇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어 말하지 않겠습니다. '던전에서 살아남기!'만의 독특한 설정이 궁금하시다면 무료연재분을 읽어주세요.
이런 장점들은 '던전에서 살아남기!'를 특별케 합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양판소를 읽는 이유는 대리만족입니다. 이 경우, 독서의 목적이 ― 그러니까, 책의 메리트는 '주인공의 강함'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강함을 얻기 위한 과정이 다소 억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조금 과정이 부자연스러우면 어떻냐? 주인공이 강해지면 됐지.'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던전에서 살아남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강함은 부가적인 요소로 머무릅니다. 그것이 제가 이 소설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추천글은 처음이라 적잖이 긴장되지만, 소설을 읽으며 추천글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짬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참 기분이 묘하네요... 하여튼,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던전에서 살아남기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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