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엠파이어]라는 작품을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마음 읽기 초능력+출생의 비밀+재벌2세 악녀+복수극+연예기업물 정도가 되겠습니다. 작품의 초반부는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자라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25세 청년이 되어서는 귀국해서 드디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원수에게 복수합니다. 더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이쯤에서 줄거리 소개는 끝내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어떤 트로트를 들었습니다. ‘이별의 슬픔 안고, 카츄샤는 떠나간다’라는 가사가 기억나네요. 이 가사가 나오게 된 영화가 [부활]이라는 영화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 학교 단체 관람으로 봤습니다. 영화에서는 카츄사와 드미뜨리의 사랑 이야기로 각색되었지만, 톨스토이 원작의 소설에서는 이게 초반부입니다. 중반부와 후반부는 머나 먼 시베리아 유형지로 죄수들이 이송되는 과정이 나옵니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처럼 이송 과정이 세밀하게 나오죠. 이걸 그림으로 비유하면, 극사실주의 그림에 해당합니다. 톨스토이를 두고 ‘대문호’라고 칭하는 게 이해가 가더군요.
제가 읽었던 소설 중에서 길고 지루한 설명이 담겨 있던 작품들이 몇 개 기억납니다. [분노의 포도]는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아직도 끝 부분을 못 읽었습니다. [돈 키호테]와 [레 미제라블]은 앞에서 3페이지쯤 읽다가 도전을 포기했습니다. [죄와 벌]은 한 10페이지쯤 읽다가 너무 슬퍼져서 중단했습니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더 무시무시할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납니다.
요새 사람들은 길고 지루한 설명이 담긴 소설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길게 설명하면 ‘설명충’이라는 악평을 받습니다. 아마 독자도 저처럼 이런 부분을 열심히 안 읽고 점프할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런데 이 ‘설명 길이’에 대한 감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구에게는 길고 지루한 설명인데, 또 다른 누구에게는 적절한 길이의 설명입니다.
문피아에 연재 중인 소설들 중에서 제가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으로 산경 작가님의 [비따비]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회귀물+기업물인데, 참 현실감이 납니다. 이 작품에는 길고 긴 설명이 없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빼고, 알맹이만 쏙 빼먹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본래 기업소설을 좋아했는지라, 특히 많이 좋아하고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길고 지루한 설명이 별로 없습니다. 간략하고 핵심만 짚는 설명들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길고 지루하다는 것은 개인의 감각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묘사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장황한 묘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딱입니다. 주인공의 인생에서 재미있는 부분과 알맹이인 부분만 딱 뽑아 놓은 느낌입니다.
다른 복수물의 경우라면, 복수가 쉽게 빠르게 이행되기도 합니다. 빠르게 해결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미 급한 사람들에게 딱 맞죠. [이블 엠파이어]는 복수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져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350편을 다 읽는 동안에 좀 답답한 감이 있었습니다.
제가 전에는 모르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전체 350편 중에서 305편과 306편은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이 박정희가 이룬 공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필립 스나이더(홍이안)는 다른 주장을 합니다. 이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여부는 앞으로 좀 더 조사해 봐야 되겠습니다만, 작가님이 아주 치밀한 분이라고 생각하므로, 아마도 거짓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궁금하시다면, 305편과 306편만 따로 결제해서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 작품이 19금인 이유는 잔인한 이야기와 성적으로 금기인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는 싸움 장면에서 한 가지 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못 읽고 잘못 이해했는지도 모르지만요.... 전체 흐름에서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어느 작품이든 교정은 필수입니다.(여러 번 교정해도 또 오탈자는 나오곤 합니다만....) 단어를 틀리게 써 놓으면, 저처럼 맞춤법에 민감한 독자들은 많이 안타깝게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연재중이었다면 피드백을 해 드렸을 테지만, 이미 완결이 난 작품이라서 뒤늦은 피드백이 되어, 피드백을 해 드리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별로입니다. 작품명과 초반부 어린 시절 이야기 때문에 독자 유입이 적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즘 위선호 작가 님의 다른 작품이 연재 중 초반입니다. [위탁 요원 위신호]가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첩보 스릴러물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작품입니다. 앞으로 많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Comment ' 15