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차 이후의 소설 속이라는 소설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이 정도 조회수에서 머물만한 소설은 아닌 것 같은데, 꽤 적네요. 아래를 읽고 마음에 드시는 분들은 일독 권합니다.
이 소설의 아이덴티티는 클리셰 비틀기입니다. 주인공은 클리셰 범벅이면서 지루하다 못해 거북한 소설에서 하차했습니다만, 소설 속으로 납치당해, 엑스트라로 살게 됐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용사에게 썰릴 운명이라, 필사적으로 클리셰를 비틀고 있습니다.
클리셰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여러 스토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뻔한 장치를 클리셰라 부릅니다. 하지만, 뻔하다는 것은 고상하게 표현하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이것은 개연성이 보장되어 있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클리셰를 비튼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예측 불가능하고, 개연성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이 두 가지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스토리가 신선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차 이후의 소설 속”은 작가에게 있어서 상당히 높은 난이도의 소설입니다. 즉, 클리셰 비틀기를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개연성 리스크를 스스로 올려버렸다고 할 수 있겠지요. 까딱하다가는 개연성이 박살날 우려가 있기에 이제까지는 추천글을 쓰는 것이 망설여졌습니다.
우리는 사고의 끝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결과를 얻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제게 흥미로운 결과는, 주종관계의 역전이 일어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자면 고전전자기학에서 주종관계로 여겨진 자기장-벡터포텐셜의 관계가, 양자역학의 발전에 따라 사실은 벡터포텐셜-자기장의 주종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일 등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언급은 삼가겠습니다만, 이 소설의 클리셰 비틀기에 의해 이러한 역전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로 인해 글의 구조가 보이면서, 개연성에 대한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전개도 식상하고 뻔한 전개는 되지 않을 것 같네요.
그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만, 독자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합니다. 단점을 하나 말하자면, 작가의 말이 본문의 여운을 좀 깨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추천글까지 썼는데 연참정도는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생각하며 글을 줄입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